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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뚱한 주꾸미, 천국의 미(味)를 가지다

2006-05-01 2006년 5월호

 

 


 


 


 


 


 


 


 


 



짤뚱한 주꾸미,
천국의 미(味)를 가지다



글-김미희 (본지 편집위원) | 사진-김정식 (자유사진가)



주꾸미 볶는 마을, 만석동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듯 산이 온통 선홍빛 진달래꽃으로 불붙을 무렵이면 어선들도 주꾸미 잡이에 불붙는다. 40여 년 전 인천의 부둣가에서도 봄이 되면 주꾸미를 잡기 위해 로프에 소라껍데기를 매단 소라방들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주꾸미 굽는 냄새로 마을이 진동을 했다. 당시 주꾸미가 흔하게 잡혔다는 북성부두에서도 나지막히 뱃고동 소리가 들리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저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였을 터였다. 지금도 연안부두, 만석부두, 북성부두에서 순수하게 주꾸미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주꾸미 배가 운행하고 있다니 그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식을 줄 모른다. 주꾸미는 입 뿐아니라 몸도 즐겁게 한다. 지방이 1%도 안되고 필수 아미노산도 풍부해 웰빙 식품으로 꼽힌다.
바야흐로 주꾸미의 계절, 주꾸미 볶음의 원조로 알려진 ‘원조할머니집’을 찾았다. 경인철도의 시발점인 인천역 부근의 동구 만석고가 밑에는 주꾸미 음식점이 4~5곳뿐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주꾸미 골목’으로 유명세를 탄 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주꾸미의 재발견
73세 우순임 할머니의 웃는 얼굴에는 한(恨)깊은 주름이 그동안의 세월을 말해주는 듯하다. 황해도 연백에서 군산까지 피난을 내려갔다가 서른 살에 인천으로 다시 올라와 터를 잡기 시작했단다. 만석고가 밑 포장마차에서 선짓국, 닭발, 주꾸미 숙회 등을 팔던 중 서울에서 오는 단골손님이 “서울엔 무교동 낙지가 유명한데 인천에 주꾸미가 잘 잡히니까 주꾸미볶음을 개발하는 게 어떨까요?”라고 권유해 주꾸미볶음을 시작했다.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이어받은 우 할머니는 황해도 연백의 맛을 고스란히 옮겨왔다. 낙지에 비해 머리도 작고 기럭지도 짧고 뚱뚱한 주꾸미가 우 할머니 손에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주꾸미가 낙지보다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 적도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마땅한 홍보매체가 있었겠는가, 손님들은 입소문으로 아름아름 찾아오기 시작했고 ‘주꾸미볶음’하면 단연 만석고가를 떠올리게 되니 이젠 방송이든 신문이든 언론에서 찾아오는 게 부담스럽단다. 혹여나 지금보다 서비스 질이 떨어져 손님들에게 기분 좋은 식사를 대접하지 못할까봐… 이렇게 소박하게 시작했다가 대박이 난 것이다.


그 맛의 비결을 캐다?
주꾸미볶음을 배우기 위해 일일요리사로 신청한 이혜련(35세) 씨는 인천에 온지 1년도 채 안된 젊은 주부다. 연락하기가 수월치 않았던 이 씨는, 역시나 평일에도 동분서주하며 무언가를 배우며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주부였다. 우연인지, 인연인지, 대한제당에 다니는 신랑을 따라 알게 된‘원조할머니집’의 단골손님이었고 그 맛에 반해 주꾸미볶음을 배우고 싶던 차였다. 그래서인지 이씨는 궁금한 것도 많다. “가끔 매운 게 생각날 때 있잖아요? 그때마다 이 집을 찾아요. 알싸한 주꾸미볶음 맛에 중독된 거 같아요. 근데 할머니, 재료가 특별한 게 없는데 저는 집에서 하면 이 맛이 안나요. 비결이 뭐예요?” 사실 특별한 재료가 없다. “비결이 따로 있나? 난 재료 하나하나 내가 골라. 주꾸미를 대량으로 살 때도 죽은 거 한 마리만 있어도 안사거든. 갯것은 갯것 그대로 요리해야 고유의 맛을 낼 수 있어. 고춧가루도 내가 직접 말려서 사용해. 재료 아끼면 절대 안돼. 그리고 손대중으로 하면 그냥 맛이 나… ” 우문현답이다. 까다롭게 고른 신선한 재료에 40년 넘는 노하우에서 나온 손맛이 그 정답이다. 요리를 배우는 도중에도 양념의 양이 가늠이 안되는 5년차 주부는 연신 혼나지만 그래도 좋은 재료를 써야한다는 비법 아닌 비법을 배워 뿌듯하다.


 


주꾸미 맛나게 볶기
<재료>
주꾸미 (10마리)1kg 미나리, 앙파, 간장, 청양고추, 흑설탕, 참기름, 파, 다진 마늘,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만드는 방법>
① 주꾸미 손질하기 - 머리쪽을 뒤집어 먹물통과 눈을 조심스럽게 떼어내고 내장을 제거해 소금에 비벼 씻는다.
② 야채 다듬기 - 미나리는 다듬어 씻어 5~6cm로, 양파는 1~2cm 두께로 썰고 청양고추는 아주 가늘게 채썬다.
③ 주꾸미와 야채를 넣은 냄비에 온갖 양념으로 힘껏 버무린 후, 중불로 볶는다. 오래 볶으면 질겨지니 주의한다.
〈주꾸미 고르기〉
① 국산 주꾸미를 써야한다. 수입산은 대체로 짜고 볶을 때 물이 많이 생기며 질기다.
② 보통 3월~6월까지 제철로 알려져 있지만 5~6월 산란기를 앞둔 3~4월에 맛이 가장 좋고 쌀밥같은 알이 꽉 차있다.
③ 뻣뻣하지 않고 표면이 오돌도돌한 것으로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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