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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땀 씻어주는 세숫대야 냉면
서민의 땀 씻어주는 세숫대야 냉면
글-김미희 (본지 편집위원) | 사진-김정식 (자유사진가)
냉면계의 마이너리티
한여름의 대표음식인 ‘냉면’하면 가장 먼저 함흥냉면이나 평양냉면이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인천의 동구와 중구 일대 공장과 부둣가 근로자였다면 단연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을 떠올릴 것이다. 함흥냉면이나 평양냉면은 모두 북한에 고향을 두고 있지만 세숫대야 냉면은 동구 화평동에 족보를 둔 바로 우리시 향토 음식이다. 아니 전국 방방곡곡에 ‘화평동 세숫대야 냉면’이란 이름을 내건 체인점까지 생기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냉면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당시 동구 화수시장에는 3개의 식당이 있었고 인근의 대성목재, 동일방직, 해운노조 등 공장과 부둣가 일꾼들이 이곳에 모여 식사를 했단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과 주린 배를 가장 저렴하게 채워주기 위해 식당주인은 넉넉한 양의 냉면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냉면이 그 이름도 엽기적인 세숫대야 냉면. 양에 있어서도 배를 채우기에 충분할 뿐 아니라 시원한 국물과 얼큰하고 매콤한 양념 맛으로 노동에 지친 스트레스를 한번에 날려버렸다. 게다가 당시 300원이라는 냉면 가격도 너무 착하고 서민적이었다. 이때부터 세숫대야 냉면은 사랑을 받기 시작해 전성기에는 화평동에 냉면집이 28개까지 늘어났고 1997년 특색음식거리인 화평동 냉면거리로 공식 인정받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냉면계의 마이너리티였던 세숫대야 냉면은 인천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냉면 드시고 부자되세요~
누가 ‘메뚜기도 한철’이라 했던가. 냉면을 여름철 음식으로만 생각했다면 그 편견을 보기좋게 깨주는 곳이 바로 화평동 냉면거리다. 추운겨울에도 이 맛에 중독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일주일이 멀다하고 찾아온다. 그뿐인가 사장님도, 종업원도 음주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들러야 하는 곳이 바로 이곳.
이집 저집 원조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세숫대야 냉면을 처음 개발한 진짜 원조는 어디일까? 1979년 문을 연 ‘삼미 소문난 냉면’집이 그 원류다. 김중훈(사장 63), 김현금(57)씨 부부는 초창기에 근로자들이 두 세 그릇씩 추가로 주문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냉면그릇을 세숫대야 크기로 특수 주문제작하기 시작했다.
이 냉면집에 들어서면 문 위로 ‘오신 손님 모두 부자되세요.’라는 문구의 현판이 걸려있다. 저렴하게, 그리고 배불리 드시고 남은 돈은 저축해 부자되라는 김 사장의 배려가 그대로 묻어난다. 27년간 이 자리를 지켜온 김 사장은 예전 한창때는 하루에 2200그릇까지 팔아본 적이 있다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동인천 역세권의 상권이 쇄락하고 경인선 복복선 공사로 냉면거리의 반쪽이 잘려나가면서 최근에는 냉면집이 13개 정도로 부쩍 줄었다. 그래도 화평동에서는 3500원 15년전 가격 그대로 맛나고 양 많은 냉면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사리추가는 공짜다.
국물이 … 끝내줘요~
오늘 일일주부로 참여한 이화미(부평, 36)씨는 외모에서부터 무언가 배우고 싶은 열정이 넘치는 활력있는 주부같지 않은 주부다. 오랫동안 동화구연가와 색동극단에서 활동한 탓인지 선명하고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이것저것 물어오자 김현금 씨도 대답을 피할 길이 없는 듯하다. “집에서 냉면 만들려면 사실 많이 번거로워요. 한번은 큰 맘 먹고 오랫동안 육수를 끓였는데 맛이 안나더라고요. 육수는 어떻게 끓여야 맛이 날까요?”김씨는 무언가 들킨 듯 조금 놀라며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게 우리집 맛의 비결인데 들켜버렸네. 생강, 고추씨, 무, 마늘, 오이 등 각종 야채를 끓이는데 육수랑 별도로 끓여요. 그래야 각각의 향을 살릴 수 있거든요. 그리고 우리집 육수는 오리를 사용해요. 광우병 때문에 사골이 인기가 없어져서 오리를 사용하는데 닭보다 훨씬 담백하고 개운한 맛이 나서 사람들이 좋아해요. 육수도 중요하지만 무김치와 열무김치 맛이 냉면 맛을 더 좌우하지요.” 오늘 수업은 끝인데 이화미 주부는 열무김치 담그는 법도 배워야 할 참이다.
| 화평동 냉면거리 |

여러분도 일일 요리사가 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주부는 <굿모닝인천> 편집실 (440-2072)로 연락 주세요.
화평동 냉면 만들기
<물냉면 육수만들기>
① 양파, 마늘, 대추, 무, 대파, 오이, 생강, 고추씨 등 각종 야채를 3시간 이상 끓이고 소 양지머리(또는 닭, 오리)를 따로 6시간 이상 끓여낸다.
② 센불에서 고기를 넣고 끓이다가 다시 끓기 시작하면 중간불로 놓고 끓인다. 고기를 끓이는 동안 거품을 걷어내고 다 고아내면 식혀서 기름을 걷는다.
③ 육수를 끓이는 도중에 찬물을 보충하면 누린내가 나고 맛이 없어지므로 주의한다.
<비빔냉면 양념장만들기>
① 고춧가루, 고추장, 물엿, 설탕, 다진 마늘, 다진 양파, 식초, 간장, 깨소금 등을 넣는다.
② 비빔냉면의 양념장을 만들 때 물대신 식초를 사용하며 만든 양념을 3일정도 숙성시킨다.
※공통 : 초절임 무, 잘 익은 열무김치, 깨소금, 참기름
〈알아두기〉
① 냉면을 먹을 때 계란을 먼저 먹는 것이 순서이다. 더운 여름 사람의 뱃속에 찬기운이 돌아 찬 음식인 냉면을 먹으면 배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계란을 먼저 먹어야 한다.
② 메밀과 감자전분 등으로 만든 냉면은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이다. 특히 메밀에는 다른 곡물과 달리 불용성 섬유소가 들어있어 소화를 돕고 변비에도 효과가 있다.
③ 면은 잘라 먹지 않는 게 원칙이다. 가위의 날이 닿으면 면의 생명을 잃어 맛이 없어진다고 한다.
④ 식초는 겨자의 향을 살려주고 대장균을 죽이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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