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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숨, 봄바다에 토해내다

2006-03-01 2006년 3월호

묵은 숨, 봄바다에 토해내다


 


봄은 산을 부른다. 산은 긴 겨울잠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편다. 봄이 온다는 것은 누군가를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계곡의 돌멩이는 흐르는 물이 깨우고 잠든 나무는 따듯한 봄볕이 깨운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을 깨우기 위해 봄산에 올라보자.


글 유동현 (본지 편집장) | 사진 김성환 (자유사진가)


 


 


 


# 봄기지개 펴는 섬들


 


봄은 갯가의 밀물에 실려 온다. 하루라도 먼저 봄을 마중하고 싶은 마음에 섬 산에 오른다. 섬으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스크루 몇 번 회전으로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뱃머리가 닿자마자 여행자는 금세 일상탈출을 꿈꾸며 산으로 향한다. 무의도에는 ‘서해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호룡곡산(244m)과 국사봉(230m)이 봉긋 솟아 있다.


섬 속의 산은 일반적으로 ‘해발 0m’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육지에 있는 산 보다 높게 느껴진다. 두 봉우리를 다 오르기 위해서는 대략 4시간 이상 걸리는 만만치 않은 산행을 해야 한다. 여유롭게 쉬엄쉬엄 등산을 할 거라면 호룡곡산을 타는 게 좋다. 아기자기한 게 풍치가 좋고 무엇보다 적당히 나지막해서 사람을 찌르거나 겁주지 않는다.


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어느 곳으로 트래킹을 해도 바다산의 묘미를 느낄 수 있지만 샘꾸미선착장 마을 뒤쪽으로 길을 잡아야 무의도 파노라마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키 작은 노송들이 줄지어 서 있어 제법 산 티를 내는 산길로 접어들자마자 벌써 왼편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동생 섬 소무의도와 무인도 해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무(海霧) 탓인가, 희뿌연 안개에 묻혀 있는 주변 섬들이 신비롭게 보인다.


 


# 봄바람에 도심 일상 말려본다


 


숨이 가빠질 즈음 첫 번째 조망대를 겸한 쉼터가 나온다. 조망대에 서면 아직은 적당히 찬기운을 품은 해풍이 이마에 송글 맺은 땀을 씻어낸다. 납작 엎드린 어촌의 풍경이 정감있게 내려다보이고 섬 구석구석을 살피며 깨끔발로 살금살금 다가오는 봄바람이 빰을 스친다.


바다를 등에 지고 계속 오르자 모든 것이 점차 등산화 아래에 머문다. 오솔길, 바윗길, 숲길 등을 오르락내리락하다 산꼭대기 바로 못 미쳐 갈림길 부근에 너럭바위가 하나 나온다. ‘마당바위’이다. 바위에 올라 바다를 향해 가쁜 숨을 내쉬자 바다도 긴 호흡을 토해낸다. 굵은 동앗줄을 부여잡고 가파르게 오르면 드디어 정상. 사방이 막힘이 없다. 바람은 파도보다 먼저 섬으로 들어와서 나무들 이파리를 쓰다듬고 바다로 되돌아간다.


푸석푸석한 도심의 일상을 산꼭대기까지 올라 온 봄바람에 널어본다. 멀리 팔미도의 하얀 등대가 연필처럼 삐쭉 보이고 강화 교동도가 아릿하다. 발아래는 하나개해변의 뽀얀 피부가 선명하고 그 뒤편에 ‘비운의 섬’ 실미도가 반쯤 보인다. 흡사 춤추는 무희처럼 생겼다는 무의도 자신의 자태도 뚜렷하다. 저기가 허리? 그렇다면 저긴 가슴?


 


 


# 환상 속의 그대…아구리해안이여

이젠 하산 길이다. 하나개해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면 약간 후미진 곳에 부처바위가 있다. 수천년의 비바람이 석가모니의 코와 눈 그리고 인자한 미소까지 선명하게 조각했다. 부처바위 앞에는 제례용 상석으로 쓰일 법한 평평한 바위까지 놓여 있어 제법 구색이 맞다.


자신들의 아지트인냥 봄햇살 가득 비추는 바위 앞에서 중년 등산객 부부가 한가롭게 바다를 바라보며 해바라기 하고 있다. 갈림길로 나오자 ‘환상의 길’이라고 적혀 있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발걸음을 해안으로 재촉하자 눈높이는 점점 수평선에 맞춰진다. ‘쏴악~’. 해안선에 가까워지자 들리지 않던 파도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과 동시에 입이 절로 열렸다. “우와, 끝내준다.” 으레 붙여진 이름인줄 알았던 ‘환상의 길’이 이름에 걸맞게 ‘환상’을 연출하고 있었다. 기암절벽과 하얀 파도 그리고 푸른 물결…작은 해금강을 보는 듯하다. 절벽 위 산책로에서 바라본 아구리해안은 무의도의 숨겨진 비경을 등산객에게 피날레 장면으로 보여준다.


 


 


 


 


 


산행코스


 


큰무리선착장 - (마을버스) - 샘꾸미선착장 - 조망대(쉼터) - 마당바위 - 정상 - 부처바위 - 환상의 길 - 하나개해변 - (마을버스) - 큰무리선착장


 


 


무의도 가는 법



① 월미도에서 영종행 여객선을 이용해 영종선착장에 내려 공항남로를 타고 용유방면으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거잠포와 잠진도선착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잠진도선착장에서 무의행 여객선(무의해운 751-3354)을 이용하면 큰무리선착장에 도착한다.


 


②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를 이용해 영종대교를 지나 용유·무의 표지판을 따라 들어서면 거잠포와 잠진도선착장으로 닿을 수 있다.


 


③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무의도에 갈 수도 있는데 하루 배편이 많은 편이 아니다. 연안부두에서는 차를 배에 실을 수 없다. (우리고속훼리 887-2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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