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은발의 열정 무대에 꽃 피운다 인천그린실버악단
은발의 열정 무대에 꽃 피운다
인천그린실버악단
글-신은주 (인화여고 국어교사) | 사진-김정식 (자유사진가)
빔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이미 사라져 버린 쿠바의 BUENA VISTA SOCIAL CLUB 밴드들이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만나 무대에서 열정을 확인하는 영화이다. 깊게 패인 주름살의 그들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은 삶의 고통과 기쁨이 지나간 뒤에도 즐거움은 여전히 남아 있는 인생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 오후 2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근처 인천그린실버악단 (INCHEON GREEN SILVER BAND) 연습실. 백발이 성성한 단원들이 시간에 맞춰 하나 둘 들어와 자신의 악기가 놓여있는 자리로 가서 앉자 금방 악단이 구성되었다.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기타, 전자오르간, 드럼의 주인공들은 나이를 잊게 할 만큼 표정도 밝고 악기를 든 손에는 힘이 있었다. 곧이어 하모니를 이뤄 연주를 하자 모든 악기 소리는 천장을 뚫고 나갈 만큼 힘과 열정이 넘쳤다.
젊은 날, 인기가 있던 시절에는 미8군, 나이트클럽, 공군 악대, 방송국 무대를 가득 채웠던 열정들을 은퇴 후 다른 장소에서 다시 발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감회는 좀 남달랐다. 그들이 연주하는 곡에서는 삶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묻어나고 표정에서는 제 2의 전성기를 시작하고 있는 생기가 배어난다.
악단에서 전자오르간을 연주하며 총무를 맡은 박복동씨가 인천그린실버악단의 탄생 배경과 창설자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현재 그린실버악단 단장이면서 악단 창설자인 김점도씨는 고향인 인천을 소재로 ‘내 고향 인천항’, ‘내 사랑 인천항구’, ‘인천아이들’ 등 수많은 곡을 작곡했을 뿐 아니라 인천시민 애창곡, 유성기 음반총람 자료집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인천에 대한 남다른 사랑에 인천시는 인천문화상을 수여해서 보답을 했다. 그는 또한 우리 가요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현재 나와 있는 노래책과 노래방 등에서 잘못 기록된 작사자, 작곡자, 가사 등을 꼼꼼히 바로 잡아 대중가요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고, 현재는 KBS 가요무대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여가선용과 삶의 활기를 건전한 음악으로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목적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2002년 12월 26일에 수봉공원 문화회관에서 그린실버악단을 창단했다.
악단 16명, 남자가수 2명, 여자가수 2명, 주부가요 합창단 20명 등 총 40명으로 구성된 단원들은 5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의 연령층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레퍼토리로 한층 차원 높은 생(生)음악을 연주하고, 또 대중가요, 팝송, 가곡, 민요 등을 다양하게 편곡해서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그린실버악단으로 성장을 했다.
백발의 ‘청춘’들이 펼치는 음악의 향연은 그들에게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특히 그늘진 곳인 구치소, 소외계층인 장애인과 노인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제 2의 인생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그린실버에 담긴 의미는 단원들의 나이가 50부터 73세라서 아직 ‘노인’이라 부르기에는 젊은 사람들도 있고 또 나이를 넘어서서 젊은 열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년에 전문예술단체로 지정이 되어, 앞으로는 인천시에서 문화예술 진흥기금 지원도 받고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단원들은 든든한 힘을 얻었다. 박복동씨는 노년층을 위한 전문악단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시립’ 그린실버악단으로 등록되어 안정적인 상황에서 연주하는 길이라는 바람을 비치면서 그런 날이 곧 올거라고 믿고 있다.
악단 단원들은 연주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악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 레슨도 하면서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해 가르침의 즐거움도 느끼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4월의 봄빛은 따스하고 지하 연습실은 은발의 열정으로 뜨거웠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밋빛 뺨, 붉은 입술, 유연한 지체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넉넉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불현듯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 오랜만에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와 닿았다.
(인천그린실버악단 426-0422)
- 첨부파일
-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온라인 열린 시장실 」 관리자 알림 >
그동안 해당 게시판에서는 댓글 기능을 제공해 왔으나, 댓글이 공식 의견으로 접수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부득이하게 운영을 종료하게 되었음을 안내드립니다.
댓글은 공식 의견으로 접수되지 않으며, 향후 확인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의견 제출을 원하시는 경우 '의견내기 참여' 탭으로 이동하시어 본인인증 후 게시글을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리게 된 점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