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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족의 겨울나기 지하철역이 ‘딱’이야
지하철역이 ‘딱’이야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기 쉬운 계절. 눈이라도 내릴라 치면 도로가 빙판길이 되어 집 밖으로 나서기도 쉽지 않은 일. 이 겨울, 인천에 지하철이 있어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게다가 지하철역사는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공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문화시설로 우리 일상생활에 휴식과 편안함을 주는 문화공간이 되었다.
글-정경애 (본지 편집위원) | 사진-김성환 (자유사진가)
우리집 스포츠센터로 ‘찜’
인천지하철 경인교대역과 계산역에서는 지하철과는 좀 생뚱맞아 보이는 풍경과 만나게 된다. 지하철역 공간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꾸민 시민탁구광장이 그곳이다. 지난해 5월 경인교대역에 4대의 탁구대를 설치해 만든 시민탁구광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평일에는 50여명 주말에는 1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주민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올해 5월에는 계산역에도 시민탁구광장이 조성됐다.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교회의 도움을 받아 탁구대 4대를 설치하고 저녁 9시까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계산역의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동호회가 생겨날 정도로 호응이 높고 주말 저녁시간이면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탁구대를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계산역에서는 시민들의 활발한 이용을 위해 지난 10월에는 지하철 개통 7주년 기념 탁구대회를 이곳에서 열기도 했다.
시민탁구광장 이용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라켓과 탁구공만 준비해 오면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의 _ 계산역 546-3151, 경인교대역 553-3394)
지하철도 ‘웰빙’시대
겨울을 따듯하게 나기 위해서는 두툼한 겨울 옷 만큼 세심한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혹시 내가 비만은 아닐까, 혈압이 높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이들이라면 인천지하철을 이용해 인천시청역에 들러 건강체크를 할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지하철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9월 19일 인천시청역 지하 2층에 건강관리센터를 개설했다. 이곳에는 키와 체중을 측정해 비만도를 체크할 수 있는 기계와 혈압계 등이 설치돼 있다. 가천의과대학교 길병원의 지원으로 설치된 건강관리센터에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길병원 의료진 2명이 상주하면서 기초 건강상담을 해 준다. 평소에 지하철을 내린 이들은 의료진 없이도 혈압, 체중, 비만도 검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문의 _ 인천시청역 451-3624)
쉬면서 책도 읽는 ‘공공쉼터’
지하철역에서 사람을 기다리거나 지하철 시간을 맞추려고 할 때 흔히들 책을 읽는다. 그런데 미처 책을 준비해오지 못했다면 무엇을 할지 막막해진다. 하지만 인천지하철에서라면 걱정할 필요없다. 지하철역에 있는 자율 도서문화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인천터미널역은 시민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지역주민들과 좋은 책을 서로 나누기위해 지난해 3월 자율 도서문화대를 만들었다. 지역주민과 영풍문고 등이 도서 1천여권과 책장을 기증하는 등 정성으로 꾸민 것. 지역주민이면 누구든지 보고 싶은 도서를 선택해 탁자에 비치된 자율반납대장에 책 이름과 성명, 연락처, 대여일자를 적은 후 무료로 자유롭게 책을 빌릴 수 있다. 반납할 때는 자율반납대장에 반납일자를 적고 책을 제자리에 두면 된다.
지하철공사는 터미널역 외에도 인천지하철 22개 모든 역에 독서마당을 꾸몄다. 역에 따라 공간의 크기나 비치돼 있는 책의 종류가 제각각이지만 시민 누구나 부담없이 편안히 쉬면서 책을 골라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같다.
전시회 감상도 지하에서
인천지하철 예술회관역은 알뜰한(?) 단체들의 좋은 전시공간이다. 지난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재활용품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가 예술회관역 통로에서 열렸다. 우리시가 주최하고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가 주관한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지하철역의 따듯한 공간에 자리를 잡고 오가는 이들의 눈길을 붙들었다.
우리시가 주최하는 행복한 나눔장터의 경우 보통은 중앙공원에서 열리지만 비가 올 경우에는 장소를 예술회관역으로 옮긴다. 몇 차례 비 때문에 장터를 열지 못한 쓰라린 경험을 한 주최측이 예술회관역의 협조를 받아 우천시에는 재빨리 행사 장소를 옮기기로 협의한 덕분이다.
인천시청역에서도 또 다른 전시가 한창이다. 자원봉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사진이 전시되고 있는 것. 전문봉사활동, 가족봉사단 활동 등 주제별로 자원봉사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인천연고의 SK와이번스가 창단 4년만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둔 것을 기념한 프로야구의 명장면을 담은 ‘2003 프로야구 사진전’이 인천터미널, 부평, 예술회관 등 세 개 역에서 순회 전시되기도 하는 등 지하철역사는 여유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여러 단체들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웨딩드레스부터 중고 책까지 쇼핑 천국
예술회관역에는 언제부터인가 인천 최고의 디자이너라고 자부하는 웨딩샵들이 하나둘 들어서더니 어느새 아담한 단지를 만들었다. 성화, 모노, 백인선웨딩 등 쇼윈도우에 비친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짝 없는 처녀라도 괜히 가슴 설레게 한다. 웨딩샵에 이어 메이크업, 여행사, 한복집이 들어서더니 이제는 보석백화점까지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덕분에 결혼 예물에서 신혼여행에 필요한 것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웨딩 타운이 되었다.
경인전철로 환승할 수 있는 부평역에는 환승통로에 다양한 가게들이 모여있다. 도서 할인판매점에서부터 해외직수입브랜드 할인매장, 완구점, 화장품점, 의류점, 구두점 등이 있어 웬만한 패션 타운 못지않다.
거리 청소년의 보금자리, 드롭인 센터
지하철역은 ‘지하’라는 특성 때문에 겨울철이면 노숙자나 집을 나온 청소년들에게 따듯한 보금자리로 통한다. 인천지하철 부평역 대합실 한편에 아담하게 둥지를 틀고 있는‘인천광역시 청소년 Drop-in Center’는 지하철역에 청소년들이 많이 모인다는 점을 역으로 이용해 청소년을 보호하는 곳이다.
집을 나와 세상을 막막하고 두렵게 느끼는 청소년들에게 엄마의 품처럼 포근한 곳, 거리를 배회하거나 학교, 집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은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소년드롭인센터다. 이곳에서는 배고픈 아이들에게 따듯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겨울 맞아 변변한 옷 한 벌 없이 추위와 맞서야 하는 청소년에게는 내복부터 외투까지 장만해 주기도 한다. 혹시 임신한건 아닐까 걱정되는 청소년은 임신진단 시약을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인터넷 정보검색이나 잠깐의 휴식, 그리고 따듯한 차 한 잔을 위해 들러도 좋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청소년들만 이용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좀 섭섭하다. 성교육, 금연교육, 진로교육, 취업지원 등 요일별로 특별 프로그램이 열리기도 하고 위기청소년과 부모를 위한 전문 치료 프로그램으로 미술치료상담, 장기심리상담 등을 해주기도 한다.
센터에는 이영복 실장을 비롯해 요일별 자원봉사자가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의 ‘대모’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덕분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출의 메카’로 불리는 부평역이 위기 청소년들의 따듯한 안식처로 자리잡고 있다. (문의 _ 청소년드롭인센터 516-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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