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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항문학회-세상을 詩처럼 살 수 있다면
평소 책과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시집 한 권을 옆구리에 끼고 거리를 걷고 싶어지는 때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림일기와 독후감을 쓰고 백일장에 나가 상이라도 한번 받은 이라면 ‘내가 왕년에는 말야, 글 깨나 썼다’고 회상하리라. 그렇게 인천에서 글 쓰기, 시 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인천 사랑을 시로, 수필로 옮기는 모임이 있다. 바로 ‘내항 문학회’이다.
내항문학회의 역사는 간단치 않다. 1973년 10월 <경기시문학> 동인회로 첫 발을 내딛은 후 다음해인 1974년에 동인지 「詩流」제1집을 발간했으니 어언 30살의 나이를 먹은 중년의 동호회가 되었다. 75년에는 <栗里>문학회로 이름을 바꾸고 <異人>동인회와 <아동문학회>를 흡수했고 76년에는 <漂流>동인회로 이름을 바꿔 부르다가 드디어 80년에 <내항>문학회로 뿌리를 내렸다.
현재 내항문학회의 동인으로 활동하는 이는 20여 명 정도. 비록 회원은 많지 않지만 30년의 세월이 말해주듯 인천 출신으로 등단한 문인 중에서 내항문학회를 거치지 않은 이가 없고 현재 인천에서 활동하는 중견 문인의 50% 정도는 내항문학회를 거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천을 대표하는 문학 동호회가 되었다. 김구연 아동문학가, 김영승 시인, 서동익 문협지부장, 이원규 소설가, 조우성 시인 등이 그들이다.
내항문학회의 동인이 되는데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등단한 문인이 회원이 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신인이라면 5편 정도의 작품을 동인들이 검토해 만장일치로 회원의 자격을 주기도 한다.
내항문학회는 매월 정기모임을 갖고 소모임 활동을 한다. 회원들이 그 동안 쓴 작품을 발표하고 서로 평가하기도 하고 기성 시인의 작품을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9월 20일 토요일에 열린 9월 정기모임에서는 11월에 발간할 내항문학지 22집에 대한 의논이 오갔다. 30년의 세월동안 발간해온 내항문학의 동인지는 어느새 21권의 연륜을 쌓고 22호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2회 대한민국 지역 문학 전국시도문학인 교류대회에서 93개 동인지가 참가한 동인지 콘테스트 금상을 수상해 연륜과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올해는 내항문학회가 발족한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기 때문에 특별 프로그램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었다.
동호회 자체 프로그램도 활발하지만 독자들이 보다 쉽고 친근하게 시를 느낄 수 있도록 ‘시와 시적행위’라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지난 95년의 첫 번째 시와 시적 행위는 ‘시는 죽어가고 있는가’라는 테마로 시를 창작하고 이를 행위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시 낭송에 다른 장르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넘어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시적 상상력으로 발현시키는 종합적인 시적 행위 예술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시 덫에 걸리다’‘시, 거리로 나서라’‘노숙하는 시여! 일어서라’‘시, 즈믄 해의 벽을 뚫고’‘시21, 딴지21’ 등의 테마로 독자들과 함께 했다. 지난 해에는 한국문화진흥원의 후원으로 연수구청에서 한일월드컵을 기념한 시낭송회와 시적행위를 갖기도 했다.
이와 함께 1999년 내항청소년문학상을 제정하고 인천의 청소년들이 시 쓰는 풍토를 조성해 문학의 저변 확대를 이뤄냈다. 2001년 제3회 내항청소년문학상부터는 전국대회로 확대해 올해 제5회 내항청소년문학상에는 모두 677편의 작품이 접수돼 47편이 본선에 올랐다. 7월에 인하대학교에서 열린 본선대회에는 전라도 광주, 충청도 등지에서 인천을 찾은 청소년들이 그 동안 갈고 닦은 글 솜씨를 뽐낸 결과 안양예고 김미선 양이 시 부문에서, 서초고등학교 서아람 양이 소설 부문에서 각각 장원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들처럼 문학을 사랑하고 아끼며 인천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는 세상에도 시처럼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것일 게다.
글 정경애 · 사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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