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지난호 보기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네

2013-07-04 2013년 7월호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네

 


비행기를 타려면 공항, 고속버스를 타려면 버스터미널, 그렇다면 여객선을 타려면? 인천연안부두이다. 진한 갯내음과 뱃고동 소리가 어우러진 이곳에 오면 섬으로 향하는 설렘이 절로 솟는다. 가깝게는 무의도에서부터 멀리는 쾌속선을 타고 4시간을 가야하는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 그리고 제주도까지… 육지와 섬들을 이곳에서 연결해 준다. 연안부두에서는 배만 타지 않는다. 배도 채운다. 바다가 내놓은 싱싱한 회와 해산물을 풍성하게 먹을 수 있다.

 

그림·글·사진 차지원 일러스트레이터

 

 

양손 가득 보따리를 든 것도 모자라 등에 배낭까지 들쳐 매고 사람들의 줄이 꼬리를 물고 있다. 몸은 무거울지언정 휴가를 떠날 생각에 표정만큼은 한달음에 섬으로 날아갈 것 같다. 벌써부터 튜브를 어깨에 걸고 물장구라도 치듯 이리저리 몸을 흔드는 아이는 엄마 손에 붙들려 줄을 선다. 승선을 재촉하는 안내방송, 줄을 정리하는 역무원의 외침, 일행을 부르는 승객들의 고함, 단체여행객의 허둥대는 소리… 한여름의 연안부두여객터미널의 모습은 시장바닥이다. 근데 그 번잡함이 즐겁다. 아마 그들은 며칠간이라도 도시의 빡빡함을 그 어느 섬 해변에다 훌훌 털고 오리라. 

 

여객터미널에서 나와 잠시 해양광장으로 발길을 돌려본다. 사뭇 여유로운 분위기의 해양광장이 나온다. 피서객들로 붐비던 여객터미널과는 달리 광장을 찾는 사람들은 바닷바람을 쐬러 나온 ‘반짝’ 나들이객이다. 그런데 여기도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대신 복장이 가볍다. 유람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5분 뒤 팔미도행 유람선이 출항합니다.” 안내방송 소리에 선착장의 줄은 더 길어진다. 끼륵끼륵, 갈매기는 유람선 안내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 댓가로 새우깡 좀 얻어먹겠지.

 

선착장 옆으로 7층짜리 건물 하나가 우뚝 솟아있다. 1층은 유람선 매표소, 2층은 카페테리아, 3층은 4D영상관, 그리고 4층부터는 전망대다. 그곳에 오르면 연안부두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멀리 바다 끝이 시야에 들어온다. 멀리 인천대교와 팔미도 등대, 해양공원의 사람들을 보니 전망대 유리창이 곧 유리액자로 변하는 듯하다. 탁 트인 시야와 푸른 바다의 모습에 마음도 한결 시원하다.

 


나무바닥으로 넓게 펼쳐진 해양광장에선 야외무대, 잔디광장, ‘바랴그호’ 추모비, 가수 배호의 흉상, 음악분수대 등을 볼 수 있다. 매주 토요일이면 상설공연이 열리는 야외무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햇볕을 피해 온 나들이객들에게는 그늘막이다. 무대 뒤 체력단련시설에서 휴가철맞이 몸만들기에 한창인 사람, 음악분수대에서 시원하게 춤을 추는 물줄기, 그 속에서 물장구치는 아이들. 그늘쉼터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아빠들. 산책에 나선 강아지.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해양광장을 즐기고 있다. 인천에 바다가 없다고? 오우 노. 바다는 찾는 사람에게만 그 품을 여유롭게 열어주고 있다. 

 

“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문학구장에서는 9회초 SK의 수비가 시작되기 전, ‘연안부두’ 노래가 흘러나온다. 응원단은 한목소리가 돼 힘차게 합창한다. 이 노래는 1979년 혼성 그룹인 김트리오가 불러 인기를 끌었던 가요로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삼미 슈퍼스타즈를 시작으로 SK 와이번스에 이르기까지 응원가로 사용하고 있다. 이 노래비가 연안부두에 세워져 있다. 가수 조관우는 기존 트로트풍으로 만든 이 노래를 댄스곡 형태로 바꾸고 원곡의 가사를 일부 변경해 아시아경기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내용을 넣어 다시 부르기로 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능가하는 멋진 노래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연안부두 제1국제여객터미널 지나 깊은 곳 ‘연안부두로 148번길’. 컨테이너 박스가 성채처럼 쌓여있는 길을 따라 들어서면 막다른 곳에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진다. 순간 ‘이런 데가 있었네’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부두의 끝자락 ‘바다 쉼터’. 이곳에서는 바다도 쉬고 사람도 쉬고 배도 쉰다. 깔끔하게 정돈된 난간과 벤치, 그늘을 만드는 차양막과 깨끗한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난간에 기대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엄마의 품처럼 아늑하고 너그러운 바다가 있다. 멀리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배와 바다로 향하는 배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오고가기를 반복한다. 해상에 특이한 구조물이 떠있다. 송유관이 탯줄처럼 길게 연결되어 있다.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배에 연료를 제공하는 일종의 ‘바다 주유소’이다. 하긴 선박도 밥을 먹어야 움직이니 이런 주유소가 필요하겠다. 시선을 멀리하면 거대한 용 한마리 인천대교가 보인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주탑이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알리며 바람 쐬러 나온 이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늘 길과 바다 길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바다 쉼터’는 연안부두가 숨겨 놓은 한여름밤의 특별한 휴식 공간이다.

 

광장엔 낯선 추모비 하나가 서있다. 커다란 바위 위에는 돌로 만들어진 모자 하나가 뒤집혀 물결에 떠내려가고 있다. 러시아 순양함 ‘바랴그호’의 추모비다. 1904년 2월 10일 인천앞바다 팔미도 근처에서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던 러시아 ‘바랴그호’와 ‘코레에츠’호가 지금의 소월미도에서 자폭했다. 그때 숨진 770명의 군인과 선원을 애도하기위해 2005년에 추모비를 세웠다. 이후 이 해양광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이란 이름을 얻었고 상트페테르부르크시에는 ‘인천광장’이 생겼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인천이 누릴 수 있는 호사 중의 하나가 바로 해산물이다. 바다에서 끌어올린 싱싱한 해산물들이 수도권 수산물도매시장 중 가장 오래된 인천종합어시장에 모인다. 팔딱이는 광어, 우럭, 꽃게. 아, 젓갈도 볼 수 있다. 상인들의 호객소리와 비릿한 생선냄새. 그 자리에서 회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함께 모인다. 바다의 짠 냄새와는 달리 이곳의 인심은 푸짐하다. ‘한 근이요’하면 한 주먹을 더 얹어주는 곳이다. 거미줄처럼 생긴 복잡한 통로를 따라 500여 개의 가게들이 줄지어 있어 굳이 생선을 사지 않더라도 걸어다니며 구경하는 맛도 재미있다. 인천의 땅 끝, 연안부두가. 그곳엔 바다보다 진한 사람냄새가 배어있다.


 

첨부파일
OPEN 공공누리 출처표시 상업용금지 변경금지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이 게시물은 "공공누리"의 자유이용허락 표시제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자료관리담당자
  • 담당부서 콘텐츠기획관
  • 문의처 032-440-8302
  • 최종업데이트 2025-08-28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하십니까?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계정선택
인천시 로그인
0/250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