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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파도엔 아카시아향이 묻어 있더라

2004-06-01 2004년 6월호
‘달바위’란 이름의 선착장에 닿도록 자월도의 밑둥은 바다안개에 반쯤 잠겨 있었다. 그래서인지 바다에서 보는 자월도는 하늘과 더 가까운 섬 같다. 섬은 짭쪼름한 여름향기를 진하게 내뿜고 있었다. 유월이 오면 그 향은 이 섬에 흔하디 흔하게 핀다는 아카시아 내음과 어우러져 섬과 바다를 온통 싸안을 터이다.

자월 여행의 첫 발자국을 어디에 찍을까…를 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바닥만한 안내 책자에는 보기만해도 풍경이 그려지는 아름다운 이름들이 인쇄되어 있다. 달바위·장골·큰말·사슴개·변남금·목섬·고사리골·윷골·하늬깨·어류골·떡바위·분무골, 그리고 국사봉. 200여 가구 남짓 산다는 자월도엔 갈곳 볼곳이 넘쳐나고 있었다.







서쪽으로 가면…

달바위선착장에서 좌회전해서 조금만 달리면 보이는 해변이 ‘장골’이다. 1km 남짓한 모래톱은 가는 체로 걸러도 그대로 쏟아져 나올 듯한 고운 모래로 가득하다. 물이 들고남에 따라 해변은 갈고리가 되기도 하고 눈썹이 되기도 하며 모양새를 수시로 바꾼다. 모래사장의 높낮이가 서로 다른 탓에 물이 들면 해변 앞으로 둥글넓적한 모래 섬이 생긴다. 해변 뒤쪽은 소나무 몇 그루와 잔디밭, 그리고 해당화며 들꽃이 무더기로 피어있는 장골소공원이다. 유월이면 아카시아 나무가 피워대는 향이 해변을 뒤덮는다. 물이 빠지면 바닷가 오른쪽에 있는 무인도 ‘바깥 독바위’까지 모래와 자갈로 뒤섞인 길이 드러나 걸어갈 수 있다. 면사무소와 초등학교, 복지회관 같은 관공서가 들어서 있어 번화한 ‘큰마을’의 해변은 모래톱 뒤쪽으로 고운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야영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물이 차면 모래가 고운 해수욕장이 되었다가 물이 빠지면 장장 1km에 이르는 광활한 뻘에서 조개와 낙지, 소라를 잡을 수 있어 언제, 어느 때 찾더라도 놀거리가 있다. 바로 옆 다싯물 방파제도 큰마을 해변의 운치를 거든다. 낚싯배 서너 척이 한가로이 떠있는 이곳엔 밤이면 가로등이 불을 밝힌다. 다시 서쪽으로, 큰마을에서 제법 가파른 고개 두어 개를 넘으면 ‘사슴개’와 만나게 된다. 삼십여 호쯤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전형적인 섬마을 풍취를 갖고 있다. 해변은 다소 거친 자갈과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 해수욕은 곤란하지만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뻘은 손만 집어넣으면 바로 낙지가 걸려들 만큼 갯것하기엔 명당이다. 해변 오른쪽, 소나무가 울창한 무인도 목섬은 언제 어느 때 찾더라도 월척을 낚을 수 있는 갯바위낚시터로 이름나다. 끝바위라는 곳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면 농어가 많이 잡힌다. 좀 더 운치를 내고 싶다면 목섬과 해변 사이의 아담한 공간에서 물놀이를 즐길 일이다. 바닥에 깔린 자갈이 훤히 내려다보일 만큼 물이 맑아 발 담그고 앉아 있기엔 제격이다. 사슴개와 작은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변남금’은 400m 남짓한 작은 해변가에 어른 손 만한 자갈이 수두룩하게 깔려 있는 곳이다. 이곳 역시 물이 빠지면 소라와 고동을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민가가 한 곳밖에 없어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는 이라면 제격이다. 들리는 소리라곤 뒤쪽에 있는 야트막한 산에서 우짖는 새소리가 전부여서 파도소리가 유난히 크다.







동쪽으로 가면…

서쪽 여행을 마무리하고 시작한 동촌(東村·자월2리)여행은 고사리골을 거쳐 윷골, 그리고 다시 하늬깨를 지나 어류골로 이어지다 분무골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차로 닿을 수 있는 도로 역시 이 바다가 종착역이다. 주변에 민가가 없어 한적하기 그지없는 ‘분무골’에 앉으면 자월을 거쳐 이작, 승봉으로 오가는 여객선이 지척에 보인다. 자갈이 많아 해수욕보다는 그저 바다에 발을 담근 채 갈매기가 산다는 무인도 ‘할’을 바라보거나 쭈꾸미 잡는 어선을 구경하는 것이 좋겠다. 그러고 앉아 있노라면 잠시나마 그 바다의 주인이 되어볼 수 있다. 하늬바람이 많이 불어 추운 마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하늬깨’는 수심이 깊어 제법 파도의 행색을 갖춘 물보라가 인다. 일곱 가구 남짓한 아담한 민박집들이 정겹게 내려다보고 있는 바다에는 자갈이 많고 야생화가 만발하다. 물이 빠지면 바지락과 소라, 고동, 낙지를 잡고 겨울에는 키조개를 캘 수도 있다. 바닷가 왼편으로는 우럭과 놀래미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갯바위 낚시터 ‘국수당’이 있다. 해변의 모양이 네모난 ‘윷골’을 지나 만나게 되는 ‘갑진모래’는 자월도가 숨겨놓은 꿀단지 같은 곳이다. 빽빽한 소나무 숲 뒤쪽에 감쪽같이 숨어 있어서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다. 길이가 고작 300미터 정도에 불과하지만 반달처럼 생긴 해변에 밀가루처럼 희고 고운 모래가 깔려있다. 사람이 지나간 발자국이 별로 남지 않을 만큼 모래가 곱고 단단한데다 이 섬에서 유일하게 조수간만의 차이가 거의 없고 뻘이 아닌 모래가 드러난다. 앞 바다에 배라도 한 척 지나간다면 동해안이 부럽지 않은 파도까지 철썩거려 음향효과를 보태준다. 민가가 한 곳밖에 없고 해변 뒤가 바로 야트막한 동산이라 호젓하다. 큰마을 북쪽에 있는 ‘가늠골’은 낚시꾼이라면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명소이다. 모래와 자갈이 골고루 섞인 해변의 양쪽 부리는 우럭, 농어는 물론 돌김이나 고동, 가시리와 그날이 만약 운수대통한 날이라면 전복까지도 손에 넣을 수 있는 낚시터이다.







산으로 향하면…

국사봉 등산은 오밀조밀한 자월의 바다를 한눈에 넣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면사무소 옆길로 오르기 시작해서 5분 정도만 올라가도 금세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두 번째 이정표에서 ‘등산로’대신 ‘임도’라 씌여진 길을 선택하는 일은, 비록 돌아가는 길이지만 자월도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되는 선물을 선사한다. 이 코스는 평평한 국사봉의 옆구리를 한바퀴 도는 여정이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20여 분 남짓 걸리는 그 길에서는 큰마을해변부터 장골, 그리고 하늬깨에 이르기까지 섬의 동서남북을 눈으로 쭉 훑을 수 있다. 오월이면 벚나무가 흐드러지게 피고, 초여름이 되면 산딸기가 지천에 수두룩한 그 산책길은 계절에 따라 산나물을 뜯거나 밤을 줍는 잔재미도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산책을 마친 뒤 임도의 출발지로 다시 돌아와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한다. 조금 가파르기는 하지만 계단식으로 잘 다듬어져 있어 10분 정도면 투자하면 구태여 가쁜 숨을 몰아쉬지 않고도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닳고 닳아 윤이 반들반들 나는 국사봉 정자의 마루가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처가 되어 준다는 사실을 묵묵히 말해주고 있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듯, 털석 정자에 앉아 눈은 바다에 두고 몸은 간간히 불어오는 산 바람에 의지한 채 앉아 있노라면 ‘도시에서 불과 1시간의 뱃길이 선사하는 행복치곤 꽤 괜찮은걸’하는 마음에 괜히 흐뭇해진다.

글 _ 박상영 · 사진 _ 김성환







☆여행수첩 ☆☆☆☆

가는 길 _ 인천 연안부두와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서 갈 수 있다. 연안부두에서 뜨는 배는 쾌속선이라 빠른(40분 소요) 대신 바깥경치를 제대로 구경할 수 없고, 대부도에서 뜨는 배(1시간 소요)는 느린 대신‘오픈배’라 바깥바람을 쐬며 갈 수 있다. 출항 회수와 시간은 날짜에 따라 달라지므로 미리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요금은 연안부두에서는 왕복 29,750원, 대부도에서는 일반기준 왕복 13,000원(차량은 소·중형 기준 왕복 72,000원)이다. 문의 _ 연안부두-우리고속훼리(887-2891∼5), 대부도-대부해운(886-7813∼4)



자월도가 좋은 몇 가지 이유 _ ①숙박시설과 음식점이 충분하다. 특히 피서철에 찾더라도 숙박료나 음식값이 모든 집마다 똑같아 바가지를 쓸 일이 없다. 마을 번영회에서 공동관리하기 때문. ②물가가 육지와 거의 차이가 없다. 농협공판장이 있기 때문. 섬이 비쌀거라고 지레짐작해 ‘바리바리’싸갖고 올 필요가 없는 섬이다. ③섬마을 후한 인심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민박을 한다면 찐감자와 옥수수 정도는 무료로 공급된다. ④특산물이 많다. 각종 해산물을 비롯해 특히 이 섬에서 직접 재배한 둥글레는 구수하기로 이름높다. 또 포도는 다른 지역보다 조금 늦게 나오지만 당도가 높아서 인기다.

숙박 및 음식점 문의 _ 자월면사무소(833-6010)

도움주신 분 _ 이른 아침부터 자월도를 샅샅이 안내해주시느라 수고하신 자월면사무소 김용길 님. 자월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답게 ‘섬 사랑’으로 똘똘 뭉친 섬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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