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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절정, 얼음 세상으로 탈출!
여름의 절정, 얼음 세상으로 탈출!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정정호 자유사진가
덥다. 에어컨 바람만 벗어나면 ‘훅’하고 더운 공기가 덤벼든다. 한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버릴 방법은 없을까. 더위의 횡포에 고군분투하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눈과 얼음 속 세상 극지연구소 홍보관, 차가운 은반 위 스케이팅, 온도는 내리고 몸의 기운은 올리는 여름철 음식까지. 더위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얼음 체험법을 소개한다.
눈과 얼음이 빚은 세상, 극지연구소 홍보관
인간의 구애를 거부한 남극과 북극은 권력 가르기의 무대였다. 19세기에 시작한 극지 선점의 욕망은 피어리를 북극점에 아문센을 남극점에 다다르게 했다. 과거 극지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복의 대상이었다면, 오늘날 극지는 인류의 생존과 연결된 연구의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남극세종과학기지’, 2002년 ‘북극다산과학기지’, 2009년 쇄빙연구선 ‘아라온’을 만들고, 2014년 ‘남극장보고과학기지’ 건설을 앞두고 있다. 그 중심에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극지연구소가 있다.
극지연구소 홍보관이 지난달 극지연구소 내에 개관했다. 눈과 바람이 언어의 전부인 극지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발길을 허락하는 미지의 세계. 이에 극지연구소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극지를 폭넓게 이해하고 연구활동에 공감하길 바라며 홍보관의 문을 열었다.
홍보관은 연구소 본관 1층 로비에 270㎡ 규모로 조성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스크린에 시리도록 하얀 눈과 옥빛 빙하, 오로라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리는 ‘북극의 눈물’을 바라봐야만 할 때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웨들바다표범, 젠투펭귄, 북극곰 등 극지동물의 표본과 모형을 마주할 때는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편이 짠하다.
홍보관은 극지 소개와 지리적 특성·극지의 환경과 생태·극지연구기관과 연구기기·쇄빙연구선 아라온호 등의 코너로 꾸며졌다.
특히 극지에서 빙하를 시추해 연구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해 눈길을 끈다. 핸디현미경을 이용해 극지식물을 관찰하고, 북극진동과 한파, 결빙방지물질을 모의실험할 수도 있다. 세종과학기지의 생활이 담긴 영상과 전시물을 보면서는, 1분 거리에도 10년은 버틸 옷을 입고 나서야하는 극지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다.
홍보관은 우선 3개월간의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학생, 교사, 학부모를 비롯한 일반 방문객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나, 당분간 15명에서 40명 규모의 단체 관람만 가능하다. 견학신청을 하면 홍보관과 함께 연구소 실험실을 둘러보고 극지홍보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극지, 그 미지의 세계로
지척의 시야도 가로막는 블리자드(Blizzard),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서린 옥색 빙하와 오로라, 어제의 발자국조차 지워버리는 날 선 바람. 미지의 아름다움이 지하 어딘가에 매장되어 있는 극지 땅 위에 선다면. 쉽게 상상하기가 어렵다.
극지연구소는 지구환경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극지역의 대기, 지질, 빙하, 운석, 해양환경, 생물자원 등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주도하는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하는 중요한 연구기관. 극지연구소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극지를 이해하고 연구 활동에 공감하도록, 일반인에게 극지현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극지연구체험단(Pole to Pole Korea)’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북극연구체험단, 과학교사, 예술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남극연구체험단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현장체험, 한국극지연구진흥회 주관의 극지연구논술공모전, 극지전시회, 강연회 등 대상별 맞춤형 체험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운영하고 있다.
문의 : 극지연구소 770-8400
그 안은 지금 한겨울,
동남스포피아 아이스링크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흐르는 여름의 절정, 탈출할 곳이 필요하다. 연수구 연수동에 있는 동남스포피아는 인천에서 하나뿐인 아이스링크. 한여름 뜨겁고 텁텁한 공기를 가르고 들어선 아이스링크 안은 소름이 오싹 돋을 만큼 차갑다.
투명한 얼음판 위, ‘스윽스윽’ 스케이트 날이 쓸고 지나는 소리와 청량한 공기가 뒤섞여 한겨울 같은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이곳은 연인, 친구, 가족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어우러지기 좋은 ‘즐겨찾기’ 명소다. 함께 키득거리고 또 넘어지면 서로 일으켜 주며 속정을 도탑게 쌓는다. 한 편에서는 피겨 스케이터가 우아한 몸짓으로 은반 위를 미끄러지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동남스포피아 아이스링크는 인천빙상의 산실이자 인천선수들이 유일하게 기대는 훈령장이기도 하다. 가로 57m, 세로 28m로 정규규격인 60m, 30m에는 못 미치지만, 93년 처음 생긴 이래 지금껏 인천빙상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지원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박대성(53) 인천빙상경기연맹회장이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던 그는 한때 문 닫을 뻔한 인천 유일의 아이스링크를 지켜냈다.
“후배들이 이른 새벽부터 땀 흘리며 연습하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이 안에서 인천의 첫 동계올림픽 은메달 리스트인 이은별 선수를 비롯한 유망주들을 길러냈지요. 내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은별 선수는 대여섯 살 때부터 이곳에서 스케이트를 탔다. 남들이 세 달 걸리는 걸 한 달 만에 배웠다. 밥 먹을래 스케이트 탈래, 물으면 망설임 없이 스케이트를 선택했던 그다. 동남스포피아 아이스링크는 제 2의 이은별을 꿈꾸는 선수들을 위해 오후 6시부터 오전 12시까지 링크를 열어 두고 연습시간을 배려해 준다.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오후 8시까지다.
초보자라면 날렵한 스케이트 날에 의지해 얼음판에 설 수 있을지 부터 걱정일터. 여기서는 인천빙상경기연맹 소속 강사들로부터 기본기부터 탄탄하게 스케이팅을 배울 수 있으니 염려할 필요 없다. 정규강습 종목은 스피드(쇼트트랙)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으로, 만 6세 이상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각 반 20명을 담임제로 교육한다. 강습은 오후 5시부터 5시 50분까지 월·수·금에 있으며 강습료는 12만원. 헬멧은 무료로 대여해주나 스케이트와 장갑 등 기본적인 장비는 갖추어야 한다.
문의 : 동남스포피아 아이스링크 814-1331
기온은 내리고 기운은 올리는,
얼음 요리
덥다. 기온은 쭉 올라가는 데 입맛은 뚝 떨어진다. 하지만 면발이 탱탱하게 살아 있는 면 요리, 새콤달콤 과일과 아삭아삭 얼음이 씹히는 음식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체감온도는 뚝 떨어뜨리고 몸의 기운은 확 올리는 얼음 요리 열전.

나른한 오후 확 깨우는, 수박냉면
냉면의 계절이 왔다. 요즘 같은 날엔 서걱서걱한 살얼음이 둥둥 뜬 시원한 냉면 생각이 간절하다. 한두 번 젓가락질 하다보면 더위가 저 멀리 달아나고 없던 식욕도 슬슬 동하는 맛. 맛있으면 그만인데 평양냉면, 함흥냉면 등 출신 성분도 다양하다. 인천 출신의 화평동냉면은 지름이 30센티미터에 가까운 세숫대야처럼 생긴 냉면그릇으로 유명세를 탔다.
화평동 냉면거리에 있는 ‘일미 화평동 냉면’에는 세숫대야 냉면의 명성을 가볍게 물리친 수박냉면이 있다. 과즙이 철철 흐르는 빨간 속살에 파고든 냉면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송송 쓸어 듬뿍 올린 야채와 탱탱한 면발에 고추장 양념을 쓱쓱 비벼 먹고, 여기에 수박을 곁들인다. 비빔냉면의 매콤함과 수박의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자아낸다.
홍경애(60)씨는 18년 전 이곳에 냉면집을 열어 7년 째 수박냉면을 선보이고 있다. 냉면거리에서는 물론 전국에서도 유일하단다. 달고 맛있는 수박을 쓰고 ‘내가 맛있어야 손님도 맛있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게 맛의 비결. 수박 반 통에 냉면을 넣은 수박냉면이 1만원, 수박 조각을 넣은 냉면수박은 7천원으로, 가격은 수박값에 따라 변동이 있다. 문의 : 일미 화평동 냉면 772-0040

얼음 동동 가슴속까지 시원한, 냉짬뽕
요즘 같은 날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밥과 국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한여름 무더위에 입맛을 잃었다면 냉(冷)짬뽕으로 몸의 기운을 북돋자.
짬뽕은 뜨끈하고 맵싸해야 제격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차가워서 바짝 긴장하게 되는 얼음 동동 띄운 냉짬뽕이 여기 있다.
중국요리집 ‘만다복’은 차이나타운에서는 유일하게 냉짬뽕을 여름특식으로 내놓는다. 뜨거워야 할 음식을 차게 만들었으니 제맛이 날까, 하는 생각은 아주 잠시. 쫄깃쫄깃 탱탱한 면발에 시원하면서도 얼큰한 육수는 목으로 넘어갈 때 알싸한 묘미가 있다. 만다복의 유수삼(47) 주방장은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넣어 매일 4시간 육수를 달이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또 같은 요리라도 단골손님의 경우 그 입맛에 따라 재료와 맛을 달리하며 정성을 들인다고 했다. 먹는 이를 배려하는 마음과 정성스러운 손맛이 진하게 배인 짬뽕 한 그릇에 마음까지 든든해진다. 문의 : 만다복 773-3838

얼음 소스가 자박자박, 유린돈가스
타닥타닥 튀겨 낸 바삭바삭한 돈가스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식사 메뉴. 돈가스가 여름을 맞아 얼음소스가 자박자박 깔린 유린돈가스로 시원하게 변신을 했다.
동춘동에 있는 ‘청담왕돈까스’. 노릇하게 구은 두툼한 돈가스는 당장이라도 한입 베어 먹고 싶을 만큼 먹음직스럽다. 여기에 맵싸한 청양고추와 파릇파릇한 비타민순, 청경채순, 적양무순 등을 버무린 샐러드를 듬뿍 얹어 싱그럽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 살얼음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여 상큼하면서도 개운한 맛을 더 했다. 튀김옷이 눅눅해지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얼음소스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돈가스의 기름기를 잡아줘 오히려 뒷맛이 깔끔하다.
이곳의 음식은 중식·양식 요리사 10여 년 경력 홍진선(33) 사장의 손끝에서 나온다. 그는 고객이 만족하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신선한 재료를 고집하고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살얼음 소스를 얹어 상큼함을 두 배로 끌어올린 유린돈가스도 그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살얼음이 소복이 쌓인 노릇노릇한 돈가스, 어디 생각이나 했을까.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맛봐야 할 여름음식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가슴 설레는 일이다.
문의 : 청담왕돈까스 815-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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