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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영혼과 칭롱(세팍타크로)의 나라
순수한 영혼과 칭롱(세팍타크로)의 나라 미얀마
글·사진 김성환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지난 2013년 12월 11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44년 만에 동남아시아경기대회가 개최되었다. 서방의 언론들은 앞다투어 미얀마의 ‘커밍아웃 파티’를 전세계에 알렸다. 민주화 개혁과 경제 개방을 가속화하고 있는 미얀마에서 동남아시아경기대회의 개최는 미얀마가 국제사회를 향해 문호를 활짝 열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그 의미는 컸다. 특별히 경기를 위해 새로 지어진 3만석 규모의 체육관에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11개 참가국의 선수단, 외교사절, 관중 수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화려하게 펼쳐진 동아시아경기대회는 동남아 지역의 최대 체육행사로 지난 1961년과 1969년 이후 미얀마에서 개최하기는 44년만이다.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는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파워풀한 경기력을 가진 미얀마는 이제 은둔의 나라라는 닉네임 대신 아시아의 또 다른 용으로 부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순수한 영혼들의 도시 양곤
미얀마의 첫 느낌은 고요하고 정겨웠다. 타지에서 온 여행객을 대하는 미얀마 사람들은 무척이나 친절했고 양곤은 물론 지방의 작은 도시에까지 미얀마를 상징하는 크고 작은 불탑들이 이방인의 시선을 뺏어간다. 특히 미얀마의 아침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집집마다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해 어린 승려에서부터 고승에 이르기까지 찾아오는 모든 승려들에게 먹을 것을 함께 나누는 풍경(탁팟)은 경이로운 것을 넘어 거룩하기까지 하다.
2011년 미얀마의 봄 이후 아시아의 떠오르는 용으로 주목받는 미얀마는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나라여서 도시의 인프라가 좋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무척 활기찼으며 외지인들에게 웃음을 잃지 않았다. 미얀마 사람들은 아직 순수한 영혼을 간직하고 있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이자 실질적인 미얀마의 중심도시인 양곤은 지금 넘쳐나는 외국인들로 인해 호텔비는 3~4배 정도 폭등하고 사무실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고 한다. 갑작스런 개방의 물결에 비해 도시의 인프라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지만 현지인들에게는 호재다. 양곤 시내 곳곳에 도로와 호텔 신축이 러시를 이루고 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인데도 에어컨 없는 버스와 택시들이 즐비한 것만 봐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많은 듯 하다.
어느 나라와 도시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기에는 재래시장이 제일이다. 양곤의 보족 아웅산 마켓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 수많은 관광객과 미얀마 사람들로 늘 붐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보석상들이 즐비하다는 점인데 이는 미얀마의 불교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양곤의 상징인 쉐다곤파고다의 외벽에도 많은 금이 칠해졌다고 하고, 필자가 방문했던 많은 사원에도 불상에 금을 입히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데 미얀마 사람들에게 금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원들의 이런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도시의 부족한 인프라는 외지인들에게는 다소 불편하다. 하지만 그건 이방인들의 시각일 뿐이다.
우리들처럼 불편해 하거나, 조급하거나 타인을 경계하는 눈빛 대신 행복한 미소로 사람을 대한다. 그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풍부하고 다양한 천연자원, 넓은 국토 그리고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이 어쩌면 이런 여유를 만들어 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종교와 문화에서 기인한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미국 및 유럽, 중국, 일본, 태국, 우리나라 등 많은 나라들이 하루빨리 미얀마의 신흥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그들의 소중한 종교와 사람에 대한 가치가 변하지 않기를 빌어본다.
머물고 싶은 거룩한 도시 바간
미얀마의 중부에 위치한 바간(Bagan)은 3천개가 넘는 크고 작은 파고다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 미얀마를 찾는 여행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다. 물론 기후가 건조하고 무더워서 여행하기 좋은 계절인 겨울은 11월부터 새해 2월까지 이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계절에 구분 없이 이곳을 찾는다. 비행기로 양곤에서 1시간 10분 거리에 있는 바간으로 날아가기 위해 국내선을 탔다. 아직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만 비행기를 이용하고, 미얀마 사람들은 비싸서 비행기를 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재미있는 것은 비행기로 한시간 남짓 거리지만 배로 갈 경우 6일이 걸리고, 버스로는 11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기차도 있는데 이 역시 16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비용은 항공사와 예약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 돈으로 약 8만원에서 12만원 정도 든다. 현재 바간 지역에는 4개의 왕궁터와 유적지들이 남아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3천122개의 파고다가 흩어져 있다. 수 많은 파고다를 비추며 떠오르는 장엄한 일출과 아름다운 일몰풍경을 보기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아침 저녁으로 파고다에 오른다. 그리고 그들의 일부는 자신들의 영혼을 정화하기 위해 눈을 감고 참선을 한다.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고요한 파고다의 어느 한 곳에 올라 책 한권을 들고 하루종일 보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정말 그렇게 하는 여행객들을 볼 때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그리운 기억 하나 만달레이의 ‘우베인브릿지’
어느 때인가 다큐멘터리에서 본 나무로 된 긴 다리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 기억을 오래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현실에서 그곳에 가게된 것에 대한 기쁨과 환희는 이루 말할수 없다. 바로 만달레이의 우베인브릿지가 그것이다. 대부분 만달레이로 가면 우선은 왕궁을 보지만 필자는 바로 우베인브릿지로 향했다. 그만큼 간절했던 탓이다. 오래전 우베인이라는 사람이 만들어 놓았다는 이 다리는 나무로 만든 오래된 다리라는 것도 특이하지만 떨어지는 해를 배경으로 비춰지는 아름다운 실루엣으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사람들은 다리위를 직접 걸어보기도 하고 제티(선착장)에 내려가 보트를 타고 다리를 감상하기도 한다. 약 2㎞정도 되는 긴 목조다리를 보기위해 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지 나는 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이윽고 해가 석양으로 떨어지자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석양을 향해 고정된다. 탄성과 감탄들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한동안 이어지는 석양의 아름다움에 취해 움직일 수가 없다. 혹자는 가슴마저 멎게 하는 경이로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수없이 셔터를 누르고 눌러도 그 아름다운 색채의 마술을 앵글에 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솟구친다. 미련만 더 쌓이는 듯하다. 그건 미얀마에 대한 미련으로 남아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영혼의 나라에서 나는 나를 또 정화한다.
미얀마 따라가기
미얀마의 관광비자의 유효기간은 90일이며, 비즈니스 목적으로 방문하면 양곤공항에서 즉석비자를 신청해 받을 수 있다. 물론 일반 관광객들은 사전에 비자를 받아야 한다. 미얀마 내 체류 기간은 약 한달(28일) 까지다. 그동안 베트남 항공으로 호치민을 경유하거나, 타이항공으로 방콕을 경유했는데 2012년 9월 대한항공에서 처음으로 양곤으로 직항을 운항하기 시작했으며, 2012년 12월 아시아나항공도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미얀마 화폐인 짯은 다른 나라에서는 환전이 안되므로, 달러를 가지고 미얀마에 입국해 양곤 공항 1층의 환전소나 양곤 시내의 은행에서 환전하면 되는데 특이한 점은 반드시 100달러 짜리 빳빳한 지폐를 가지고 환전해야 환전율이 높고 수월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양곤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은 세계최대 불교 사원 중 하나이며 거대한 황금빛 불탑이 인상적인 미얀마의 상징 ‘쉐다곤파고다’와 ‘보족 아웅산 마켓’ 등이 있다.
미얀마 화폐에 감춰진
세팍타크로의 비밀
우리는 보통 세팍타크로(Sepak Takraw)의 원조가 태국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미얀마에서 칭롱으로 불리는 전통 구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잘 모른다. 미얀마 지폐에 세팍타크로가 그려져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미얀마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미얀마의 화폐 5짯에 미얀마의 전통 구기인 세팍타크로 스타일의 칭롱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다소 혼동스러웠다. “앗 태국이 원조 아닌가?” 하지만 미얀마의 지폐에 칭롱 이미지가 삽입될 정도면 칭롱이 미얀마 삶에 얼마나 깊숙히 자리 잡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미얀마가 태국의 아성을 깨고 선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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