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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천기상대

2006-03-01 2006년 3월호
“내일의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천기상대

 


지구에서 가장 큰 땅덩어리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자락 한반도. 대륙 어느 곳에서 발원한 바람과 구름, 눈, 비는 한반도에서 마지막 여행을 한 뒤 태평양 바다와 만난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대륙의 체취를 감지하는 곳 인천기상대. 가깝게는 인천 앞바다, 멀리는 수평선 너머 중국대륙을 향한 채 자유공원 한편에 위치한 인천기상대는 대륙의 날씨 소식을 전국에 전파하는 옛날 봉수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글-한정민 (전 더클래스 기자) | 사진-김성환 (자유사진가)


 


 


 


내 뺨을 스치는 이 바람도 예측된 것일까?



아이들이 인천기상대를 방문한 날도 메마른 겨울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한도희(청천초등학교 5년)·도현(3년) 자매와 외사촌인 김상민(효성초 5년), 허정빈(심곡초 1년), 도현의 친구 신해승(청천초 3년) 등 다섯 어린이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 것은 초속 5.5미터의 북서풍이었다. 이 바람에 실려 온 차가운 공기는 몽골사막을 맴돌다 며칠동안 수 만 킬로미터를 날아 인천에 도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 날의 바람도 미리 예측된 것일까? 만약 일기예보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비가 언제 올지 몰라 늘 우산을 가지고 다녀야 하고, 태풍이 닥쳐오는 것도 모른 채 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갔다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앞으로의 날씨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의 날씨를 기록해둔 자료를 차곡차곡 쌓아둬야 하고, 이웃 나라의 날씨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기상청에선 하늘, 땅, 바다, 심지어 지구 밖에서조차 기상관측을 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기상을 관측하고 미래의 날씨를 맞추는지 알려주기 위해 아이들을 맞은 이는 이경 예보사. 기상에 관한 설명이 막힘없이 줄줄 나오는데다 중간 중간 재밌는 이야기까지 섞어 넣는 폼이 분명 전문가다. 마치 입시학원 명강사의 시원스런 강의를 듣는 것 같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이 토끼마냥 귀를 쫑긋 세운다.
“여러분 TV나 라디오에서 예쁜 아나운서가 나와서 일기예보 해주는 장면 많이 봤죠? 그런 일기예보가 나오기까지는 복잡한 과학기술의 과정을 거친답니다. 비, 구름, 바람, 태풍 등 대기현상들을 하늘에서는 인공위성, 땅에서는 기상 레이더 등으로 항상 관측을 하고, 수퍼컴퓨터와 같은 첨단 장비들을 사용해 관측한 자료들을 종합 분석해 일기예보를 하는 거예요.”


 


 


세계 최초의 우량계는 우리나라 측우기



기상을 관측하는 방법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그중 학교 건물 앞에 흔히 서있는 백엽상이 이 곳에서도 눈에 띈다. 흰색으로 오밀조밀하게 만들어진 것이 마치 공중에 지어진 강아지 집 같다.
“백엽상 속엔 뭐가 있을까?”고 묻자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온도계랑 습도계요.” 기상대에 간다고 미리 공부를 하고 왔는지 아이들이 자신 있게 대답한다.
공기가 잘 통하도록 나무 조각 100개를 낙엽처럼 엇갈려 붙여 만든 백엽상의 높이는 보통 1~1.5미터. 온도계는 너무 땅에 붙어있어서도 너무 높이 있어서도 안된다. 딱 사람이 활동하는 정도의 높이여야 한다.
백엽상 안에 있는 건구온도계, 최고온도계, 최저온도계, 자기온도계는 모두 온도를 재는 온도계다. 우리가 보통 ‘현재 기온은 5도’라고 할 때의 온도는 건구온도계에서 측정한 값이다. 공기 중에 포함된 습도 역시 백엽상 안에 있는 통풍건습계와 모발자기습도계를 사용해 측정한다.
“강우량과 강수량이 어떻게 다른지 아세요?”
이경 예보사의 이번 질문엔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 이슬비, 눈, 싸락눈, 우박 등의 양을 강수량이라 하고, 이 가운데 비의 양만을 강우량이라고 한단다. 처음엔 원통형 우량계로 빗물을 받아 양을 측정했지만 요즘엔 자동으로 관측하는 전도형 우량계를 이용한다.
서양보다 200년이나 앞선 조선 세종대왕 때 세계 최초의 우량계인 측우기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친구들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 예보사의 질문이 점점 어려워진다.
“공기에도 무게가 있을까요?”
공기의 무게는 바로 기압이다. 기압은 사람의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몸으로 느낄 수는 있다. 높은 산에 오르거나 비행기를 탈 때 갑자기 귀가 멍해지는 느낌이 바로 기압의 변화 때문이다. 우리 귀에 있는 고막이 기압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그런 것이다.
높은 산에서는 밥이 설익는 것도 기압이 낮기 때문. ‘아하, 그래서 산에서 밥을 할 땐 냄비 위에 돌을 얹어 압력을 높이는 것이구나.’ 생활 속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는 곧 과학이다.


 


 


 


옥상 위에 서자 인천의 모습이 한 눈에…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재는 풍향풍속계가 설치된 기상대 옥상으로 올라갔다. 풍향풍속계는 주위건물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땅에서 10미터 정도 높이에 설치된다.
각국의 화물선과 여객선이 정박해있는 인천항과 멀리서 입항을 기다리는 화물선, 드문드문 보이는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물 꼭대기에서 맞는 바람은 역시 매섭다. 짧은 치마로 한껏 멋을 낸 도현이에게 친구들이 한마디씩 한다. “그러게 바지 입고 오랬잖아.” 하지만 도현이는 후회하지 않는 표정이다. 꼬마숙녀에게도 추위 보다 멋이 우선순위에 들어있는 모양이다. ^^


옥상에서 내려온 친구들이 컴퓨터가 가득한 사무실에 모였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지구 밖 위성을 통해 날씨를 관측하고, 수십 년 동안 쌓인 통계를 종합해 날씨를 예측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달변의 과학자처럼 설명을 하던 이경 예보사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듯한 말을 한다. “여러분 수학 배우죠? 수학에선 1 더하기 1은 2지만 날씨는 2가 될 수 없어요. 첨단장비와 수많은 데이터를 이용해도 날씨를 100% 완벽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답니다.”
날씨는 자연의 변화다. 인공 비와 우박을 만드는 세상이 됐다고 하지만 인간이 날씨를 조절할 수 없는 것처럼 완벽한 예측도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기상대는 다양한 자료와 경험, 과학이론 등을 바탕으로 전보다 정확도 높은 예측을 할 뿐이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구름의 모양과 별자리, 제비나 잠자리의 나는 모양, 개구리의 울음소리, 심지어는 허리나 무릎의 통증으로도 날씨를 점쳤다. 날씨에 따라 풍작이냐 흉작이냐가 결정되는 농경사회였으니 날씨예측은 생계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었다. 옛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보의 정확도가 높아졌으니 역시 과학은 유용하다.


 


 


나도 이쁜이 기상캐스터

내친 김에 텔레비전에 나오는 기상캐스터가 되어보기로 했다. 여러 곳에서 관측한 자료를 토대로 같은 기압을 연결하는 등압선을 그리고 고기압이나 저기압, 전선의 종류와 위치 등을 표시하면 일기도는 완성된다.
이 예보사의 지시에 따라 다섯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등압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등압선을 다 그린 뒤 주변보다 기압이 높은 곳엔 ‘H’, 낮은 곳엔 ‘L’이라고 써 고기압과 저기압을 표시했다.
공기는 언제나 많이 모여 있는 고기압에서 적게 모여 있는 저기압으로 움직인다. 저기압으로 모여든 공기는 하늘로 올라가면서 온도가 떨어져 공기 속 수증기가 물방울로 바뀌면서 구름을 만들어 비나 눈을 내리게 한다. 기상청을 방문한 날도 맑은 하늘이었지만 이경 예보사는 저녁이나 내일쯤 눈이나 비가 퍼부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등압선을 완성하고 고기압, 저기압까지 표시를 한 아이들은 모두 멋진 예보관이 된 듯 자신들의 작품과 기념촬영을 한다. 커다란 수퍼컴퓨터를 배경으로.
수퍼컴퓨터는 집에 있는 컴퓨터에 비해선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크기지만 크기 때문에 수퍼가 아니다. 계산속도가 일반 컴퓨터의 수 만 배 이상 빠르기 때문이다. 1초에 2천2백40억번 기본연산을 한다는 말에 아이들의 입이 떡 벌어진다. 눈 깜박할 사이에 2천2백40억번이라니 실감은 나지 않지만 상상 이상으로 빠른 모양이다.
그런데 왜 기상대엔 계산속도가 빠른 초고속 수퍼컴퓨터가 필요한 걸까? 계산할 일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때를 놓친 일기예보는 아무리 정확해도 쓸모가 없어요. 기상예보를 하기 위해서는 국내외에서 모아진 수많은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복잡한 물리법칙에 의한 수치방정식을 빠른 시간 안에 풀어서 기상상태를 예측하는 예상일기도를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보통 컴퓨터로는 이렇게 빠른 계산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양의 계산을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수퍼컴퓨터가 필요한 거죠.”
일반 컴퓨터를 달리는 사람에 비유한다면 중형컴퓨터는 자전거, 대형컴퓨터는 전철이나 자동차, 수퍼컴퓨터는 비행기에 비유된다. 과학 발전 속도가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금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대학생이 될 즈음엔 로켓 수준의 ‘울트라 짱 수퍼컴퓨터’가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날씨에 대한 예측은 많이 정확해졌지만 사람의 앞날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20년 뒤 도희, 도현, 상민, 해승, 정빈이는 어떤 모습일까. 다섯 친구들 가운데 울트라 짱 수퍼컴퓨터를 만드는 과학도가 나올 수도 있고, 그걸 이용해 날씨를 예보하는 예보관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인천기상대의 역사


 


옛날에는 대포로 시간을 알렸대요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선박의 드나듦이 많아지자 선박들에게 날씨정보를 주기 위해 1886년부터 인천 앞바다에 대한 기상관측이 시작됐다. 1904년 현재 중구청 뒤에 임시 관측사무소가 설치됐으니 인천기상대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 셈이다. 이후 인천기상대는 1948년 국립중앙관상대가 서울로 이전할 때까지 50년 가까이 우리나라 기상업무의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했다. 구한말과 일제시대에는 시계가 귀했던 시절이라 인천관측소에서 매일 낮 12시마다 대포를 쏴 정오를 알려줬다. 자유공원 일대를 오포산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정오에 쏘는 대포’라는 뜻의 ‘午砲’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문과 방송이 거의 없던 시기여서 사람들은 관측소가 옥상에 내거는 깃발을 보고 일기예보를 전달받았다. 예컨대 풍향은 큰 삼각형 깃발로 동풍은 녹색, 북풍은 흰색 등으로 표시했다. 날씨는 사각형 깃발을 사용해 비는 청색, 흐림은 적색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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