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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용의 실험이 되리라 바이브무용단

2006-03-01 2006년 3월호
세계무용의 실험이 되리라
바이브무용단

 

 


오늘도 사람들은 바쁘게 걸어간다. 마른 나뭇가지를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의 소리도, 봄이 몸을 푸는 움직임도 그 바쁜 몸놀림에는 모두 묻혀 버린다. 그러나 춤을 추는 사람들은 멈춰 서서 마음으로 그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몸의 움직임으로 그 형태를 표현해서 ‘춤’을 탄생시킨다.


글-신은주 (인화여고 국어교사) | 사진-김정식 (자유사진가)


 


입춘이 지나자 홍역을 치르듯 뒤늦게 흰 눈이 소복이 내렸다. 물러가는 겨울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느끼면서 부평의 롯데백화점 부근에 있는 바이브무용단 연습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아름다운 음악소리와 함께 단원들을 지도하는 단장 김희진씨의 단정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몸을 S자로 그리는 것 같이”
“손끝이랑 시선이랑 같이”
자신의 몸을 의도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동작을 반복하는 단원들 곁을 잠시 떠나서 그녀는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야기의 실마리는 바이브 무용단의 역사부터 풀어나갔다. 김 단장은 이대 무용과를 졸업하고, 주로 서울 무대에서 춤을 추었다. 한국 컨템포러리 무용단원으로 활동하다가 98년에 자신의 이름을 건 무용단을 창단하면서 무대를 인천으로 옮겼다. 인천에 터를 잡은 이유는 탯줄을 묻은 고향이고 또 지방화시대를 맞아 인천을 토대로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고 싶어서였다.
무용단 이름 바이브(VIBE·Visual Invigorating Bold Experimental)의 의미는 ‘흥겹게 즐긴다. 그리고 진취적이고 실험적’이라는 뜻으로 대부분의 작품 주제 역시 그 틀에서 창작된다.



바이브 무용단은 창단 이래 해마다 서너 차례씩 꾸준히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인천 대표로 전국 무용제에 참가해 금상과 은상을 수상하면서 인천의 대표적인 현대무용단이라는 자부심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개인이 민간단체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데에는 무엇보다도 단원 확보의 어려움을 첫 번째로 꼽았다. 애정으로 키운 단원들이 무용가로서의 고단한 삶을 포기하고 학원 운영이나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를 바꾸거나 결혼과 함께 춤을 그만둘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현대무용은 몸의 근육이 드러나면서 그 움직임의 방향에 에너지가 전해지는 춤인데, 의상이나 색깔의 단순함속에서 몸의 움직임이 돋보이는 예술이다. 독무보다는 군무가 만들어내는 형태가 더 아름다운 춤이 바로 현대무용인데 단원확보가 어려워서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무척 아쉬워 했다. 현재는 8명~10명의 단원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데 신입단원을 뽑을 때는 1개월 정도 같이 생활을 한 뒤에 단원으로 받아들인다.



김희진씨는 힘든 상황 속에서 무용단을 이끌어 가면서도 현대무용의 매력을 말할 때는 즐거운 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작품의 소재는 주로 생활속에서 찾고, 춤으로 내면의 세계를 연결 지어 표현을 하는데 그 과정이 재미있고 기쁘다고 했다. 지난해에 무대에 올린 ‘나무가 부르는 노래’도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느낀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독일의 표현주의 무용을 좋아한다는 김희진씨는 ‘무용이란 무용가의 내적 경험을 표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독일의 선구적인 무용수 마리 뷔그만를 닮아 가고 있었다.
잠깐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바이브무용단의 창단 멤버인 손소영씨를 만났다. 그녀는 지금까지 무용단에 소속되어서 춤을 출 수 있었던 힘을 김 단장 춤에 대한 생각에 공감하고, 또 무용가로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방향을 잡았던 점에서 찾았다. 김희진 단장의 교육 방법은 엄했다. 일주일에 3~4번 있는 연습시간에는 오직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고 간혹 몸 관리를 못해서 아프면 여지없이 불호령이 떨어진다고한다. 그러나 춤을 추면서 느끼는 고민을 들어주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담자가 되어 주기도 하고, 작품을 창작할 때는 함께 안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제자들을 키워준다고 한다.



바이브무용단의 올해 계획은 공연 횟수를 줄이면서 무게가 있는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또 서울과 연계를 갖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다. 춤이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중과 편안하게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여주는 것만큼 어떻게 알리는 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세계적으로 보편성을 갖는 작품이 바이브무용단에서 탄생되어 관객과 만나기를 희망하면서 현대무용의 대모 피나 바우쉬의 ‘뭘 봐야 하는 지를 생각하지 않고 공연장에 오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떠올려 보며 연습 열기로 후끈해진 연습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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