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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물텅벙이, 매콤한 맛은 천하일색이네

2006-03-01 2006년 3월호

못생긴 물텅벙이,
매콤한 맛은 천하일색이네


글-정경애 (본지 편집위원) | 사진-김정식 (자유사진가)


 


못생긴 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생선이 있다면 단연 ‘아귀’다. 머리통만 넙적하고 큰데다 몸통과 꼬리가 짧아 별로 먹을 만한 게 없다. 게다가 이 생선이 식탐은 어찌나 많은지 조기나 오징어 같이 맛난 생선을 그 큰 입으로 삼켜서 제 위속에다 고스란히 보관을 했단다. 오죽하면 옛날 어부들은 그물에 이 놈이 걸려들면 배를 갈라 위속에 있는 생선만 꺼내거나 재수가 없다고 물에 ‘텀벙’하고 내던졌을까.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는 ‘아귀’ 또는 ‘아구’라고 부르는 이 생선을 인천사람들은 ‘물텀벙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이렇게 천대받던 생선이 인천에서 맛난 요리로 ‘개과천선’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1960년대 무렵 생선이 귀해지면서 인천역 부근에 있던 한 선술집에서 물텀벙이 요리를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물텀벙이 탕이나 찜은 부둣가에서 일하는 이들에게는 맛난 술안주로, 싼 값에 허기를 채워주는 요깃거리로 사랑을 받게 됐다.



용현동에 있는 ‘성진물텀벙(883-1771)’은 인천의 물텀벙이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지금으로부터 37년전 창업자인 전병찬씨가 물텀벙이 요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용현동 주변에는 뱃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연안부두가 가까워 물텀벙이 요리를 하는데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장소였단다. 이렇게 성진물텀벙이 용현동에 가게를 열자 이 주변에 하나 둘 아귀탕 집들이 모여들면서 용현동 물텀벙이거리가 됐다. 한 때는 열 댓집에 이르던 이 주변의 아귀탕 집이 이제는 일곱집 정도 남아있다.
37년 전통의 성진물텀벙 맛의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인천음식 요리조리’에 일일요리사로 도전한 사람은 외식업체 고문이자 대학에서 영양사를 키워내는 겸임교수, 그리고 집에서는 주부이자 아내로 1인 4~5역을 너끈히 해내고 있는 박경숙(45·부평구 산곡동)씨. 지금은 방학이라 좀 한가한 편이라 다행이라는 그이는 요새 푸드스타일리스트 과정을 배우는데 푹 빠져있을 정도로 뭐든 배우는데 열심이다.
가장 한가할 때라는 시간에 찾았는데도 성진물텀벙에는 늦은 점심 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몇 테이블 앉아있다. 맛있다고 소문난 집은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들락거리기 마련인가 보다. 물텀벙이는 탕으로도 먹고 찜으로도 해서 먹는데 여름에는 화끈한 맛의 찜이, 겨울에는 얼큰한 국물의 탕을 주로 즐기는 것 같다는 것이 성진물텀벙의 매니저 한중택씨의 말이다.



안내를 받아 주방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방 한 켠에 쌓여 있는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 죄다 콩나물이란다. 성진물텀벙에서 쓰는 콩나물은 특별히 지하 500m에서 암반수로 키워낸 것이다. 때문에 일반 콩나물보다 굵고 키도 큰데다 찜을 해도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매니저 한중택씨가 콩나물을 한 웅큼쥐어 반으로 가르자 명쾌하게 ‘툭’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오늘은 성진물텀벙의 ‘원조’전병찬씨로부터 직접 요리를 배워 25년 동안 주방을 지켰다는 고정미씨가 맛내기 비법을 전수해 주었다. 먼저 고정미씨가 능숙한 솜씨로 아귀를 냄비에 깔고 그 위에 콩나물을 얹었다. 이를 본 박경숙씨가 “생선 요리를 할 때는 콩나물을 먼저 깔고 그 위에 생선을 놓는 거 아닌가요?”라고 조심스레 묻자 고정미 씨의 시원스런 대답이 돌아온다. “아귀는 그렇게 하면 익지를 않아요. 생선을 냄비 바닥에 깔아야 센불에 잘 익지요.”



이어 미나리, 당근, 버섯 등의 야채와 마늘, 생강을 넣고 성진의 비법이 담긴 육수를 부어 10~12분 가량 쪄낸다. 고정미 씨는 “물텀벙이찜은 불 조절을 잘 해야 맛이 좋아요. 처음에는 아주 센 불에서 끓여줘야 하는데 집에서는 이렇게 센 불을 쓸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집에서는 맛내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아요.”라며 아쉬워한다.
알맞게 익은 물텀벙이는 물을 따라내고 식용유, 설탕, 소금, 고춧가루, 녹말물을 넣어 재빨리 섞는다. 어찌나 빠른 속도로 섞는지 사진을 찍을 새도, 뭔가를 물어 볼 틈도 없다.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물텀벙이는 시뻘건 양념을 묻히고 맛난 물텀벙이찜으로 태어난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인 콩나물, 톡 하고 터지는 미더덕, 쫄깃거리는 오소리감투, 거기다 육질이 살아있는 아귀가 어우러져 입이 행복해진다.
오늘의 요리사 박경숙씨는 “학교에서 매일 말로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뭔가 부족한 듯했는데 오늘 제가 좋아하는 물텀벙이찜을 제대로 배우고 가네요.”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도 일일 요리사가 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주부는 <굿모닝인천> 편집실 (440-2072)로 연락 주세요.


 


물텀벙이 맛나게 끓이기


<재료>


3~4인분 기준 아귀 1600g, 콩나물 1200g, 고춧가루 1국자, 미나리, 파, 마늘, 생강, 당근, 호박, 목이버섯, 오소리감투, 미더덕, 새우, 떡


<만드는 방법>


① 깨끗하게 손질한 아귀를 냄비바닥에 깔고 콩나물과 야채, 마늘을 넣고 육수를 붓는다


② 센불에서 6분, 약불에서 6분 정도 쪄낸다.


③ 냄비에 생긴 물을 따라 버린다.


④ 식용유, 설탕, 소금, 고춧가루를 넣고 재빨리 섞는다.


⑤ 섞을 때는 야채로 생선을 감싸듯 섞고 생선을 건드리지 않아야 살이 부스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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