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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방식 그대로’‘옹고집으로 빚은 약술

2004-05-01 2004년 5월호

술 즐기는 이들이 꼽는 명주축에 들려면 몇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마실 때 거부감 없이 부드럽게 넘어갈 것, 잔을 입에 댈 때의 그윽한 향기가 입안에 오래 남을 것, 취하도록 마셔도 뒤끝이 깨끗해야 할 것’. 인천의 전통민속주 ‘칠선주’라면, 이 세가지 조건을 두루 만족시킨다고 말해도 애주가들이 크게 토를 달지 않을 것 같다.
(주)마니산 술도가는 바로 이 칠선주를 제조해서 판매하는 곳이다. 강화 길상면 길상초등학교 뒤편에 있는 술도가 공장을 찾은 날, 공장 문턱을 넘자 술 못하는 이라도 한잔 생각이 간절해질 정도로 누룩익는 들큼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일제 시대때부터 막걸리를 만들었다는 공장터는 술도가 답게 큼지막한 술독들이 놓여있다.
마니산 술도가에서 칠선주를 제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겨울. 본격적인 판매는 올해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칠선주라는 이름의 인천전통주는 이미 2백년 전부터 있어 왔다. 바로 인주(인천의 옛 이름)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민속주로 궁중에 진상했던 술이다. 문헌상에도 그 기록이 자세히 나와있다. <규합총서>를 비롯해 <산림경제>,<임원십육지>,<양주방> 등에 ‘1777년 조선조 제22대 정조 원년에 빚었다’고 되어 있으니 적어도 2백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주인 셈이다.
칠선주에는 주재료인 멥쌀과 찹쌀 외에도 인삼, 구기자, 당귀, 산수유, 더덕, 갈근, 감초 등 일곱가지 약재가 들어간다. ‘건강보양주’란 별칭이 붙을 법 하다. 옛 사람들은 일곱가지 약재가 들어가는데다 ‘이 술을 즐겨 마시면 병들지 않고 늙지도 않는 신선이 된다’고 믿어 칠선주(七仙酒)라고 이름했다고 전해진다.
일제 때 쌀 공출령으로 맥이 끊겼던 칠선주를 오늘날 옛맛 그대로 다시 복원시킨 사람은 바로 마니산술도가 공장장인 이종희씨. 그는 <양주방>에 나와있는 문헌기록을 토대로 연구와 양조실험을 계속한 끝에 지난 1980년 칠선주 제조 특허를 냈고 10년 만에 국세청 주류시험제조 승인을 받아 1990년부터 본격적인 제조에 들어갔다. 하지만 1996년 8월 개인 사정으로 제조를 중단했다가 7년 만인 지난 2003년 11월에야 다시 준비해 올 1월부터 본격 제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칠선주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감인 ‘16도주’로 싱겁지도 독하지도 않다고 평가된다. 게다가 전통 명약주답게 각종 문헌은 칠선주를 가리켜 ‘위장 및 간장을 보호하고, 식욕을 증진시키고, 빈혈, 두통, 신경통 등 통증도 적어지며, 구토, 숙취 등도 없게 되며, 속쓰림과 갈증이 없으며, 뒤끝이 깨끗함이 장점이며, 독특한 감칠맛이 있다’고 평한다.
마니산 술도가의 전 직원은 모두 7명. 쌀 푸대를 뜯는 일부터 마지막으로 병에 상표를 붙여 출고하는 일까지 일일이 그네들의 손을 거친다. 쌀을 씻어 불린 뒤 스팀에 쪄 식힌 다음 누룩과 버무려 15일 동안 발효시키고 두차례에 걸쳐 술을 짜내기까지 술 한병이 탄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여일 정도. 이 과정을 꼬박 사람손이 가는 옛 방식으로 매달린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항아리에서 스테인레스로 술담는 독의 재질이 바뀌었을 뿐이다. 입맛을 현혹시키는 감미료도 단 한방울 쓰지 않는다. 재래방식을 고수하는 그 옹고집덕에 소비자들은 옛맛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칠선주는 일명 남자술이라 불리는 푸른색병(플러스)과 여자술인 노란색병(마이너스) 두가지로 시판된다. 두 술의 재료는 같지만 맛은 약간 다르다. 옛맛을 고스란히 재현해낸 남자술은 전통적인 약주맛을 그리워하는 노인들이나 중장년층이 즐길만한 술인 반면 여자술로 통하는 ‘마이너스’는 여성들이나 젊은 층의 기호에 맞도록 감초를 약간 더 첨가했다. 달작지근한 맛이 나기에 목구멍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간다.
마니산 술도가의 규모는 아직 영세한 편이라 하루 술 공장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양은 1,500여 병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생산되는 전량은 업소용으로 판매돼 일반인들은 음식점이나 술집에서만 칠선주를 맛볼 수 밖에 없다. 내년부터는 규모를 늘리고 판매망을 넓혀 할인점이나 슈퍼 등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인천전통주 칠선주’가 슈퍼 진열대에서 다른 지역의 약주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누게 될 날도 머지 않았다.
글 _ 박상영 · 사진 _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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