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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대, 더 처연한 사랑앓이
사랑에 대한 열병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가 보다. 폭염 속에 쏟아지는 듯한 20대의 가슴앓이를 지나 조금은 차분하게 맞는 30대의 현실적 사랑.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더 깊고 처연한 40대의 사랑. 어디 그 것 뿐이랴, 사는 동안 맞닿는 그 숱한 사랑들. 차분히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사랑은 저마다의 색깔을 달리하고 있음을 알게된다.
전경옥의 콘서트를 보러 가는 차안에서 나는 내내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다가서는 불혹(不惑)이란 나이.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 하지만 여전히 흔들리는 나의 삶과 방황을 전경옥의 노래는 어떻게 해석해 들려줄까…. 지난 12월 8일 어둑해져 오는 오후 6시께 콘서트가 열리는 중구문화원(옛 인천문화원)은 아주 고즈넉했다. 전경옥의 노래와 콘서트 공간이 잘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인천근대건축물의 상징 중 하나인 옛 인천시립박물관 자리가 지금의 중구문화원 아니겠는가. 40대의 사랑앓이를 노래하는 전경옥다운 선택으로 보였다. 전경옥의 노래는 40대의 사랑앓이가 20대, 30대와 다른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40대의 사랑은 가지려는 것이 아니라 버림으로 얻어지는 화해와 평화, 그 속에 담겨진 눈물…. 정말 전경옥은 사랑을 아는 가수인 것 같다.
콘서트의 프롤로그는 「바다」라는 곡이었다. 이어지는 「사랑앓이」 「멀리 가는 물」 「더불어 숲」 등. 강한 비트나 기계음을 가급적 삼간 채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진한 향수와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진정성이 담긴 곡들이었다. 음반 자서에 전경옥은 자신의 노래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지난 여름 장대빗소리를 들으며 「사랑앓이」를 부르기 시작하여 낙엽이 뒹구는 가을에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손이 따뜻한 이유, 차가운 이유」를 두 손 모아 불렀다. 이듬해 봄에는-다시금 사랑이 날 찾아오겠지-라고 속삭이며 「굳은 살 떼어내며」로 사랑앓이의 긴 여정을 마쳤다. 그리 애틋한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더 이상 내 속에 뜨거운 것이 없음을 느꼈을 때… 세월이 흘러 온통 검은 물이 되어버렸음을 깨닫는 순간은 참으로 아픈 자각이었다….’ 에필로그는 「다시, 바다」라는 곡이었다. 바다로 시작하여 다시 바다로 끝나는 것이었다. 전경옥이 그렇게 갈망하는 사랑앓이란 다름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깨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대동의 세상을 꿈꾸는 것은 아닐런지, 그러면서도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에 대한 무한 애정은 아닐런지. 첫 음반보다는 곡 구성이나 가사가 훨씬 깊어졌고 멜로디 또한 마음을 비운 듯한 차분함이었다.
전경옥과는 구면이다. 5년 전 첫 음반 발매를 위한 기금마련 ‘인천 콘서트’를 당시 내가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기획했던 것이다. 그때 처음 전경옥의 노래를 접했고, 이내 나는 그녀의 열렬한 팬이 되어버렸다. 인천 출신으로 서울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지만 대중가수로 나선 전경옥.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접점을 잘 조화시키고 있는 전경옥의 음악에 대한 사랑앓이는 계속되어야 하고 나는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글 _ 유봉희 (문화기획가. 도서출판 다인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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