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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갑문
“우와~ 산만한 배가 이렇게 들어오는구나”
지난 1883년 일본에 의해 강제 개항되기 전 까지만 해도 제물포라는 작은 어촌마을에 지나지 않았던 인천. 1911년부터 1923년까지 일본이 인천항 축조공사를 벌여 항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당시 인천항 축조공사에는 인천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죄수들이 동원됐는데 백범 김구 선생도 노역에 강제 동원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74년 현재의 인천항 갑문시설이 완공되면서 인천항은 비로소 우리나라의 관문이자 경제 발전의 핵심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최고 10m에 이르는 조수간만의 차이를 극복한 갑문시설은 인간의 도전정신이 이뤄낸 쾌거로 평가된다. 아시아의 갑문항은 인천항이 유일하다.
인천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자랑거리인 갑문식 항구를 보기위해 박문초등학교 6학년 오승우, 최영진, 이연주, 박선홍, 송승록, 양지혜 여섯 친구들이 월미도를 찾았다.
글-한정민 (전 더클래스 기자) | 사진-김성환 (자유사진가)
‘동남아는 좁다’ 쑥쑥 크는 인천항
갑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천항에 대해 알아야 한다. 월미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인천항 홍보관에서 멀티비전을 통해 인천항 공부가 시작됐다. 20여분 정도 집중하니 21세기 동북아시대를 이끌어갈 인천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다.
인천항은 갑문을 기준으로 내항과 외항으로 구분된다. 내항은 최대 10m에 달하는 조수간만의 차에도 불구하고 5만t급에 이르는 대형선박의 입출항이 가능해 외국화물 전용부두로 활용되고 있다. 모두 8개의 부두로 이뤄져 있으며 2003년 내항 전구역이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갑문 밖의 항구를 일컫는 외항은 위치와 기능에 따라 남항, 북항, 연안부두, 석탄부두, 국제여객부두로 나뉜다. 남항과 북항, 석탄부두는 내항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유류, 액화가스, 석탄, 모래 등을 취급한다. 연안부두는 인천 앞바다 섬들을 오가는 여객선과 어선의 접안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국제여객부두는 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한중 카페리들이 이용하는데 가끔 외국 유람선이 들르기도 한다.
북항과 남항은 현재 시설 확충 공사가 한창이고, 송도국제도시에는 송도신항이 새로 건설되고 있다. 인천이 세계 3대 교역권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북아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핵심 물류기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연안부두랑 화물부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인천항이 정말 많네요. 인천항을 통해서 전 세계와 우리나라가 연결되고 있다니…”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을 짓던 친구들은 미래 해양대국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될 인천에 살고 있다는 게 새삼 뿌듯한 모양이다.
하루 가족나들이 공간으로도 ‘그만’
갑문으로 향하는 월미문에 들어서자 친구들의 입이 ‘쩍’ 벌어진다. 월미산과 소월미도 사이에 위치해 풍광이 아름다운데다 해송과 은행나무, 초록빛 잔디를 보니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 모양이다.
마치 동화 속의 예쁜 정원을 보는 듯하다. 공부하느라 심신이 지친 아이들은 폭신한 잔디밭에서 하루 종일 뒹굴고 싶어하는 눈치다. 반나절 가족나들이 휴식공간으로도 제격이다.
“여기서 결혼식도 해요?” 승우의 질문은 ‘야외결혼식장’이란 푯말 때문이다.
안내를 맡은 갑문홍보관의 강미영 주임은 “이색 결혼식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신청서류만 내면 저렴한 비용으로 결혼식장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른 잔디 위 짭쪼름한 바닷내음과 시원한 바람 속에서 치르는 결혼식. 아이들은 벌써 그런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지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진다.
갑문은 5만t급 선박이 드나드는 큰 갑문과 1만t급 배가 오가는 작은 갑문 등 두 종류다. 큰 갑문은 수로 너비가 36m, 작은 갑문은 22.5m다. 큰 갑문은 길이가 38m나 되고 높이는 18.5m, 두께는 8.3m나 되니 8층 빌딩만한 크기다. 이런 갑문이 모두 여덟 개. 당초 큰 갑문은 2만t급 선박에 맞춰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사 현장을 돌아보던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큰 갑문의 크기가 5만t급 선박에 맞게 커졌다.
커다란 철문이 옆으로 ‘스르르’
강 주임이 선박 입항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도중 마침 중국 선박 한 척이 도크(갑문과 갑문 사이의 수로)로 진입한다. 운이 좋다. 인천항에 입항하는 대형 선박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으니….
육중한 갑문이 바닷물을 가르며 스스로 열리자 영진이 지혜 승록이 연주 승우 선홍이의 입도 덩달아 벌어진다.
갑문 밑에는 바퀴가 달려있어 유압식 모터의 힘으로 레일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인다고. 5분 가량 지나 갑문이 다 열리자 조그만 예인선이 먼저 들어온다. 보통 외국의 항구에 입항하는 선박들은 그 항구의 바닷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외항에서부터 예인선의 안내를 받는다. 예인선은 바다에서 큰 배의 교통안내를 하는 셈이다.
중국의 대형선박이 수로를 통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침이 바짝바짝 마를 정도다. 수로의 너비와 선박의 너비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수로 벽면과 중국 선박 사이의 공간이 불과 서너 뼘 남짓에 불과해 보인다. 조금만 틀어져도 선박이 수로의 콘크리트 벽에 부딪힐 것 같다.
수로 안에 배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완전히 들어오자 열렸던 철문이 닫히고, 수로 안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15분쯤 지났을까? 이번엔 반대쪽 철문이 열린다. 도크에서 기다리던 선박이 드디어 내항으로 들어간다. 갑문을 통과하기까지 40분가량 걸렸지만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우와, 이렇게 큰 배를 가까이서 보기는 첨이에요. 근데 배가 이렇게 갑문을 통해서 드나드는 건 더 신기해요!” “이런 걸 우리나라에서 만들다니 멋져요.” 영진이 지혜 승록이 연주 승우 선홍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도시 인천에 사는 사람이라면 국제시민처럼 행동해야 할 터. 아이들은 이제 갓 인천항에 들어온 중국선박 위의 중국인들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뜻밖의 환영단을 만난 중국인들도 힘차게 손을 흔들어 화답한다.
배를 가둬두는 둑
‘세계적으로 밀물과 썰물 때의 바닷물 높이 차이가 크기로 유명한 인천 앞바다. 밀물 때라면 선박이 항구에 정박할 수 있지만 수면이 10m나 낮아지는 썰물 때라면 선박은 옴짝달싹할 수 없다. 그래서 둑을 쌓아 바닷물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내항을 만든 것이다. 현재 인천항 내항의 깊이는 8~10m 정도다. 그리고 둑에는 수로를 뚫어 배가 드나들 수 있게 하고, 수로 양끝에는 미닫이문을 설치해 썰물 때도 바닷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했으니 바로 이게 갑문이구나…’
갑문이 대충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문이 열리고, 큰 선박이 입항한 뒤 다시 갑문이 닫히는 등의 과정을 직접 보고 난 아이들은 현장에서 배운 생생한 지식으로 머리 속을 가득 충전했다.
하지만 뛰어놀고 싶은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건 역시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조른다. “월미도 놀이기구들이 바로 조~기 있는데… 여기까지 온 김에 월미도도 들렀다 가요. 네?”
견학안내 1974년 완공 이래 국가 주요 보안 시설로 분류, 군인들이 경계 근무까지 섰던 갑문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일반에게 공개되기 시작해 지금은 견학을 원하는 개인, 단체 누구나 돌아볼 수 있다. 특히 지난 7월 인천항만공사가 출범한 이후 갑문을 교육·관광코스로 개발하려는 노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견학 신청은 인천항만공사 갑문운영처 운영관리팀으로 신청하면 된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하므로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피해야 한다. 교통편은 전철 인천역에서 내려 15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바로 갑문운영처 앞에서 내릴 수 있다. (문의 _ 770-4533)
버스타고 둘러보는 ‘인천항 갑문’
인천시티투어버스를 이용해서 갑문을 둘러보는 방법도 있다. 인천의 도심과 관광의 정수를 모아서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운행되는 시내 순환 관광버스다.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비록 승객이 한 명뿐이어도 운행을 거르지 않는다. 인천을 찾는 외지인들이 ‘일목요연’하게 인천을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시티투어버스의 출발지는 주안역과 인천역. 순환버스인 만큼 종착역이자 출발지이기도 한 두 곳에서 동시에 출발한다. 코스는 인천역(역앞 버스 승강장)-월미도(놀이기구 뒤편)-인천항(갑문)-연안부두(회센터 승강장)-송도 유원지(인천상륙작전기념관)-아암도 송도신도시 전망대-신연수역-인천대공원-시청역-주안역을 순환한다. 문의 _ 773-8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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