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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흥정>
김재열(金在烈·53) 교수에 대해 언급하자면 먼저 그가 한국산업디자인의 현장에서 해온 선구적 행적을 더듬지 않을 수 없다. 홍익대 미대 건축미술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1년 당시 우리의 취약한 산업기반 아래에서 한국 가구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연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가 70년대 초 (주)보루네오 가구에서 디자인한 「CX 시리즈」는 그 모던한 스타일과 간결미로 인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고,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모던 디자인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게 되었다.
이러한 김재열이 90년대에 이르자 수채화가로 화려한 변신을 하게 된다. 아니 변신이라기 보다는 「회귀(回歸)」의 성격이 더 짙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학창시절(대구 공고) 김재열은 저명한 수채화가인 이경희 선생에게 사사한 바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대구는 근대 한국 수채화와 연관하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서동진, 서진달, 이인성, 이경희 등이 포진하고 있어 수채화의 폭과 깊이가 굳건한 지역이다.
이 그림은 김재열 선생의 1999년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작품이다. 인천사람에겐 낯익은 소래철교가 멀리 보이고 어시장에선 생기 넘치는 호객소리와 흥정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김재열은 소래포구를 누구보다도 많이 그린 화가인데 그 이유를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온 몸을 드러낸 소래의 갯벌은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편안한 친구와의 만남같이 남다른 곳이다. 늘 소박함과 진지함이, 생동감과 즐거운 표정들이 넘쳐 나는 곳. 지난 시간들을 뒤로 한 채 닻을 내린 폐선들까지 늘 그 속엔 풋풋한 인간미가 있다. 내가 소래 포구를 찾는 것은 바로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글 _ 이경모(인천대학교 겸임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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