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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코란 든 파란 눈의 ‘인천인’
한 손에 코란 든
파란 눈의 ‘인천인’
아시아 각국의 사람들이 인천에서 제2의 인생을 그려가고 있다. 그들 중 전세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이슬람교도들이 바다건너 수억 만리에 고국을 등지고 우리시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다. 고려시대 대식(大食)국으로 불리던 이슬람제국의 아랍상인들이 현대판 사라센의 모습으로 우리시에 정착해 또다른 인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 역시 오는 12월 아시안게임 유치결정을 앞두고 인천에서 아시아의 축제가 열리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글-김미희 (본지 편집위원) | 사진-김성환 (자유사진가)
피부색은 달라도 국적은 하나
우리와 다른 피부색, 다른 체취를 가진 사람들이 매주 금요일 정오가 되면 약속이나 한 듯 하나둘씩 모여 든다. 챙이 없는 사발모양의 모자를 쓴 사람도 눈에 띄고 흰 천을 둘둘 말아 머리에 쓴 사람도 보인다. 문득 건조한 사막과 허리 굽은 낙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어릴 적 정신없이 보던 만화영화가 떠오르고 모래바람 불어오는 먼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
지난 2004년 10월, 조금은 낯선 문양과 문자로 장식한 이슬람성원이 부평에 문을 열었다. 우리시와 인근 도시에 거주하는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은 금요일 정오가 되면 기도하기 위해 이곳에 모인다. 신도들이 손수 낸 성금으로 어렵게 마련한 이곳은 그들이 마음 편히 기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자 일주일에 한번 모여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안식처다. 이들에게 이슬람은 종교나 이념 이상의 의미를 갖는 삶의 모토이자 생활이다.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남동공단과 부평, 가좌동 등의 공장에서 근무를 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한국여성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사람도 있고 이미 한국 국적을 얻어 주민등록증을 소지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인천의 문화에 흡수되어 하루하루를 인천사람으로 생활하며 짭조름한 바다 공기를 마시고 함께 호흡하고 있는 같은 시민, 같은 주민이다.
유창한 한국말솜씨를 자랑하는 최무빈(파키스탄, 32)씨는 우리나라에 온지 10년이 넘었고 지난해 정식 인천시민이 됐다. 인천이 좋아서 부득이 인천시민이 됐다.“바다가 보고 싶을 때 바다를 볼 수 있고, 산에 가고 싶으면 산에도 갈 수 있어 좋고요, 인천의 모든 게 정겹고 좋아요.”라며 마치 준비한 모범답안처럼 서슴없이 대답한다. 인천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는 레헤만(파키스탄, 30) 씨도 세살바기 딸을 두고 있으며 무슬림들 사이에서는 10년차 ‘인천토박이’다. 많게는 200여명 이상이 이곳에 모여 예배를 한다고 하니 우리시에도 적지않은 무슬림들이 생활터전을 가꾸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우리시 주민등록상에 등재된 외국인 수가 3만명이나 되는 걸 보면 아시아는 물론 많은 외국인들에게 우리시가 살기좋은 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
우리시에 다시 온 현대판 사라센
이런 풍광들이 우리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우리시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1세기 초인 고려시대‘대식(大食)’으로 알려진 이슬람 제국의 아랍 상인들이 100명 이상의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와서 우리나라와 간헐적으로 교역을 시도했었다. 사료에 의하면 무역항로 중‘자연도(紫燕島)’라고 불리는 곳이 지금의 영종도를 말하며 그곳을 통해 아랍상인들이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으로 한국 무슬림 공동체가 형성된 계기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슬람국가인 터키가 미국다음으로 많은 규모의 병력을 파견하면서부터이다. 때문에 한국전쟁과도 관련이 많은 우리시에 이슬람교도들의 발길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시에서 이웃이 되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2014년 아시안게임 인천유치를 통해 다시 한번 아시아인들이 하나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밖에 이슬람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
부평 이슬람성원 1층에는 외국인 무슬림 노동자들을 위해 마련된 식료품점이 있다. 우리가 된장이나 김치 없이는 한끼도 제대로 먹을 수 없듯이 무슬림들 역시 그들만의 음식문화가 있다. 무슬림들은 ‘할랄’이라는 종교의식을 통해 도살한 고기만을 먹을 수 있는데 이곳에서 할랄푸드와 각종 식료품이 판매되고 있다. 파키스탄 지방의 전통차와 석류엑기스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또 부평성원까지 올 수 없는 무슬림들이 임시로 예배를 드리는 곳인 ‘무쌀라’라고 하는 임시예배소가 있다. 911테러가 발생하기 전에는 청천동, 남동공단, 간석동 부근 등 6군데가 있었지만 지금은 동암역 부근에 하나만 남아 있다. 지난 2월호에 소개했던 아랍계 식당‘사하라텐트’역시 무슬림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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