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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복지관 발사랑회 - 발가락‘꾹’ 정은 ‘새록새록’

2003-10-01 2003년 10월호

남구에 있는 ‘치매노인 돌봄의 집’의 월요일 아침 11시는 늘 기다림의 기운으로 들떠있다. 그 설레임은 ‘발사랑회’ 회원들이 들어서야만 겨우 진정이 된다.
회원들이 들어서기가 무섭게 마음 급한 노인들은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채 발맛사지 받을 채비를 하고 쇼파에 앉아 있다. 하얀 수건 위로 조심스레 올려지는 발들은 7∼80년 동안 노인들의 생을 떠받치고 있었던 만큼, 거칠고 투박하다.
“식사는 잘 하시구.” “잘 하긴, 그제부터 갑자기 변을 못봐서….” “그럼 변을 잘보게 해드려야겠네…여기 아프셔요.” “어∼어 시원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맛사지를 시작하는 발사랑회 회원들은 노인들의 발이 무슨 보물단지라도 되는 양 소중하게 다룬다. 먼저 스프레이를 뿌려서 구석구석 닦아 소독하고 맛사지 크림을 발라 꼼꼼하게 주무른다. 그 뒤 나무로 만든 봉으로 여기저기 살펴가며 본격적으로 맛사지에 들어간다. 바라만 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만큼 고되보이는 일이건만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인들의 입꼬리는 귀를 향해 늘어나고 금세 잠이라도 들듯한 편안한 얼굴이 된다. 맛사지에 장단맞추듯 ‘아, 시원하다’, 혹은 ‘어, 좋다’하는 추임새도 여기저기서 절로 터진다.
‘발사랑회(회장 민대희)’는 여성복지회관에서 지난 2000년부터 ‘발건강관리’ 3개월 강좌를 들은 이들이 수료한 뒤 ‘기왕 배운 기술, 발을 통해 건강과 사랑을 나눠보자’며 한데 뭉친 모임이다. 봉사는 그해부터 시작됐지만 모임으로 정식 발족한 것은 지난해 2월이다. 남구 치매노인 돌봄의 집에서 봉사를 시작한지는 올해로 벌써 4년 째. 20여 명의 회원들이 서너개의 팀을 이루어 이곳 말고도 남구주안노인복지회관, 연수노인복지회관, 부천원미노인복지회관, 소사노인복지회관 등지에 흩어져 봉사를 펼치고 있다.
강좌를 듣고 나서 바로 발사랑회 초기 멤버가 되어 활동하고 있는 최옥필(62세) 씨. 그 자신도 불편한 몸이지만, 아픈 이의 마음은 아픈 사람이 더 잘 헤아릴 수 있기에 여간해서 빠지는 일이 없는 ‘범생이 봉사자’다. 몇 년 전 40년 가까이 모시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허전한 마음에 그를 생각하며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쉴새 없이 계속 팔을 놀리지만 한 사람당 15분 정도씩 해주다보니 한 시간 동안 많아야 네명 정도 밖에 맛사지를 못받는다. 이날 네명의 봉사자가 왔으니 16명이 맛사지를 받는 셈. 여성복지회관 발건강관리 강사로 이 모임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는 민대희 씨는 “더 많은 노인들의 발을 충분히 맛사지 해주지 못하는게 늘 마음에 걸린다”며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램을 늘 품고 산다. 실제 봉사활동에 참여해도 자칫 더럽고, 지저분하다고 여긴 나머지 중도포기자도 속출해 꾸준한 봉사자를 찾기란 힘든 일이란다.
몸의 축소판이라는 발이 편해야 온몸이 편한 법. 경력이 쌓이다 보니 이들은 이제 발 상태만 봐도 ‘척’하고 노인들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만큼 베테랑이 됐다. 어디가 불편하다고 하면 그곳을 집중적으로 마사지해서 다스리기도 한다. 게다가 맛사지를 받는 동안엔 서로 며느리며, 자식 얘기며 속내를 흉허물없이 털어놓는 말벗이 된다. 그러니 어느 노인인들 월요일을 기다리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그런데 정작 발사랑회 회원들은 월요일마다 이곳에 다녀가면 몸은 고달프지만 나머지 일주일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마음의 에너지를 얻는단다. 아무리 그래도 남의 발을 만진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일까, 만은 이들은 맛사지를 받으며 잠시나마 행복에 겨워하는 노인들의 흐뭇한 얼굴이 떠올라 월요일만 되면 무슨 버릇처럼 이곳에 출근도장을 찍고야 만다.

 

 

 

발건강관리 강좌는…

 

여성복지관에서 하는 발건강관리 강좌는 3개월 코스로 해마다 1월부터 3개월 단위로 진행된다. 강사는 민대희씨.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오후반은 2시부터 4시까지, 저녁반은 7시부터 9시까지 강의가 진행된다.
강좌 문의 _ 여성복지관 (425-1362,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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