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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데로 임한 ‘때밀이 목사님’

2004-03-01 2004년 3월호

방승배(55) 씨를 만나기로 한 남동구 무료노인복지시설 초도원. 입구에서 ‘목욕봉사 하시는 목사님 어디 계시느냐’고 물으니 ‘벌써 오셔서 2층 목욕탕에서 하고 계신다’는 대답이 쉽게 되돌아온다. 2층으로 올라가니 비닐앞치마를 한 중년의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휠체어를 밀며 목욕탕으로 향하고 있다. ‘방승배 목사님이세요?’하고 물으니 그렇다고 끄덕이며 ‘좀 있다 보자’고 바쁘게 움직인다. 그리고는 씩씩하게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목욕대에 눕히고 거센 물줄기를 뿌려대며 목욕을 시작한다.
방씨가 목욕봉사를 시작한 것은 7년 전 인천으로 올라오면서부터이다. 신학대학을 졸업한 그는 21년 동안 경기도, 전라도 등에서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바다 끝 섬 홍도에서 목회생활을 하다가 처가가 있는 인천으로 올라오면서 기왕이면 남들이 혐오하고 싫어하는 것으로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뜻에서 목욕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목회와 목욕봉사를 병행하다가 ‘너는 말로 설교하지 말고 삶으로 설교하라’는 신의 계시에 5년 전부터는 목회활동을 접고 목욕 봉사하는 일만 하고 있다.
방승배 씨의 일주일 스케줄은 연예인만큼이나 빡빡하다. 봉사를 한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시간 남을 때 하는 봉사가 아니다. 월요일 소망의 집, 화요일 선학복지관, 수요일 인천의료원, 목요일 영락원, 금요일 초도원, 토요일 평화의 집…. 이런 식이다. 오전에는 이처럼 시설에서 봉사를 하고 오후에는 가정집을 돌면서 개인 환자들을 목욕시킨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을 때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외출하기를 원하거나 침술로 자원봉사하는 분, 장애인이 이동하기 원할 때 차량봉사를 한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고 기술도 없어서 탈진을 하기도 하면서 그만 두고 싶은 마음도 많았어요. 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몰아가는 것을 느꼈죠. 지금은 단련이 되고 노하우도 쌓여 일주일에 40~50명 정도는 너끈히 목욕시키고 있어요.”
목욕봉사를 하면서 3년 동안 웬만한 곳은 걸어다녔고 버스를 타고 다녔단다. 점심은 늘 자장면으로 때우기가 일쑤였다. 덕분에 자장면에 질려서 지금은 먹지를 않는단다.
가장이라는 사람이 ‘돈’이 되지 않는 봉사만 했으니 왜 어려움이 없었을까. 경제적인 문제는 없었느냐는 물음에 “아내에게 가장 고마움을 느껴요. 아내가 남동공단의 전자부품 조립하는 회사를 다니면서 가끔은 뼈있는 소리를 했지요. 그래서 ‘나는 이 길을 가야 한다, 당신이 반대하면 집을 나가겠다’는 공갈 아닌 공갈협박을 하기도 했어요.”힘들어하던 아내가 3년 전 모 노인복지시설에 취직을 하고 직접 노인들이 생활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이해해 주어서 지금은 갈등 없이 목욕봉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21년 동안 목회생활을 하면서 존경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목욕봉사를 하면서 85세 된 어르신께서 목사님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말씀을 하시고, 어떤 분은 목사님은 천사다, 참 목사다 이런 얘기를 하시기도 해요.”
어려움도 많고 힘들 때도 많지만 지금은 1남 1녀의 자녀가 모두 장성해 각자 직장에 다니고, 후원자들이나 목욕봉사를 받은 분들 여럿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돈으로 겨우 자가용(다마스)을 마련해 목욕봉사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단다.
언제까지 봉사할 계획이냐는 물음에 목욕봉사는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이 닿는 그 날까지 봉사를 하고 싶단다. 그리고 한가지 꿈이 있다면 봉사단체를 세우는 것이란다. 잠깐 잠깐 시간 날 때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 숙식을 하면서 남은 여생을 봉사생활로 바치려는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봉사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보다 잘 사는 사회가 되려면 소외 받는 이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요? 희생 없이는 봉사도 없는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뜻을 같이 해서 좀 더 수월하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며 환하게 웃는 그에게서 낮은 곳으로 내려온 참 성직자의 모습이 비춰지는듯 하다.
목욕봉사에 뜻을 같이 하시거나 목욕봉사 받기를 원하는 분은 장목자원봉사대 봉사자 방승배(016-636-8480)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글 _ 정경애 · 사진 _ 김정식

 

 

 

숨은 자원봉사자 격려합니다

 

우리시가 자원봉사자를 확대하기 위해 ‘숨은 자원봉사자 발굴’에 발벗고 나섰다.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을 밝게 하고 서로 나누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격려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우리시는 매달 개인과 단체를 1팀씩 선정하기로 했는데 개인 14명과 17개 단체를 추천 받아 심사해 1월과 2월의 숨은 모범 자원봉사자와 단체를 선정했다.
개인분야에서는 76년부터 농어촌지역 및 저소득계층에게 침술봉사를 펼쳐온 김정부 씨와 7년간 목욕봉사를 해 온 방승배 씨가 각각 선정됐다. 단체분야에서는 교통·환경·급식·홀몸노인돌보기 등에 앞장서온 동구 노인봉사대협의회와 (사)함께 걷는 길벗자원봉사단이 선정됐다. (사)함께 걷는 길벗자원봉사대는 10년간 인천지역 홀몸노인과 재가 장애인을 방문해 말벗과 가사돌보기 등을 해 온 단체이다.
문의 _ 시 청소년자원봉사과(440-3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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