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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은 보물이에요” 인천성문화센터
인천성문화센터
이웃집 아저씨의 어린이 성추행 후 살인, 교도관의 여성 재소자 성추행 그리고 자살, 게다가 국회의원 성추행 사건까지. 부끄럽지만 부인할 수 없는 2006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남과 여… 나아가 사람간의 아름답고 조화로운 관계를 위해 어떤 사회적 노력이 필요할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성문제에 이제 막 관심이 높아지고 있을 초등학교 6학년 남녀 어린이 5명(동막초 정지훈, 장영현, 이호정, 원연찬, 맹정희)과 함께 문학경기장 내에 있는 인천성문화센터를 찾았다.
글-한정민 (전 더클래스 기자) | 사진-김성환 (자유사진가)
2억분의1 경쟁을 뚫고 태어난 존재
성교육은 비단 어린이와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성범죄를 저지르는 피의자 대부분은 어른이다. 우리 사회 최고위층이라는 국회의원이나 비뚤어진 죄수를 교화시키는 교도관, 동네 신발가게 아저씨 모두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인천성문화센터는 청소년은 물론 모든 연령대의 시민에게 과학적인 성지식과 올바른 성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2004년 11월 개관한 뒤 유치원생부터 시작해 초중고생의 단체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부모교실과 전국 성교육관계자 세미나, 성문화캠프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인천 성교육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육 도중 부끄럽다고 눈을 가리면 안돼요~” 인천성문화센터 윤정애 운영실장이 아이들을 반갑게 맞는다. 아이들에게 엄마처럼 따뜻한 눈길을 건네자 다소 서먹하고 긴장했던 정희, 연찬, 호정, 영현, 지훈이의 표정도 부드러워진다.
센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정면으로 뻗은 복도 양 벽면에 성을 소재로 한 그림과 흑백사진들이 가득하다.
‘아참, 눈을 가리면 안 되지’ 아직은 부끄러움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것 같다. 아이들의 또랑또랑 눈망울이 그림과 사진에 한참씩 고정된다. 복도 끝에는 자궁을 형상화한 문이 기다리고 있다. 인간이 세상에 나오기 직전까지 머물렀던 안식처다. 문 앞에 ‘만남’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만남 방 프로젝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을 설명해준다. 재미난 만화를 연상케 하는 영상물이 흥미롭다. 관람 후 “난 2억분의 1 경쟁을 뚫고 태어난 존재”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만남 방을 거쳐 이른 방은 ‘탄생’. 학교 성교육 시간에 봤음직한 남녀 생식기 해부 모형과 태아의 발달과정을 보여주는 모형 등 다양한 체험 자료가 기다리고 있다. 탯줄을 매단 아기모형을 실제 태아인냥 조심스럽게 안아보며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한다. 윤 실장이 자궁 안에 있는 아기 모형이 탯줄을 단 채 몸 밖으로 분만되는 과정은 중학생이상에게만 보여준다고 기자에게 귀띔한다.
뱃속의 아기에게 음경이 보이면? “아들” 아기가 크면 발로 엄마 배를 차는데 그게 뭐죠? “태동이요.” 다리부터 나오면 큰일이죠? “제왕절개하면 돼요.”
그저 어리기만 할 것 같은 아이들이 척척 대답을 한다. 학교 보건실에서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 그땐 이렇게 만져보고 체험하진 못… 했… 끙~”
무게 7.2kg의 임신 체험복을 입으면서 지훈이는 숨이 차는지 말을 맺지 못한다. 정희, 연찬이, 호정이, 영현이도 체험복을 입고는 서너 발자국도 옮기지 못한 채 벗겠다고 아우성이다. “내가 뱃속에 있을 때 우리 엄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중얼거리면서.
담배를 피울 때 뱃속 아기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며 몸서리치는 아이들. 흡연의 심각함까지 제대로 본 셈이다.
월경, 몽정을 하게 되면 축하파티를
천장에 흰 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는 세 번째 방은 ‘성장의 방’이다. 청소년들의 발달단계와 관심사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뒤집어서 생각해보며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사실 성교육은 매우 포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단순히 성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 뿐 아니라 뭐가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가치관의 교육이기도 하다. 또한 의사소통의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어 친해진 후 6학년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다섯 친구는 무슨 일이든 함께 의논하고 실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양성평등을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몽정이란 말을 들어봤냐는 윤실장의 질문에 ‘몽정기 1·2’를 봤다며 까르르 웃는 모습이 해맑다. 엄마 아빠 세대에게는 쑥스러운 단어였지만 지금 아이들에게는 다르다. 우리의 성은 이렇게 밝고 건강해야 하는 것이다.
월경이나 몽정을 하게 되면 어른이 되었다는 신호탄이니 기쁘게 생각하고 파티를 열라는 윤실장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의 빠른 성장속도를 생각하면 어쩌면 이미 파티를 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네 번째 마당 ‘표현의 방’은 작은 소극장을 연상케 한다. 이성문제나 성문제 등 자신이나 친구의 고민을 역할극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는 장이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인형극으로 대신하지만 초등학교 최고학년인 우리 친구들은 직접 의상을 입고 소품을 활용해 역할극을 꾸며본다.
‘비오는 날… 우산 속으로 뛰어든 낯선 아저씨. 밖으로 내치기가 미안해 동행을 허락하는데… 낯선 아저씨는 자꾸 으슥한 골목으로 나를 유인하고…’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어린이 성폭행은 사회 곳곳에서 정상인의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 자행된다. 가해자 중엔 가족, 친척, 아이 봐주는 사람, 이웃, 코치, 교사, 의사, 심지어는 사회사업가나 종교지도자들도 있다. 잠재적 성범죄자들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이들의 범행을 예방할 조치들은 아직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렇듯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무서운 세상이다 보니 역할극이란 간접경험을 통해 수상한 행동을 경계하고, 방어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깨우쳐줘야 하는 것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의 역할극을 마치면 현란한 싸이키 조명 속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도 있다. 호정이의 탁월한 리듬감각과 능숙한 스텝에 모두들 놀라워하며 한바탕 웃고 나니 ‘행복의 방’이 기다린다.
가족간의 서로 작은 배려부터…
미래 사회의 주방과 거실을 꾸며 놓은 ‘행복의 방’에서는 ‘남자는 이래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고 믿었던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뜨린다. 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같고, 다만 상황에 따라 역할이 다를 뿐이다.
언젠가 가정을 이룰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가족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어떤 가치관과 생활태도를 가져야 하는 지 생각해보는 시간도 갖는다. 그리고 각자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꿈을 얘기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해본다. 하얀 인생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리고 하나하나 채색해나가야 하는 과정을 생각하는 걸까? 다섯 친구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윤정애 실장은 마지막으로 예쁜 자를 선물로 건네며 소감을 묻는다.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면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어요.” “앞으론 친구들과 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신기했고 훌륭한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얼굴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꿈도 다른 다섯 친구들이지만 오늘 인천성문화센터에서의 경험은 똑같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모양이다.
우주에서 단 하나뿐인 ‘나’는 가장 소중한 존재다. 소중한 만큼 잘 지키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한 가족 또한 고마움의 대상이다. 이날 우리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돕는 방법과 더불어 나만큼 상대방도 소중하다는 귀한 사실을 깨우쳤을 것이다.
※체험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초등학생은 1시간 30분, 중고생은 2시간~2시간 정도. 참가비는 따로 없고 제대로 안내를 받으려면 미리 예약(☎446-1318)을 해야 한다. 일요일과 공휴일엔 문을 닫는다. 문학경기장 1층 16번 게이트 아래를 찾아가면 된다.
인천성문화센터 윤정애 실장이 추천하는 성교육 관련 도서
-성교육만화, 우리들이 궁금한 성 이야기 (깊은 책속 옹달샘)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이게 나야 / 어린이를 위한 건강하고 아름다운 성 이야기 (크레용하우스)
-엄마, 난 어디서 나왔어? (청어람미디어) -엄마와 함께 보는 성교육 그림책, 소중한 나의 몸 (비룡소)
-소년소녀를 위한 성교육 그림책 쉿,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요 (웅진닷컴)
-엄마,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달라요?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엄마가 들려주는 성교육 이야기 (사계절) -청소년 성, 생식보건 100문 100답 (성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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