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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님의 ‘백성’되고파요
세종대왕님의 ‘백성’되고파요
‘나랏말미 듕귁에 달아…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배 이셔도…’ 우리나라 말이 중국과는 다르고 중국 문자를 쓰기 어렵기 때문에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새로 한글을 만든다고 선포하신 세종대왕님. 그런데 최근에는 새롭게 세종대왕님의 ‘백성’이 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이 그렇고, 한류 열풍으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중국 등에서 불고 있는 한국어 배우기 바람이 그렇다.
‘가갸거겨…’ 한글 공부하는 외국인
야나세게이꼬 씨는 5년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계양구 계산동에 산다. 일본에 있을 때도 한국어에 관심이 많아 NHK에서 하는 한국어 강좌를 듣기도 했던 그이는 요즘 여성문화회관에서 한국어를 새로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다섯 살, 세 살바기 두 아이는 회관의 유아방에 맡기면 잘 놀기 때문에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어서 다른 학원과 비교를 할 수 없단다. “한글 배우면요, 시부모님께 한글로 편지 써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라며 서툴게 말하며 수줍게 웃는 그이에게서 영락없는 한국며느리의 모습이 배어난다.
여성문화회관에서는 2003년 11월 처음 ‘외국인여성을 위한 한국어교실’을 열었다. 한국인과 결혼해 살고 있는 외국인 여성을 위한 강좌다. 외국 여성들이 한국에 살면서 아이를 낳아 기르려면 엄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고, 한글을 모르고,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여러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아이들을 한국 사람으로 잘 키울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개설된 강좌다.
지난 7월에 시작된 이번 강좌의 초급반에는 베트남에서 온 다우티캄시엔(31세) 씨, 모로코인 라자박칼리(26세) 씨, 중국인 순리(50세) 씨 등 20여 명이 함께 하고 있다.
문자뿐 아니라 문화도 배워요
강의는 자원봉사자 조경현 씨가 맡고 있다. 이 교실을 처음 열었던 2003년 즈음에는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 조선족 여성이 많았다. 그래서 중국어를 전공한 조 씨는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에 ‘맞춤’이었다.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지금까지 외국인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고민도 들어주고, 어려움도 함께 나누는 등 그들의‘대모’역할을 하고 있다.
한글교실에 수강료는 따로 없고 교재만 본인이 구입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여성은 생활이 넉넉지 못한 경우가 많고, 남편들도 직업이 불규칙하거나 비정규직 근로자인 경우가 많아 1만원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끼는 것 같다는 것이 조경현 씨의 설명이다.
여성문화회관의 안혜경 팀장은 “한국음식 만들기, 전래동요, 문화체험하기 등을 함께 병행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무료로 진행되는 교육이다 보니 예산이 많이 부족한 형편이라 한글에 국한되게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안타깝다”며 “단체나 기관의 후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외국인여성을 위한 한국어교실은 3개월 과정으로 초·중급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초급에서는 주로 처음 글을 배우는 아이들처럼 자음, 모음 공부에서 시작해 단어를 배우고, 중급에서는 말은 하지만 발음이 우리나라 사람과 다른 외국인들을 위한 발음교정과 받침, 문법 등을 익힌다. 한국문화 이해 등은 기본이다. 다음 학기 수강생 모집은 오는 12월에 있을 예정이다. (511-3141~4)
‘We are the world’ 글로벌 훼밀리 프로그램
일요일 오후. 연수동 아파트단지 안으로 낯선 피부색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다. 분위기가 이미 익숙한 듯한 그이들은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자기나라 말로, 언어가 다른 사람들은 서투른 한국말로 대화를 나눈다. 세화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한국어학당의 풍경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아미르(40세)씨는 벌써 7년째 이곳에서 한글을 배운다. 덕분에 한글을 읽는 것은 물론 웬만한 문장 정도는 쓸 수 있다. 이곳에 오면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는 이수빈(43세, 중국 하북성)씨, 남편한테 한글 배우는 것으로는 성이 안차서 온다는 손따냐(23세, 카자흐스탄)씨 모두 한국어학당 동창생이다.
한국어학당은 세화종합사회복지관에서 외국인 이주근로자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훼밀리(Global Family)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한국어학당은 2002년 한글학교 1기로 시작돼 현재 4기가 운영되고 있다.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 등 자원봉사자들이 네 개의 반으로 나누어 외국인들을 가르치고 있다. 러시아, 몽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반을 나눠서 수업을 하다 보니 언제나 화기애애 하다. 수업은 이주노동자 재단에서 나온 교재를 이용한다. 처음엔 자음, 모음으로 시작한 외국인들은 곧 단어, 말하기, 쓰기 등을 함께 공부하게 된다. 이렇게 일년 정도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까막눈’을 면하게 되는 것.
한국어학당이지만 한글만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글에 웬만큼 자신이 붙은 사람들은 컴퓨터교육을 통해 무한한 정보의 바다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외로움과 고통을 달래주기 위해 문화탐방을 함께 하고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등에는 문화축제를 열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이주 노동자들과 ‘나눔’의 기쁨을 함께 하고 있다. (813-2791, 010-3062-1994)
글 _ 정경애 (편집위원·happyjka@incheon.go.kr) / 사진 _ 김정식 (자유사진가·jsjsm@incheon.go.kr)
늦깍이를 위한 한글교실
오늘 난, 갈래머리 여학생

여성문화회관 어느 교실이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로 북적인다. 이윽고 수업시작 시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시자 한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 ‘차렷, 경례’ 구호를 붙인다. 일제히 머리를 숙이며 ‘안녕하세요’라고 공손히 인사하는 할머니들의 뒷모습은 영락없는 갈래머리 소녀들이다.
여성문화회관에서는 한글교실 초급과 중급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초급에서는 한글기초부터 자음, 모음, 낱말, 문장만들기 등을 공부하고, 중급에서는 문장 만들기, 받아쓰기, 글쓰기 연습 등을 한다. 각 반마다 강의는 90분씩 일주일에 두 번 진행된다. 수강료는 따로 없고 선착순으로 마감한다. (511-3141~4)
여성복지관에서도 9월 7일부터 12월 23일까지 한글반을 운영한다.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강의가 진행되는데 지난 1기 때는 초등학교 1학년의 읽기·쓰기 교재로 공부했고, 2기는 1학년 2학기 교재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읽기·쓰기는 물론 기초적인 셈까지 가르치니 초등학교 수업이나 다름없다.
여성복지관 한글반은 1년에 두 차례 운영된다. 초급, 중급 따로 없이 만 18세 이상으로 한글을 모르는 여성은 누구든지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440-6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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