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보기
아픈 어르신들 어루만지는 인자한 손길
지난 2월에 우리시가 선정한 모범자원봉사자 김정부(63세·남구 주안7동)씨를 만나기로 하고 중구노인복지회관을 찾았다. 2층으로 오르니 강당에는 ‘무료 침술-매주 수요일 09:00~15:00’이라는 문패가 떡 하니 붙어있다.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가니 흰 가운을 입은 사람 앞에 일흔은 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그리고 칸막이 오른편에는 이미 온 몸 여기저기에 침을 꽂은 이들이 대 여섯 개의 침대 위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다.
이곳은 대한침구사협회 성진회에서 4년째 벌이고 있는 무료 침술 봉사 현장. 접수대에서 어르신들을 맞고 있는 사람이 성진회의 회장 김정부 씨다.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선 어르신들이 1층에서 접수를 하고 번호표와 환자기록표를 가지고 오면 가장 먼저 맞는 사람이 김 씨다. 진료대에서 혈압을 체크한 후 김정부 씨의 간단한 질문이 이어진다. “지난주에는 다리 아프시다더니 침 맞고 좀 어떠세요?”“좀 나은 것 같아서 또 왔어요”“오늘 한번 더 침을 맞아보세요”라는 대화가 오고간다.
김재희 할머니(70세·중구 신흥동1가)는 허리디스크로 인한 좌골신경통으로 노인복지회관을 찾았다. 오늘로 4번째 온 셈인데 침 시술을 받고 큰 차도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허리디스크가 잘 낫지 않는 병이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다닐 생각이란다. “여기서 침을 놓는 분들이 친절하고 설명도 잘 해주셔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하며 소녀처럼 수줍게 말한다. 김 할머니의 마음처럼 진료대 옆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무료’봉사에 조금이나마 성의를 표하기 위해 가지고 온 건강음료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김정부 씨가 침술을 접한 것은 지난 80년. 건설회사에 다니던 그는 집안 어른들이 대대로 고혈압으로 고생을 하셨고 본인도 고혈압 환자였기에 침으로 극복해 보자는 생각에서 침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현대의학으로는 혈압을 고칠 수 없고 약물요법을 계속해야했기 때문이다. 침구를 배운 후 본인의 혈압을 완전히 정복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해서 집 근처에 건강원을 열고 한 두 명씩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로 침을 놓아주다가 규모가 커진 김에 고정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 93년이다.
초창기인 93년부터 2000년까지는 한국기독침술선교회에 가입해 회원자격으로 농어촌 산간교회를 돌면서 지역의 어르신이나 저소득층에게 무료로 침을 놓아주었다. 그러다 99년에는 (사)대한침구사협회 국제의료봉사단으로 옮긴 후 직접 ‘성진회’라는 봉사단체를 만들고 꾸준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3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성진회는 6~7명이 한 팀으로 매주 화요일은 서울 망우리교회, 수요일은 중구노인복지회관, 금요일은 영락원 등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봉사하고 있다. 김 씨는 봉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자비를 털어 봉고차도 마련하고 본인의 생업인 건강원도 뒤로한 채 일주일에 세 차례씩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1월과 8월은 국내 봉사활동의 방학기간이다. 그렇다고 쉬고 노는 방학이 아니라 이 때를 이용해 해외봉사를 다녀오곤 한다. “97년에 일본으로 해외봉사를 갔을 때는 나고야교회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침을 놓아주었는데 그 중에 한국 분도 있었어요. 그 분은 일본으로 병을 고치러 간 앉은뱅이 환자였는데 낫지 않고 있다가 침을 맞고 벌떡 일어섰지요. 그 일은 지금까지 봉사단에서 가끔씩 얘기하곤 해요”라며 미소를 머금는다.
“아직까지 침구에 대한 자격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침을 통해 내 병을 이긴 것은 물론이고 고혈압, 중풍환자도 침으로는 치료가 되고 있어요. 침을 맞고 중풍을 고친 환자에게서 동의보감 원본을 선물로 받은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 분은 강원도 횡성까지 가서 동의보감 원본을 구해와 저한테 선물했지요” 라며 침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침구의 자격 논란이 종결된다면 좀더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텐데”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글 _ 정경애 · 사진 _ 김정식
- 첨부파일
-
- 이전글
- 섬에서는 누구나 주인공이다
- 다음글
- ‘생활체육메카’로 변신중
인천광역시 아이디나 소셜 계정을 이용하여 로그인하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온라인 열린 시장실 」 관리자 알림 >
그동안 해당 게시판에서는 댓글 기능을 제공해 왔으나, 댓글이 공식 의견으로 접수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부득이하게 운영을 종료하게 되었음을 안내드립니다.
댓글은 공식 의견으로 접수되지 않으며, 향후 확인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의견 제출을 원하시는 경우 '의견내기 참여' 탭으로 이동하시어 본인인증 후 게시글을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리게 된 점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전체 댓글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