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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바람 한 자락 그리고… 조각 작품 하나

2004-05-01 2004년 5월호

연인과 함께라면 모도 조각공원
섬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게다가 특별한 볼거리를 찾아 나서는 길은 들뜬 걸음에 날개를 달아주는 듯 하다. 인천공항고속도를 타고 달리는 길은 늘 그렇듯이 설레임을 준다. 삼목선착장에서 신도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주말이면 선착장에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선 차 뒤에 서서 몇 대씩 배를 보내는 기다림을 감수해야 하지만 평일의 선착장은 느긋하기만 하다. 두런두런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도, 갑판에 나와 바람을 맞는 사람들도 모두 여유로워 보인다.
뱃고동을 울리고 선착장을 떠난 배는 무거운 몸체를 돌리고 코앞에 보이는 섬을 향해 느릿느릿 속도를 올린다. 갑판에 올라 비릿한 바다 내음을 맡으며 물 속으로 자맥질하는 갈매기를 구경하다가 바닷바람이 아직 차갑다고 느껴질 무렵이면 어느새 신도에 도착한다. 선착장을 떠난 지 꼭 10분만이다.
신도를 한바퀴 돌아 연륙교를 건너면 시도에 닿는다. 다시 자동차에 가속도가 붙을 즈음이면 노르메기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건너다 보이는 작은 섬이 모도다. 지난 2001년 5월 431m짜리 다리가 놓여지면서 시도와 모도는 한 몸이 되었다. 그림처럼 놓여진 연륙교 왼편으로 바다로 뛰어들 듯한 조각상 두 점이 방문객의 눈길을 잡아끈다. 그 옆으로 산 위를 스치듯 날아가는 비행기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하지만 이 조각상은 모도 조각공원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구불구불한 섬 길을 따라 폐교를 지나면 모도의 숨겨진 보물 ‘모도와 이일호’가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다. 입구에 장승처럼 서있는 나무 대문이 조각공원의 시작을 알린다. 이 곳에는 조각가 이일호 씨의 작품세계가 펼쳐진 조각 작품 20여 점이 둥지를 틀고 있다.
조각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작업실을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이라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현재 있는 작업실을 전시실로 바꾸기 위한 공사란다. 공원의 한 복판에서 구약성서 속의 ‘원죄’를 연상시키는 작품과 만나게 된다. 조각공원 여기저기에는 기타 치는 여인, 소라껍질 속의 아이들, 어깨동무한 사람들… 등의 작품이 무질서한 듯 편안히 자리를 잡고 있다. 작가의 문학과 영화, 성, 나르시즘적 몽상이 깃든 종합적인 예술관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들이다. 공원 오른편의 바다를 바라보고 매달려 있는 한 쌍의 그네나 아이들을 위해 설치한 것 같은 미끄럼틀조차도 작가의 손길이 배어나 하나의 훌륭한 조각품이 된다.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가 ‘에로티시즘’이라고 하던가? 그래서인지 가족나들이 보다는 연인끼리, 사랑하는 사람끼리 와서 보고 즐겨야 그 맛이 더할 듯 하다.

 

찾아가는 길 _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영종대교를 건너서 10여분을 달리면 첫 번째 나들목에 무의도, 을왕리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로 빠져나와 공항북로를 달리다 삼목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삼목선착장이다. 삼목선착장에는 신도를 거쳐 장봉도로 가는 배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한 시간에 한번 꼴로 배가 뜬다. 차를 싣고 갈 경우에는 목적지가 신도인지, 장봉도인지에 따라 줄 맞춰 배 안에 차를 댄다. 휴일엔 차량이 많아 삼목선착장에 줄지어 기다릴 각오를 해야한다. 배 삯은 소형차 기준으로 10,000원, 운전자 이외의 승객은 1,500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동인천에서 인천국제공항을 운항하는 버스(111-1)를 타고 삼목사거리에서 내려 삼목선착장에 닿는다.
배편문의 _ 세종해운 (884-4155~6)

 


가족과 함께라면 인천대공원 조각공원
인천대공원은 사시사철 색깔과 모양을 달리해 언제 찾아도 포근한 어머니의 품처럼 우리를 맞아준다. 나른한 봄날의 오후에 찾은 인천대공원은 적당한 인파, 적당한 기온, 적당한 바람으로 이만한 나들이 장소가 없다고 뽐내는 듯하다.
평일 오후 인천대공원 자전거광장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질주하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멋쟁이 아저씨들 차지다. 바람을 가르며 멋진 포즈로 인라인을 타는 모습에 지나던 이들의 눈길이 한꺼번에 머문다. 사람이 많지 않은 자전거광장도 활기에 넘친다. 인천대공원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인공호수에는 힘찬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가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호수주위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도, 재잘거리는 소녀들의 표정도 모두 살아있는 듯 하다.
호숫가를 지나면 곧 조각공원과 만난다. 4천800여 평에 자리잡고 있는 조각공원의 입구에는 조태병 작가의 1999년 작품 ‘COSMOS 99-9’가 방문객을 맞는다. 호수를 거쳐 조각공원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아 돌아가는 수많은 바람개비로 구성된 이 작품은 초원에 무더기로 피어난 들꽃을 연상시킨다. 산책 나온 젊은 엄마는 끊임없이 아이에게 말을 건넨다. “꽃 같아? 바람개비 같아? 풍차 같아?”
조각공원 곳곳에는 중견 조각가들이 스테인리스, 청동, 알루미늄 등을 이용해 만든 스물 다섯 점의 조각품들이 설치돼 있어 인천대공원을 찾는 가족들에게 또 하나의 쉼터가 되어준다.
조각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잔디가 펼쳐져 있다. 어디에 앉아서 쉬든, 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까먹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내려놓든 안심이다. 조각공원 중앙 즈음에는 쌍둥이 아이를 앞세운 젊은 부부가 안병철 씨의 작품 ‘문의 이미지-명상’앞에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아내기에 여념 없다.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소라껍데기에 올라타고 있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형상을 만날 수 있다. 임일택 씨의 ‘바닷가의 아이들’이다. 안규철 씨의 ‘나무들의 집’에는 지붕이 없고 문 사이가 벌어진 시멘트 구조물 안에 나무 한 그루가 살고 있다. 조각 작품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자연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다. 할머니를 모시고 소풍 나온 가족은 오상일 씨의 ‘남은자’라는 작품에서 포즈를 취한다. ‘바다속의 낙서’는 박부찬 씨의 작품으로 바다이미지를 조각한 돌 위에 의도적으로 낙서를 해 놓았다. 지나는 길손들이 남긴 낙서도 조각 작품으로 용서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 배어난다.
공원을 거닐다 불쑥 불쑥 만나게 되는 조각 작품들과 방문객은 자연스레 하나가 된다. 어느 것이 조각 작품이고 어느 것이 객인지… 그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예술과 만나는 일이다.

 

찾아가는 길 _ 경인전철 송내역의 남광장에서 시내버스 15, 16, 30번과 좌석버스 103번을 타면 인천대공원 정문에서 내릴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IC로 나오면 5분 거리다.
글 _ 정경애 · 사진 _ 김성환

 

 

 

도심 속 보석찾기

 

관심을 갖지 않고 쉽게 지나쳐서 그렇지 사실 시내 구석구석에는 멋진 조각품과 조형물들이 설치돼 있다.
계양구에 자리잡은 경인여자대학에서는 아름다운 교정을 거닐다 곳곳에서 조각 작품들을 만나게 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국전 추천작가인 강관욱 씨의 ‘구원’을 비롯해 심영철 씨의 ‘버섯’‘아름다운 그 님’, 윤영자 씨의 ‘모자상’과 모도 조각공원을 만든 이일호 씨의 ‘사랑이야기’‘유토피아’등 20여 점의 조각 작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남동구 간석동에 있는 홈플러스는 작은 조각공원이다. 그곳에는 최성철 씨의 ‘너와 나’를 비롯해 한진섭 작 ‘꿈을 찾아서’ 허백 작 ‘풍요의 대지’등 세 점의 조각작품이 전시돼 있다.
아파트에 있는 조각품이라면 단연 청천동에 있는 대우아파트가 작품 수에서는 최고를 자랑한다. ‘뫼비우스의 시간’을 비롯해 ‘어머니’, ‘태동’, ‘고뇌’, ‘권태’ 등의 작품들이 주민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감싸준다. 인천종합터미널 만남의 광장에 있는 작품들은 터미널이 개장할 때 심사를 거쳐 설치된 작품들이라 터미널이 갖는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어 인천을 찾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건물앞의 조각품이나 조형물들은 그냥 스쳐 지나치기 쉬운 작품이지만 하나하나에 작가의 손길이 배어나고 있어 지나는 길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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