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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내인생의 봄날

2006-05-01 2006년 5월호

 

앙코르~
내 인생의 봄날



글-강개순 (인천광역시 여성단체협의회장)


 


봄비에 함초롬히 피어난 꽃들을 본다. 교정에는 내가 몸을 담고 있는 동산육영회의 ‘교화’인 백목련이 곳곳에서 그 순백의 자태를 뽐내기에 한창이다. 손길 닿지 않는 곳에 겨우내 추레하게 늘어져 있던 개나리도 노오랗게 단장하고 눈길을 잡아둔다. 그 옆에 다정한 동무마냥 연보랏빛 철쭉도 나란히 서있다. 나이가 지긋한 벚나무는 그 화려한 성장을 뽐내기 위해 치장이 한창이다. 어디 그뿐인가? 스산한 바람에 한 생을 마감하는 듯이 애처로이 보였던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의 가지마다 앙증맞은 파아란 잎이 손을 내밀고 있다. ‘아! 이렇게 봄날의 자연은 생기가 있고 아름답구나’ 절로 감탄이 나온다. 싱그러운 봄볕아래에서 화사한 꽃들을 보며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비록 ‘할머니’라 불리는 나이일망정, 소녀시절의 마음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나는 2년 전에 갑작스럽게 남편의 죽음을 접하고 한동안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기도 했다. 남편은 평소 술과 담배를 좋아하긴 했어도 병치레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뇌졸중으로 쓰러져 깨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남편의 뒤를 이어 맡은 학교재단의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4남매 자식들 각각의 가정사로 마음 아픈 적도 많았다. 그러는 동안에 작년 3월에는 인천재향군인회 여성회장직을 맡게 되었고, 금년 2월초 인천여성협의회 회장에 당선되는 과분한 영광을 안게 되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환갑이 되는 나이면 응당 가정에 돌아와 주부의 직분을 다하는 것이 상례로 여겨지는데 나의 경우는 나이가 들어서 사회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어쩌면 노년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과분한 명예를 누리며, 봄비 그친 하늘과 화사한 꽃들에 심취하여 마냥 행복감을 누리며 문득 ‘자연 예찬’을 해본다. 뿌옇게 온 하늘을 뒤덮던 황사를 인공으로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자연의 봄비만이 해결할 수 있지 않은가? 육체나 마음에 몹쓸병이 있을때 그 어떤 명약보다도 해맑은 봄 하늘과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위안이 되지 않을까? 나이든 이에게는 앙증맞은 새싹이 생기를 심어 주지 않는가? 세상사 힘든 일을 겪게 될 때 , 문득 ‘자연’에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여 봄직하다. 산을 오르고 강이나 바다를 찾지 않더라도 도심속 어딘가에도 생기있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있다. 일상의 번잡함과 번민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때로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꿈’과 ‘열정’을 찾게 해주지는 않을까? 늘 집안에만 ‘갇혀’지내는 할머니 친구들에게 정말 ‘자연스럽게’‘자연’에서 행복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대한 걱정뿐 아니라 옷차림 하나에도 더욱 신경이 쓰여진다. 되도록 젊어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젊다는 것’은 산술적인 나이나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것만이 아닌 듯하다. 젊게 사는 비결은 무엇보다 ‘마음’에 있을 것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세속적인 가치도 중요하지만 사소할망정 꽃한송이, 들풀 한포기를 바라보면 빙그레 웃는 여유로움도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 가슴에 새긴 한 구절>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가고 있다.


 

피천득님의 수필 ‘오월’중의 한 구절이다. 이분의 글을 읽으면 몸도 영혼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후회없는 영혼이 어디 있겠는가. 다시 태어나도 지금처럼 살고 싶다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오월’ 지금 이 순간순간에 의미를 두고 소박하게 살아간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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