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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만 그리움에 늘 애달픈 섬
가깝지만 그리움에
늘 애달픈 섬
섬 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작별이다. 육지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절연으로 인한 여유와 감동은 커진다. 복잡한 세상으로부터 탈출했다는 생각에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진다. 문갑도(文甲島)는 사람들의 발길을 쉬 허락하지 않아 더 마음이 간다. 불편하고 어려움을 감수하고 찾은 만큼 미지의 세계에서 볼 수 있는 풍광, 원시림, 섬 마을의 소박한 정겨움이 아직도 살아있다.
글 이용남 본지편집위원 사진 양진수 자유사진가

문갑도 가는 날은 장마가 시작되기 바로 전날 이었다. 금방이라도 후두둑 장마비를 뿌릴 듯 먹구름이 구름사이를 오락가락했다. 하늘을 보니 불안이 엄습했다. 배를 타야하는 데 비가 오면 어쩌지! 혹 배가 안 뜨면 큰일인데…. 걱정을 가득 품은 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다행히 덕적도행 배는 출항했다. 날씨도 문갑도행을 도우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은 파랗게 파랗게 맑아졌고 뭉게구름까지 흘렀다.

‘문갑도에 와서는 풍월을 읊지 마라’
문갑도는 섬 이용객들의 의식조사에서 추천하고 싶은 섬 목록에 들지 못했다.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탓이다. 주변 덕적도, 굴업도, 백아도 등이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아도 문갑도는 아직도 신비한 매력에 이끌린 사람들만이 찾는, 소문이 덜난 섬이다. 하지만 섬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한 사람들이 늘고 있어 넉넉한 품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쌀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김현복(52) 이장은 “최근 관광객이 배로 늘고 있다”며, “덕적도와 가까워서 인 것 같다”고 말한다. 덕적도에서 문갑도까지는 20~30분 거리다.

문갑도는 선비들의 기개가 살아있는 고장이다. 섬 이름도 선비들의 책상 문갑(文匣)모양과 닮아서, 섬사람들이 유식해서 첫째 갑(甲)자를 써서 문갑도(文甲島)라고도 불린다. 글을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섬이기에 유명한 학자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래서 문갑도에서는 ‘풍월을 읊지 말라’는 얘기도 전해진다.

선착장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마을이 보인다. 마을은 한 곳밖에 없다. 한때는 1백여 가구가 살았다. 마을이 3군데나 있었고 어업이 섬의 경제기반이었다. 주변에 민어, 우럭, 조기, 새우 등의 어족자원이 풍부해 그물만 치면 만선의 기쁨을 누렸다. 당시엔 술집도 식당도 있어 섬이 꽤 시끌벅적했다. 지금은 약 70여 명의 주민이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간다. 이중 65세 이상이 60%가 넘는다.
마을은 과자하나 살만한 곳이 없다. 필요한 물자나 식량은 인천이나 덕적도에서 들여온다. 평일에는 한 번, 주말에는 두 번 들어오는 차도선 나래호는 이 섬 주민들의 손과 발이자 물자를 실어나르는 운반선이다. 주민들은 주로 정부의 공공근로사업과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문갑도는 농지가 많지 않다. 섬 면적은 넓으나 마을을 제외하고는 평지가 없어 농사짓기가 마땅하지 않다. 주민들은 주로 감자, 고구마, 고추, 마늘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고 쌀은 덕적도나 육지에서 들여온다.

깃대봉에 오르면 보석같은 덕적섬들 한눈에
문갑도에는 네 가지 종교가 공존한다. 감리교, 장로교, 당집, 천주교. 바다로 나간 어부들의 무사귀환을 빌었던 당집부터 60여 년 전 가장 먼저 들어온 감리교 문갑교회, 20여 년 전 천주교 문갑공소, 장로교 구원교회가 들어와 이 섬에 터를 잡았다. 신도수는 많지 않지만 평화롭게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잇고 있다.
문갑도는 해변도 아름답지만 산 정상에서 덕적군도 섬들을 환상적으로 만날 수 있다. 마을에서, 선착장에서, 한월리해수욕장에서 정상인 깃대봉(276m)으로 올라가는 산책코스는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자연식생, 바다풍광, 소나무 군락을 보고 체험하면서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다. 산 속 숲길은 아늑하면서 완만해 초보자도 무난히 걸을 수 있는 코스다. 276m 최고봉인 깃대봉에 서면 점점이 흩뿌려진 보석같은 덕적면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선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와 서쪽으로는 선단여, 굴업도 등의 아름다운 섬들이 구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깃대봉에서 덕적군도의 아름다운 섬들을 눈에 가득 담고 왕재봉을 거쳐 산을 내려가면 반짝이는 고운 모래가 펼쳐지는 한월리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문갑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이다. 한월리해수욕장을 보는 순간 별천지에 온 듯한 아름다운 풍경에 와!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덕적 본섬이 한눈에 들어오고 밟으면 밟을수록 부드럽게 맨발을 파고드는 은빛모래가 300m나 드넓게 펼쳐진다. 한월리해수욕장에서는 캠핑과 물놀이가 가능하다. 최근에 관광객들을 위한 화장실과 샤워시설을 갖췄다. 모래사장 끝은 갯바위와 모래갯벌로 이뤄진 갯티 해안으로 연결되어 또다른 놀거리를 제공한다. 물이 빠진 갯티에선 고동도 잡고, 낚시도 할 수 있다.
마을 앞 문갑해수욕장도 해수욕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갑해수욕장은 마을 어촌계에서 종패를 뿌려 바지락을 양식한다. 바지락 체험을 하고 싶으면 1인당 3천원을 내면 조개를 캘 수 있다. 오후나절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러 갯벌에서 가무락조개를 캐는 문갑도 아주머니들이 실루엣처럼 보인다.
진모래와 어루너머 해변도 이 섬의 명소다. 진모래는 산이 가팔라 일반인들이 넘기에는 무리가 있어 배를 빌려 잠시 쉬었다 오는 곳이고, 어루너머 해변은 마을언덕을 넘어 15분 정도 가야한다. 이곳은 돌틈에서 민물이 나와 물을 받아 먹는 신기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할미염뿌리, 진뿌리는 손맛을 즐기려는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 바다낚시 포인트다.
문갑도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투박하게 묵묵히 속 깊은 정으로 사람들을 껴안고 보듬는다. 도심과는 다르게 조금은 느린 시계바늘이 흐르지만 부족한 가운데도 여유로운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이 이곳에 있다.
문갑도 트레킹 코스
문갑도에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코스는 여럿있다. 선착장입구에서, 마을에서, 해수욕장 입구에서 올라가기 시작해 정상인 깃대봉 처녀바위, 왕재봉, 진고개, 한월리해수욕장을 거쳐 내려오는 코스가 메인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섬을 도는 데 드는 시간은 어른기준 2시간에서 2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문갑도 가는길
문갑도는 당일로 다녀올 수 있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행을 타면 1시간 10여 분 걸린다. 덕적도에서 차도선 나래호를 갈아타고 20~30분을 가면 문갑도에 내린다. 평일은 배가 한 번씩 들어가고 주말엔 두 번 들어간다.
문의 : 고려고속훼리 1577-2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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