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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에 온 것 같아요
연안부두 근처에 살면서도 이웃동네인 자유공원도 한 번 못 가봤다는 아이들이 이번에 찾아 볼 곳은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고풍스런 건물들이 가득한 중앙동 일대이다. 이번 문화재 탐방에는 문화유산해설사 민명숙 씨가 함께 했다.
먼저 아이들이 찾아간 곳은 문화유산해설사 모임 장소가 마련된 우리시 역사자료관. 인천항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오늘의 목적지인 옛 은행들이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무채색의 빛 바랜 동네
역사자료관에서 가파른 길을 내려와 중구청 앞으로 향하면서 문화유산해설사 민명숙 씨는 아이들에게 먼저 우리나라의 근대시대가 언제부터냐는 질문을 던졌다. 초등학교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배우기는 하지만 갑작스런 질문에 아이들은 고개를 저을 뿐 묵묵부답이다. 민씨는 1866년 병인양요가 일어난 것부터 인천이 개항하기까지의 과정을 아이들이 알기 쉽도록 설명해 주었다.
중구청 정문에서 한 블록 내려와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자 이국풍 건물과 마주친다. 어디서 본 듯한 건물, 옛 중앙청을 미니어처 한 것 같은 이 건물이 바로 옛 인천일본제일은행지점이다. 척 보기에도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이 건물은 늦겨울 분위기처럼 을씨년스럽게 일행을 맞았다. 고개를 들어 지붕을 쳐다보니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져 있긴 하지만 둥근 돔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 지붕 바로 밑에는 둥근 구멍이 뚫려 있는 난간이 설치돼 있어 색다른 느낌이다. 건물 앞에 설치된 문화재 안내판에는 ‘파라펫 난간’이라는 어려운 표현으로 적혀있다.
경제수탈의 거점 (구)인천일본제일은행지점
난간 밑에는 ‘조선은행 인천지점’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인천일본제일은행지점은 처음에는 부산지점의 출장소로 설치되었다. 부산이 인천보다 먼저 개항했기 때문에 은행도 부산지점의 출장소가 된 것이다. 그러다 1889년 인천지점으로 승격되었고 1909년에는 한국은행이 창립되면서 한국은행 인천지점으로 바뀌었다가 1911년 조선은행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조선은행 인천지점이 되었는데 그때의 이름이 그대로 간판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바깥 구경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로비가 일행을 맞는다. 중구 관광개발과가 사무실 겸 관광홍보실로 이용하고 있는 곳이라 중구의 관광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로비에는 세월의 때를 묻힌 기둥이 서 있고 2층에는 여닫이 창문이 매달려있다.
관광개발과 사무실을 통과해 2층으로 가는 길목에는 당시에 사용했을 것 같은 대형 금고가 위압감을 준다. 금고의 쇠문은 너무 무거워 두 아이가 간신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다. 아이들은 “와, 여기에 돈이 꽉 차 있었으면 정말 대단했겠다”는 둥 놀란 표정이다. 문화유산해설사 민명숙 씨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이렇게 커다란 금고를 만들었던 것 같다”며 아이들의 역사의식을 고취시켰다. 사실 제일은행은 한국화폐정리, 국고업무, 은행권 발행 등 1909년 중앙은행인 조선은행이 설립될 때까지 한동안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면서 경제 수탈의 전위부대 역할을 했었다.
다시 건물 밖으로 나와 벽을 만져보았다. 벽돌로 꼼꼼히 쌓아 올린 덕분에 지은 지 10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다. 건물을 지을 때 모래·자갈·석회를 제외하고 석재·시멘트·목재 등의 재료 일체를 일본에서 가져다가 당시 최고의 건물로 지었다고 하니 근대 역사에서 인천의 위상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다.
어깨를 나란히 한 18은행과 58은행
오던 길을 되짚어 중구청 앞 작은 사거리 모퉁이에 있는 벽돌 단층 건물로 향했다. 또 다른 이국풍의 이 건물이 바로 지난해 새로 우리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옛 일본18은행지점이다. 일본18은행 건물은 굳게 닫혀있는 문이 뭔가에 찌그러져 있고 유리창은 깨져있는 것이 눈으로도 금새 사용하지 않는 건물임을 알 수 있다. 출입구가 잠긴 상태로 보존되어 있어 내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일본식 기와를 얹은 지붕하며 입구의 멋들어진 장식 등 건물의 외향만 둘러본 채 걸음을 옮겨야 했다.
이 건물과 한집 건너 이웃하고 있는 건물이 일본58은행인천지점이다. 58은행 건물도 척 보기에 예사롭지 않다. 건물 위에는 영화에서나 나오는 외국 건물처럼 벽시계가 턱하니 걸려있고 2층에는 베란다가 있어 거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풍경도 괜찮을 듯 싶다.
사무를 보고 계시는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오르는 계단은 일본집의 전형처럼 가파른 나무 계단이다. 2층에는 넓은 홀이 있고 작은 사무실도 자리잡고 있다. 오래돼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 보았다. 멀리 자유공원이 눈에 들어오고 거리를 오가는 이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잡힌다. 이곳에서 우리나라의 자본과 식량 등을 빼앗을 궁리를 했을 일본인들을 생각하니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비록 일본인들이 우리나라를 점령하고 힘을 기르기 위해 세운 은행건물들이지만 당시에는 수준 높은 건축양식을 자랑하던 건물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컷 담으며 뉘엿뉘엿 해넘이 하는 풍경을 뒤로하고 오늘의 문화재탐방을 마쳤다.
글 _ 정경애 · 사진 _ 김성환
(구)인천일본제일은행지점 (시 유형문화재 제7호)
(구)인천일본제일은행지점 건물은 64평의 석조 단층 건물로서 1899년에 세워졌다. 설계는 일본인 니이노이에 다카마사가 했다. 당시 일본인의 건축물은 목조에 의한 서구풍이었으나 벽돌 건축의 르네상스 양식이나 일본식 기와이음의 수법을 가미한 철충주의 양식이 유행이었다. 당시 제일은행 건물은 순수한 서구양식의 석조 건축물로 당시로서는 수준 높은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외형은 반원아치의 현관을 중앙에 두고, 머리에 르네상스풍의 작은 돔을 올려서 좌우 대칭으로 지은 건물이다. 외벽은 화강암으로 다듬어 쌓고 처마 부분에는 동그란 구멍이 뚫린 석조 파라펫 난간을 올렸으며, 지붕 용마루에는 바로크풍의 장식창(현재는 없음)을 시설했다. 지붕 용마루 부분과 돔을 동판으로 가공하고 기타 경사지붕은 원래 기와를 이었으나 지금은 개조되었다. 창건 당시의 건물 사진과 비교해보면, 중앙 돔 양옆의 작은 탑도 나중에 첨가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후기 르네상스 양식을 본떠서 단순화한 양식이다.
(구)인천일본18은행지점 (시 유형문화재 제50호)
18은행은 일본이 한국의 금융계를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되어 세워진 은행이었다. 중앙동 2가 24번지에 1890년 준공되어 그 해 10월에 개점했지만 은행업무를 언제까지 계속했는지는 기록이 없는 상태이며 1954년에는 한국흥업은행지점으로 사용되었다. 18은행은 단층으로 석축 콘크리트 건물의 외형으로 고전적 장식의 절충주의 양식이다. 출입구의 석주 장식이 돋보이는데 벽체는 몰탈 마감으로, 기둥부위와 기단부위는 돌로 마감되어 있다. 지붕은 목조 트러스트 위에 일식기와로 모임지붕 형태를 하고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구)일본58은행인천지점 (시 유형문화재 제19호)
중구 요식업조합으로 쓰이고 있는 건물은 일본 오오사까에 본점을 둔 제58은행이 설치한 인천지점이었다. 1892년 7월에 개점하였으며 이후 제58은행은 제3은행 등 군소은행과 합병하여 야스다(安田)은행이 되었다. 광복후인 1946년 4월 1일 조흥은행이 인천지점을 개설할 때 이 점포를 사용하기도 하였으나 1958년 7월 신사옥을 건축해 이전함에 따라 대한적십자 경기도지사로 사용되기도 했다.
지상 2층 건물로서 1층은 석조 기단으로 되어 있고 2층 발코니와 아래 방을 밝게 하기 위하여 설치한 지붕창이라 부르는 도머(Dormer) 창이 특징이다. 지붕은 2중의 경사를 이루는 맨사드(Mansard) 지붕이 조합되어 전체적으로 프랑스식 르네상스 양식을 보여준다.
내부 일부는 개보수되어 변경되었으나 오르내림식의 창문을 비롯하여 벽체·기둥은 아직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 지면은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로 구성됩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찾아가 보고 싶은 문화재와 가고싶은 날을 적어 편집실(우편번호 405-750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1138 인천광역시청 공보관실 <굿모닝인천> 편집팀 앞, 전화 440-2072)로 보내주십시오. 특히 강화군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참가한 학생에게는 문화상품권(1만원권 2매)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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