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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에 가면…주인공이 된다

2006-05-01 2006년 5월호

그 바다에 가면…
주인공이 된다



이름만큼이나 예쁜 섬 소야도에서는 누구나 ‘연애소설’을 쓸 수 있다. 파란 바닷물을 잉크 삼고 하얀 백사장을 종이 삼아 묵묵히 들어주는 바다와 대화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나만의 러브스토리를 써본다. 글-유동현 (본지 편집장) | 사진-김성환 (자유사진가)


# 똑딱선 타는 즐거움


우아하게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폼이 이름 그대로 공주님답다. 뱃고동 한번 울리고 연안부두를 떠난 쾌속선 ‘프린세스’호는 춤추듯 바닷길을 헤쳐 나간다. 한 시간 만에 소야도가 눈 앞에 들어온다. 섬의 수호신 같은 장군바위가 뱃머리를 향해 성큼 걸어 나올 태세를 취하며 무언의 ‘검문’을 한다.
배는 덕적도 진리 뱃터에 닿는다. 성질 급한 사람들은 헤엄쳐 건넜다는 전설 아닌 전설이 전해져 올 정도로 소야도는 덕적도와 가깝지만 두 섬은 갯골로 엄연히 갈라 놓여져 있다. 종선(從船)으로 갈아타야 소야도에 갈 수 있다. 공주님 같은 프린세스호에 비하면 무수리 같은 똑딱선이지만 5분 동안의 종선타기는 섬 여행의 에피타이저 같은 맛을 준다.
소야도 도우나룻개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봄 햇살 쬐며 평화롭게 졸고 있는 마을 하나가 나온다. 80가구 180여 명이 소야도에 살고 있는데 대부분의 주민이 이곳 선촌마을에서 산다. 구불구불 좁은 돌담길, 색색가지 함석지붕, 빨래줄에 걸려 있는 숭어새끼…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풍경이 구석구석 화석처럼 굳어져 있다. 마을 앞바다에는 갈섬, 간데섬, 물푸레섬이 공기돌처럼 놓여 있다. 물이 빠지면 서로 어깨가 닿기 때문에 징검다리 삼아 건너 갈 수 있는 무인도들이다.
마을에서 보면 멀리 용유도와 자월도의 자태가 뚜렷하다. 그 섬들과 소야도 사이로 LNG선 같은 대형 선박들이 지나간다. 옛부터 소야도 앞바다는 바다길목이었다. 여기서 섬 이름에 대한 궁금증 하나를 풀고 간다. ‘소야도(蘇爺島)’로 불리게 된 유래를 주민들에게 묻자 바로 갑론을박이 시작된다. “옛날 당나라 소정방이 나당연합을 결성하고 백제를 치기 위해 내려가던 중 이곳에서 정박했기 때문이다”라는 설과 “섬의 생김새가 새가 날아가는 모양이라 해서 ‘새곶섬’으로 불리다가 사야도-소야도가 됐다”는 설이 팽팽히 맞선다.


 


# 무인도 탐사하는 짜릿함


해안선 길이가 14㎞ 정도 되는 소야도는 도처에 천연 해수욕장이 숨어 있을 만큼 아름다운 섬이다. 특히 섬 남쪽의 뗏뿌루해수욕장은 해변 좋기로 유명한 덕적면에서도 알아주는 해변이다. 서해안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은빛 고운 백사장이 700여m 가량 활처럼 휘어져 있는 해수욕장이다. 모래가 고우면 물빛도 고운 것인가. 흰 포말을 앞세우고 밀려드는 바다의 푸르름이 하얀 해변을 청색 물감으로 물들인다. 해송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해변 위로는 잔디가 깔려있고 샤워장, 식수대, 화장실 등이 깨끗하게 갖춰져 있어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으며 야영하기 제격이다.
해안 끝자락에는 또 다른 해변으로 갈 수 있는 오솔길이 열려 있다. 하늘로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을 10여분 정도 지나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묻혀버릴 만큼 우렁찬 파도 소리가 들리고 이어 새로운 바다가 열린다. 이름도 생소한 죽노골해수욕장이다. 영화 <연애소설> 덕분에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이 해변은 이쪽에서 저쪽 끝까지 달음박질 하면 1분 안에 닿을 수 있을 만큼 아담하다. 마치 방앗간에서 갓 찧어낸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부드러운 모래가 사방에 깔려 있다. 바다 앞에는 뒷목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떠 있다. 하루 두 번 섬끼리 손을 잡으며 물길을 터 준다. 발길이 뜸한 만큼 이 작은 섬은 자신의 살갗에 소라, 고동, 굴 등을 주렁주렁 붙여 놓는다.
일찍이 소야도는 강태공들의 단골 낚시터였다.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해안선을 따라 각양각색의 갯바위들이 줄지어 서있다. ‘뒤장불’ ‘진대끝’ ‘마배뿌리’ ‘북망뿌리’ 등에서 낚시대를 드리우면 우럭, 놀래미, 농어 등이 걸려든다. 소야도를 베이스 캠프 삼고 덕적도, 자월도, 이작도 앞 바다까지 원정가는 선상낚시도 할 수 있다.


 


가는 길 _


① 연안부두에서 덕적도행 쾌속선 프린세스호를 타고 덕적도 진리선착장에서 내려 소야도로 가는 종선으로 갈아탄다. 계절이나 물때에 따라 운행시간이 수시로 바뀌므로 출발 전에 전화나 홈페이지로 확인해야 한다.
(우리고속훼리 887-2891-5 / www.urief.co.kr)
②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자월도를 경유해서도 갈 수 있다. 여기서는 차를 싣고 갈 수 있다.
(대부해운 886-7813~4 / www.daebuhw.com)
섬 정보 _ 여인숙과 식당은 없고 민박집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 민박, 식사, 조개잡이, 낚시 등 전반적인 섬 안내는 최윤묵 이장(831-6969 / 016-379-6869)에게 문의하면 된다.



소야도에서 쓴 연애소설


2002년 9월에 개봉한 영화 <연애소설>은 20대 초반 세 젊은이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멜로 드라마로 차태현(지환), 이은주(경희), 손예진(수인)이 출연했다. 영화 곳곳에 소야도의 아름다운 풍치가 배어 나온다. 죽노골해수욕장에서는 세 사람이 조개껍질로 모래사장에 ‘지환 경희 수인 여행기념’ 이라고 새겨 놓고 즐겁게 뛰노는 장면이 나온다. 소야분교였던 상록휴양원(832-9961)의 모습도 필름 곳곳에 나온다. 휴양원의 작은 연못에서 지환이 경희와 수인을 위해 모닥불로 반딧불을 만들어주는 장면, 지환과 수인이 나무아래의 벤치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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