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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보기

붉은 해가 지네 내 가슴은 타네

2003-12-01 2003년 12월호

해를 보러 떠난다. 해질 무렵, 노을에 몸을 담그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 출발하더라도 월미도 문화의 거리는 해지기 전 충분히 가 닿을 수 있다. 바다와의 경계를 그어주는 난간을 붙들고 서거나 창 넓은 카페에 앉아 있으면 바다를 오가는 유람선 너머로 지는 해가 보인다. 인천항에 빼곡하게 들어선 크고 작은 어선들 사이로 지는 해를 보려면 연안부두 데크를 찾자. 벤치가 여기저기 놓여있어 어둠이 내릴 때까지 오래 지켜볼 수 있다. 소래포구에 가면 삶의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생생하게 타다 가는 해와 만날 수 있다. 지는 노을 품에서 싱싱한 생선을 흥정하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 보는 것도 색다르다. 인천항의 해지는 풍경은 자유공원에서 바라봐야 제대로, 그리고 한 눈에 보인다. 수출입선박과 중국을 오가는 여객선이 큰 몸집을 비틀며 유유히 오가는 풍경이 손에 잡힌다. 한걸음 더 간다면 도시의 노을과는 전혀 색이 다른 낙조에 빠져볼 수 있다. 산 아래로 옹기종기 둥지를 틀고 있는 강화 장화리 카페마을의 낙조는 커피잔부터 붉게 물들인다. 425개의 계단을 딛고 올라선 석모도 보문사 마애석불에서 해를 지켜보면 주문도, 소승도, 대승도가 점점이 흩어진 바다 사이로 모습을 감춘다. 해 지는 소리가 듣고 싶다면 용유도 을왕리 해변을 거닐어 보는 것이 어떨까. 모래톱을 향해 끝없이 달려드는 파도의 리듬을 타고 해는 바다로 홀연히 떠난다. 어느 곳에 서서 노을을 감상하건, 해는 저마다 독특하고 색다른 변주곡을 연주한다. 우리는 그저 해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가슴을 맡겨 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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