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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선율로 여는 ‘희망’의 갑신년

2004-02-01 2004년 2월호

SCENE#1
1월 15일 오후 3시 대공연장 리허설 무대

 

어두운 조명, 객석에 듬성듬성 앉아 있는 관계자들, 자유로운 복장의 연주자들…. 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은은한 선율이 흐르는가 싶더니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강렬한 비트가 터져 나온다. 음악의 주인공은 금노상 씨가 지휘하는 시립교향악단. 오늘 7시에 있을‘2004 사랑과 희망나눔 신년음악회’의 막을 열 주페(Franz von Suppe)의 서곡‘시인과 농부’ 최종 리허설이 한창이다. 객석에 앉아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시립교향악단의 신동환 단무장에게 ‘시인과 농부’를 택한 이유를 물었다. “가난한 농부의 농심을 담은 곡으로 연주시간은 10여분 밖에 안되지만 해가 떠오르는 모양을 시작으로 농부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 등의 풍경을 담은 작품이라 시민들이 새해, 새 소망을 담고 활기찬 한 해를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과 잘 어울려서”라고 대답한다. 작년 10월에 이미 기획된 이번 공연은 한달 가량의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올려지는 것이란다.
같은 시간 시립무용단 연습실에서는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할‘메구소리’로 무대에 오를 시립무용단원들이 분장에 한창이다. 메구소리는 시립무용단이 2002년 초연했던 작품으로 이번 공연의 피날레로 선택된 것이라 더 뜻깊다.

 

 

 

SCENE#2
오후 4시 30분 대공연장 입구

 

고요하던 대공연장 정문이 하나 둘씩 모여드는 사람으로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공연티켓을 좌석권과 바꾸려는 사람들이다. 일찍 온 만큼 좋은 좌석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좌석권을 받은 한 아저씨는 아직 공연장 입장이 안된다는 직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정에 애원을 거듭해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좌석배치도를 확인하고는 다시 더 좋은 좌석으로 바꿔달라고 애교섞인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우리시는 대공연장 좌석 1524석에 맞춰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았다. 예년의 경우 예약 후 공연장을 찾는 사람이 70% 정도 수준이라 나머지 30%는 유관 기관과 문화예술인, 인천시립교향악단을 사랑하는 모임 등에 초대권을 배포했다.
좌석권 3장을 손에 들고 있는 정순천 씨 (40·연수구 동춘동)는 올해로 벌써 세 번째 신년음악회를 본다는 매니아. 신년음악회가 너무 감동적이라는 그이는 작년에는 공연시작 1시간 전에 왔다가 줄이 너무 길어 고생을 해서 올해는 3시간 전부터 나왔단다. 엄마와 함께 온 정종운 군(7세)은 다섯 살 때부터 신년음악회에 엄마를 따라다닌 덕분인지 “음악회, 너무 재밌어요”라며 맑은 웃음을 짓는다.
초대권도 없고 인터넷 예약도 하지 못한 사람들은 “혹시 빈자리가 생기면 입장시켜 드리겠다”는 직원의 말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두 시간 여의 긴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SCENE#3
오후 6시 30분 휴게실

 

공연시작 30분전. 가족을 기다리는 이, 매점에서 간단한 스넥으로 허기를 달래는 이…. 매점 앞에서 만난 이관형 씨는 아이들 방학을 맞아 숙제도 할 겸 가족이 함께 왔단다. 공연장 출입문 앞에서는 우리시 직원들이 공연순서가 인쇄된 팸플릿 안에 뭔가를 끼워 넣느라 분주하다. 설날을 맞아 도호부청사에서 펼쳐지는 행사 안내 팸플릿이다.
신년음악회 팸플릿을 받아든 이들이 하나 둘씩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고 공연장에서는 벌써 오늘 연주될 작품에 대한 작품해설이 진행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는 기본에 충실한 이들이 팸플릿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작품해설을 듣는다.

 

 

 

SCENE#4
오후 7시 무대

 

조명이 어두워지고 사회자 홍유경 씨가 무대에 등장해 새해 인사를 나눈다. 첫 곡으로 주페의 서곡 ‘시인과 농부’가 연주되자 술렁거렸던 객석은 어느새 고요해지고 관객은 음악 감상에 몰입한다. 첼로가 연주하는 부드러운 선율과 현악기와 관악기의 화답으로 부드러움을 주었다. 소프라노 강인혜 교수의 연주와 테너 강무림 교수의 강렬한‘열정’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갑자기“브라보”라는 외침이 쏟아지기도 한다. 이어 3인의 소프라노 김인혜, 김향란, 서윤진 씨가 멋진 화음으로 귀에 익은 이탈리아 가곡을 들려주자 객석에선 흥얼흥얼 따라 부르는가 하면 박자에 맞춰 박수로 화답한다. 어린이 관객들은 팸플릿을 들여다보며 곡명을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휘자 금노상 씨는 연주회 중간, 오늘 연주회에 자리를 같이한 안상수 인천시장을 비롯해 신경철 의장과 우리시의 자매도시인 일본 기타큐슈시 부의장을 비롯한 16명의 시의원들을 시민들에게 인사시켰다.
같은 시간 대공연장 2층에 자리잡은 ‘문화어린이방’은 열 너 댓명의 아이들로 붐빈다. 문화어린이방은 문화예술회관에서 관객들의 관람분위기 조성과 편의를 위해 공연 중에 7세 이하의 어린이를 맡아서 보호해 주는 곳이다. 두 명의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아이들을 돌보느라‘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는다. 공연을 보고 있는 엄마를 대신해 젖먹이 아기를 연신 어르고 있는 젊은 아빠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잠깐의 휴식후 이어진 2부 공연은 우리나라 전통 음악으로 꾸며졌다. 세계 최장시간(9시간 20분) 최연소 판소리 연창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김주리 어린이가 춘향가 중‘사랑가’와 수궁가 중 ‘수궁잔치’를 들려주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81호 강준섭·김애신·나연주 씨가 심청전 중 ‘뺑파전’을 보여줘 관객들의 신명을 돋웠다.
공연의 피날레는 시립예술단의 합동공연‘메구소리’로 장식됐다. 국악 작품을 교향악으로 편곡한 작품으로 시립교향악단과 시립합창단의 연주에 맞춰 시립무용단의 상모돌리기, 바라춤, 반고춤 등이 어우러진다. 신명나는 장단과 화려한 춤사위로 객석에 앉은 관객들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고 발장구를 친다. 여기에 이경섭 사물팀과 노종선 풍물단 등 200여 명이 어우러져 가히 환상적인 무대를 보여주었다.

 

 

 

SCENE#5
오후 9시 10분 대공연장

 

2시간 여의 공연이 모두 끝난 후에도 관객들의 함성은 그칠 줄을 모른다. 여기저기서 ‘앵콜’하는 외침이 들리고 연주자들이 모두 퇴장하고 서서히 막이 내릴 때까지 박수소리가 이어진다.
객석에 앉아 시종 긴장된 표정으로 연주를 감상하다 끝내 눈물을 흘린 서현선 씨(41·연수구 옥련동).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티켓도 없이 공연장에 왔다가 어렵게 들어왔어요. 3인의 소프라노가 펼친 공연이 너무 좋았어요. 음색이 다른 세 분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특색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지막 작품인 메구소리는 종합예술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어요. 공연을 보면서 공연히 가족들이 떠올랐어요. 내가 그동안 가족들에게 너무 베풀지 못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군요.”
삼삼오오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대공연장을 빠져나가는 시민들. 그들의 가슴속에 남아있을 신년음악회의 잔잔한 선율은 일년 내내 사랑과 희망을 갖게 하는 원천이 되어줄 것이다.

 

 

 

글 _ 정경애 · 사진 _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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