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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덕엔,100년 역사의 예배당 종소리 울린다
그 언덕엔,
100년 역사의
예배당 종소리 울린다
올해 한 장 달랑 남은 달력에 빨간색으로 새겨진 25일. 이 하루 만으로도 12월은 한 달 내내 행복하고 가슴 설렌다. 인천은 서양종교의 ‘홀씨’가 떨어져 100년 역사로 꽃핀 의미 있는 도시. 그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길, 종교를 초월한 사랑에 영하의 바람이 불어도 이 겨울이 춥지 않다.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정정호 자유사진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무엇을 하세요.” 종교를 떠나 어릴 적 크리스마스 전날이면, 다음날 아침 새하얀 솜이불이 온 세상을 포근히 감싸길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하지만 창밖으로 눈이 펑펑 내려도 이젠 밖으로 달려 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한 살 한 살 더 할수록 무뎌지는 감성에 매년 다를 것도 없지만, 이번엔 무언가 특별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그래서 길을 나섰다. 답동성당, 내리교회, 성공회내동교회… 우리나라 기독교 선교의 역사가 시작된 인천에는, 옛 도심인 중구를 중심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오래되고 아름다운 예배당들이 많다.

답동성당 스테인드글라스로 스며든 아침햇살
오밀조밀한 답동 골목길을 지나 오른 언덕 위에서 고풍스러운 서양식 근대 건축물을 만난다. 1897년 프랑스 파리 외방선교회가 지은 답동성당(사적 제287호)이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이자 인천에서 처음 세워진 이 성당은, 1937년 개축공사를 거쳐 고딕에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성당은 제물포성당에서 인천성당 그리고 답동성당으로 100여 년 세월을 비밀스레 간직하고 있다. 그 모습에도 고풍스러운 멋이 흐른다. 붉은 벽돌에 흰색 화강암으로 포인트를 둔 외벽에는 기품이 서려있고, 성당 중앙에 있는 돔형의 탑 위에 솟은 십자가는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선명히 빛난다.
1960년대까지 만해도 매일 정오와 오후 6시면 이 성당 종탑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람결 따라 청아하게 울리던 그 소리는 사람들의 귓가를 지나 마음에 위안으로 다다랐을 것이다.
성당 내부로 들어서면 고요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감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한겨울 차디찬 공기를 데우고 마음까지 따스하게 감싸안는다. 답동성당 762-7613
내리교회 선교 100년의 향기 깊어라
고른 한낮. 탐스러운 햇살이 겨울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빨갛게 언 뺨을 어루만진다. 답동성당 뒷문으로 나와 신포문화의 거리를 지나 내동 개항로 53번 길을 오르면 내리교회에 이른다.
인천이 우리나라 교회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1885년 아펜젤러 선교사 부부와 언더우드 선교사는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하기 위해 제물포항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들은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지 않고 인천의 내리(내동)에 머물면서 선교의 씨앗을 뿌렸고, 그 씨앗이 자라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인 내리교회로 꽃피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리교회를 ‘한국어머니의 교회’라고 부른다.
그 100년의 역사는 교회 곳곳에 흠씬 배어있다. 본당 앞 작은 뜰에는 아펜젤러와 2대 목사인 존스, 이 교회가 설립한 신학교가 배출한 한국 최초의 목사인 김기범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또 본당 3층 로비에는 오래된 성경을 비롯해 교회 초기 때 사용하던 물건들이, 2층 복도에는 선교 역사의 현장을 담은 사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내리교회 760-4000

성공회내동교회 종교를 초월한 사랑, 가슴에 품으며
내리교회에서 머지않은 곳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성공회 교회인 성공회내동교회(인천시유형문화재 제51호)가 있다. 영국 종군신부인 존 코프 주교와 의사 랜디스는 1890년 인천항으로 들어와 이듬해 교회를 짓고 병원을 세워 의료선교 활동을 했다. 교회 안 작은 화단에는 코프 주교와 랜디스의 흉상과 기념비가 서 있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겠다는 일념으로 먼 이국땅을 밟은 약대인(藥大人)의 숨결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듯하다.
교회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검박하면서도 고아한 멋이 흐른다. 화강암으로 견고하게 쌓아올린 중세풍의 석조에 한국의 전통적인 목구조 처마양식을 가미해 멋스럽다. 안으로 들어서면 한옥을 떠올리게 하는 천장 한가운데 있는 예수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본당 뒤쪽 세례대 위에 놓인 연꽃 문양의 십자가도 눈길을 끈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믿던 불교를 포용한다는 뜻으로, 종교를 초월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우게 한다. 성공회내동교회 765-9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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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카페 답동성당 마당 한편에는 아담한 카페가 하나 있다. 따스한 커피 한잔 손에 쥐고 자리에 앉으면, 넓은 유리창 밖으로 정겨운 옛 도심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저 멀리 내리교회와 성공회내동교회도 시야에 들어온다. 커피, 궁중차, 허브티 등 다양한 음료가 있으며, 가격도 2천원 대로 착하다. 문의 : 762-7613
홍예문 성공회내동교회에서 송학로 19번길을 걷다보면 홍예문 위에 오른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많이 본 이 예쁜 돌문은 일본조계지에서 뚫은 터널로, 무지개를 닮았다하여 홍예문(虹霓門)이라 일렀다. 그 일대에 인천항이 내려다보이는 전경이 일품인 ‘파란돌’을 비롯해 ‘히스토리’, ‘아미가’ 등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가 많다.
자유공원 홍예문 바로 곁에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이 있다. 각국공원에서 만국공원으로 불리다 1957년 맥아더장군의 동상을 세우면서는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바다와 항구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풍경,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한 폭의 그림이다. 광장에 있는 무대에서 상설공연이 열리니 크리스마스 특별 공연을 기대해도 좋을 듯. 문의 : 761-4774
인천시역사자료관 / 제물포구락부 자유공원광장에서 남쪽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제물포구락부다. 이곳은 1901년 세워진 서양인들의 친목의 장으로 현재 스토리텔링박물관으로 새 단장했다. 곁에는 인천시역사자료관이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다. 전통미가 깃든 한옥과 잘 가꿔진 정원, 바다가 보이는 뛰어난 전망을 품고 있어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문의 : 773-3498 / 765-0261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 한걸음 발걸음을 더 하면, 또 하나의 역사적인 장소에 닿을 수 있다. 1986년 기독교 선교 100주년을 맞아, 한국 선교의 씨앗이 뿌려진 역사적인 장소에 기념탑이 세워졌다. 탑에는 아펜젤러 선교사 부부와 언더우드 선교사의 청동상이 있고, 제물포항에 내리면서 읊었던 기도문과 당시 인천에서 선교하던 모습 등이 새겨져 있다.
근대문화 역사 따라 걷는 길
(사)해반문화사랑회는 문화재청의 후원으로 중구 일대에 있는 근대문화재들을 둘러보는 ‘인천근대문화재 둘레길’을 개발했다. 그 가운데 하늘길은 답동성당과 내리교회, 성공회내동교회를 둘러보는 코스. 일명 ‘종교 순례의 길’로 총 1천200걸음, 25분 거리다. 해반문화사랑회는 이와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유산 해설사와 함께 둘레길을 걷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해반문화사랑회 : 761-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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