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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라, 그리하면 다른 세상이 열릴것이다
다른 세상이 열릴것이다
삭막한 잿빛도시의 지붕이 다양하게 채색되어가고 있다. 학교폭력, 자살, 시위 등 일탈의 공간 혹은 쓰지 않는 물건들을 처박아두는 버려진 공간으로 여겨지던 옥상, 그곳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또 다른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이색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글-김미희 (본지 편집위원) | 사진-김정식 (자유사진가)
일상에서 만나는 옥상
공공건물옥상, 공공의 쉼터로
회색빛 도시가 숨을 쉬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옥상이 흙으로 덮이고 작은 나무들과 야생화들이 자라고 마른 시멘트 공간에서 쫓겨난 작은 생명체들이 보금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인천시청 민원동 옥상은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는다면 그냥 지상공원으로 믿을 정도로 옥상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334평의 옥상엔 소나무, 눈향나무 등 1천480여주의 수목과 하늘매발톱 등 25종의 야생화가 자란다. 꽃나무들이 계절을 달리하며 옷을 갈아입고 석조 공예품에는 빗물이 고여 자연스레 작은 연못이 만들어져 연꽃이 자란다. 어디서 찾아들었는지 소금쟁이 형제들이 여유롭게 헤엄친다. 덩굴장미로 꾸민 아치는 모델을 돋보이게 하는 촬영 포인트다. 또 지압로와 데크가 설치돼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친환경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민원을 위해 시청을 찾은 시민이면 누구에게나 허락된 이 공간은 공공의 쉼터로 활용되고 있다.
한편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 위치한 한국토지공사 인천본부 건물 4층에는 다양한 꽃나무와 벤치로 꾸며진 ‘소공원’이 있다. 파고라가 설치돼 그늘을 만들어주고 눈, 비 등을 막아주어 사철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 옥상도 쉼터로 꾸며져 있는데 멀리 보이는 문학경기장, 종합문화예술회관 등의 야경이 볼 만하다. 이 건물에는 토지공사를 비롯해 인천문화재단과 농협 등이 들어서 있다.
나만의 옥상 가꾸기
김진준(만수3동 통장, 61세)씨 집 옥상에 들어서면 라일락 향기가 진동을 한다. 지역 재개발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버려진 항아리를 이용해 김씨는 4층 옥상에 아기자기하게 화단을 꾸몄다. 항아리를 보면 고향느낌이 들고 꽃을 워낙 좋아해서 한개 두개 모아온 게 이렇게 정원이 됐단다. 진달래, 개나리, 벚꽃나무, 능소화, 소사나무, 귤나무 등 30여 종 의 꽃나무가 100그루 이상 자라고 있다. 꽃이 만발하면 주민들이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옥상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2평 남짓한 정자도 마련돼 있어 주민들의 간담회가 열리거나 이웃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한다. 이곳에 오면 만월산과 시선이 이어져 마치 숲이 무성한 산꼭대기 정자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겨울에는 눈꽃이 장관을 이룬다며 설경을 구경하고 싶다면 꼭 놀러오라고 귀띔한다.
옥상정원 꾸미기의 바람은 개인 주택뿐 아니라 아파트에서도 불고 있다. 부평의 ‘성일파크뷰’에도 옥상정원이 꾸며져 있고 신흥주거지로 떠오르는 남동구 서창동 일대의 신축 아파트에도 옥상정원이 설치될 계획이다. 삭막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아파트가 아니라 사람냄새, 자연냄새 나는 아파트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터 속 옹달샘
공장지붕에서 으레 연기가 나는 게 보통 아닌가? 그런데 이 공장건물에서는 굴뚝을 찾아 볼 수 없고 계절마다 초록지붕, 분홍지붕 등 그 색이 달라진다. 부평 갈산동에 위치한 아파트형 공장인 우림 라이온스밸리 옥상은 직장인들이 도심속에서 지친 몸을 자연 속에 담그고 긴장을 풀 수 있는 공간이다. 8층, 10층, 13층의 세 개동의 옥상에서 보는 세상은 눈높이가 달라서인지 제각각 다른 느낌이다. 잘 정돈된 정원과 벤치, 골프 퍼팅장 등이 설치돼 있다. 내려다보이는 대형 분수광장은 외국의 신도시에 와 있는 느낌을 연출한다. 연면적 4만평에 200평 규모의 옥상정원이 각 동에 꾸며져 있으며 건물 구석구석에는 중정가든, 벽천, 소규모 공연무대 등이 설치돼 공장이라기보다는 고급 오피스텔에 와 있는 느낌이다.
한편 구월동 롯데백화점 옆 이토타워 옥상정원은 건축계에서도 알아줄 만큼 잘 꾸며져 있다. 15층 건물의 6층에 꾸며진 정원에는 대나무, 흐르는 연못, 분수대 등이 설치돼 있으며 건물 가운데에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뚫려 있다. 이 건물에 들어선 각종 금융기관과 음식점 직원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으며 은은한 조명으로 야경이 제법 볼만 하다.
자연과 호흡하는 배움터
2002년에 생긴 계양구의 한솔유치원(546-7815)은 어린이들에게 옥상의 작은 텃밭을 나누어 주어 생명이 창조되는 과정을 관찰하도록 했다. 120여명의 유치원생들이 하루에 한번씩 옥상에 올라와 식물들에게 물을 주는 등 자연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텃밭은 작지만 딸기, 상추, 치커리, 방울토마토 등을 키우며 자연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배우고 있다.
인하대 하이테크센터 7층에 초록으로 꾸며진 옥상정원은 학업으로 지친 학생들에게 눈의 피로도 풀어주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별이 쏟아지는 밤이면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문화가 숨쉬는 옥상
맛이 있는 옥상
중구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카페 캐슬의 옥상에는 작은 식물들이 심어져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닥에는 파릇파릇한 천연잔디가 깔려 있어 싱그러움을 만끽하며 차를 마실 수 있다. 이곳은 단체 모임 장소로 이용돼 가든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작은 분수와 파라솔 그리고 인천항의 낙조는 누구든 화폭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좋은 대추로 직접 다려 만든 대추차가 사철 인기메뉴다 (773-2116).
즐거운 놀이동산 하늘공원
건물옥상 중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이 바로 백화점 옥상이다. 상품들을 쌓아두던 창고에서 놀이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롯데백화점(인천점, 부평점) 하늘공원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벤치, 조각상, 화단, 휴식공간 등이 설치돼 있으며 어린이날과 여름방학 등에는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올해 여름에도 하늘공원에 어린이들을 위한 야외풀장이 마련될 계획이다. 그밖에도 구월동 인천CGV가 있는 see&see 건물 옥상과 연수동 연수프라자 옥상정원도 잘 꾸며져 영화 관람, 쇼핑, 식사 등을 즐긴 후 쉬어 갈 수 있어 좋다.
영화와 만난 옥상
대안적 미술활동 공간인 스페이스 빔은 올해로 옥상영화제 그 세 번째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번 테마는‘슈퍼스타’. 대중의 욕망과 자본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상업적 스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역설적 의미로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마이너리티, 비주류, 언더그라운드 등의 ‘휴먼스타’가 진정한‘슈퍼스타’이다. 독일 월드컵이 한창인 6월 15일~17일(19:00~01:00)동안 스페이스 빔 갤러리 3층 옥상에서 열린다. 천국의 아이들, 내일의 죠, 파워 오브 원 등이 상영되며 단편영화로는 꾸러기 스튜디오, 인하대 연극영화과의 단편영화 등이 상영된다. 여름의 길목에서 상큼한 바람을 맞으며 옥상영화제를 즐겨보자. (422-8630, http://spacebeam.net)
누구든 옥상에 관한 한 두 가지 추억은 있겠지만 특히 학교의 옥상은 일탈을 꿈꾸는 학생들의 특별한 공간이다. 고등학교 옥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방과후 옥상’은 일명 학교 짱을 건드린 소년이 방과후 옥상으로 불려가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3월에 개봉한‘방과후 옥상’은 봉태규가 주연을 맡았고 그 특유의 코믹하고 황당한 캐릭터로 재미를 자아낸다.
앗, 옥상정원 이런 효과가~
환경적인 측면에서 파괴된 생태계의 기능을 복원해주고 도시화로 인한 열섬현상을 줄여 기후조절에도 도움을 주며 대기오염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시민들의 잦은 이용으로 건물의 가치가 상승하고 에너지 비용이 절감되며 건물내구성이 좋아진다. 또 사회적인 효과로 도시경관이 아름다워지고 시민들에게 쉴 공간을 제공하며 환경교육의 장으로 이용된다. 한편 한국녹색문화재단에서는 지난해부터 옥상녹화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소규모 생물서식 공간인 비오톱을 조성하는 비영리법인이나 단체 또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매년 3월에 신청을 받아 심사를 통해 선정된 사업에 대해 1억 5000만원 안팎으로 지원한다. 단순한 옥상녹화는 제외되며 다양한 생물종이 공동으로 서식하도록 조성하는 사업에 해당된다. (문의 _ 02-2285-2035, www.forestfd.or.kr) 개인이 옥상정원을 꾸미기 위해서는 배수와 무게하중 등 건물의 안전진단부터 받아야한다. 옥상에는 해마다 따로 심지 않아도 되고 물도 자주 줄 필요가 없는 야생화초류를 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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