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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고 장고치고 극단 집현(集賢)
북치고 장고치고 극단 집현(集賢)
글-신은주 (인화여고 국어교사) | 사진-김정식 (자유사진가)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로 시작되는 정지용 시인의 ‘고향’은 너무나 변해버린 고향 앞에서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나 있다.
빠른 물살을 타고 씻겨져 나가는 고향의 모습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고향의 땅일 것이다. 땅이 있고 또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숨결이 있기에 고향에는 힘이 있다. 그 무엇으로도 밀어낼 수 없는 그 힘이 또 다른 고향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다.
동구 화수동에 있는 전통극 연희단체 극단 집현을 취재하러 가면서 그들이 오늘날 변함없이 고향 땅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단 연습실은 중요무형문화재 90호로 지정되어 있는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 전수관에 있었다. 지하 연습실로 들어섰을 때 반갑게 맞아주는 단원들의 밝은 웃음이 아직 이른 봄의 쌀쌀함을 덮어 주었다.
현재 극단의 대표를 맡고 있는 최경희씨는 ‘집현의 어제와 오늘’을 준비한 자료를 보여 주면서 친절하게 집현의 발자취와 비전을 들려주었다. 집현의 역사는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단을 창단한 고(故) 조일도씨는 드라마센터에서 연극을 공부하던 배우면서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된 작가였다. 그는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고향인 인천에 뜻있는 사람들과 함께 극단을 창단했는데 바로 ‘집현’이다.
창단공연 작품 ‘리어왕’을 시작으로 꾸준히 작품을 무대에 올리면서 전통연희극단으로 기반을 다져 오던 조일도씨는 지병으로 작년에 별세해 천상의 무대에 서고 있고 지금은 창단멤버였던 김병훈씨가 연출을 맡고 있다.
현재 단원은 15명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 90호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을 전승하는 전문연극인들이다. 연기는 기본이고 모두 악기도 다룰 줄 아는 연희 기량이 뛰어난 전문배우들이 지금의 집현을 이끌어 가고 있다. 연령층도 20대부터 40대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젊은 극단’의 활기가 넘쳐나고있다. 그동안 연습실이 없어서 다른 곳을 빌려 쓰다가 작년에 화수동에 둥지를 마련한 단원들은 새롭게 구상한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을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집현이 지향하는 것은 우리 것을 현대에 맞게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다. 전통마당놀이·음악극·실험연극·퍼포먼스 등 형식은 다양해도 변함없이 담고 있는 것은 우리 것을 찾는 정체성이다. 그동안 해학과 풍자가 담긴 고전작품을 마당극으로, 굿으로 퍼포먼스를 만들어냈다. 우리 춤과 가락, 노래의 출발점이 굿이고 무당은 당대 최고의 예인이고 광대며 배우라는 생각으로 배우들은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전통예술의 악기, 리듬, 음악, 춤, 소리, 노래, 복식, 연기, 의식 등 다양한 요소를 현대적 감각으로 가미해서 북의 합주로 극의 리듬을 이끌어 내었다.
지난해 넌버벌 리츄얼굿 퍼포먼스 ‘소원성취 발원이요’로 미국, 체코, 이태리 등의 초청을 받아 해외공연을 다녀왔다. 대사가 없어도 굿으로 제의와 놀이의 성격을 담아서 벌인 퍼포먼스는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음악이 바탕이 되면서 타악과 북, 제의적 옷차림으로 남 잘되기를 빌어주고 액땜을 하는 소원성취 내용에 사람들은 뜨거운 갈채를 보내왔다.
집현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는 청소년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이 늘 준비되어있다. 청소년을 위해서 만든 작품인 ‘애랑야곡’ ‘호질’ ‘황진이 신곡’으로 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학교로 찾아가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99년부터 극단 집현과 인연을 맺고 전문 연극배우로 살고 있는 장재화씨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문화재’에 비유하면서 전통을 이해하고 현대적으로 새롭게 만들어 내는 창조의 기쁨이 무대에 설 수 있는 힘을 준다고 했다. 그녀는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타악으로 연극을 가르치면서 봉사를 하고 있는 아름다운 배우다.
집현의 단원들은 배우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작품창작과 의상 작업까지 모두 의견을 나눈다. 5월12일에 예술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올려지는 고(故) 조일도 추모공연 ‘북치고 장고치고’를 준비하는 단원들은 유고희곡집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오늘도 지하 연습실 마루바닥 위에서는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우리 몸짓이 새롭게 탄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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