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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인천이 ‘작품’이네
항구, 공항, 섬, 차이나타운, 르네상스식 근대건물 … 옛것과 새것, 자연과 인공이 공존하는 도시, 인천에서는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곧 '작품'이 된다. 때론 로맨틱하게, 때론 우수에 젖게 하는 필름 속의 인천을 기행해 본다.
젊은 날의 슬픈 소나타 - 슬픈연가
옹진군 시도 앞바다는 ‘눈물바다’이다. 사랑과 우정으로 상처받은 젊은 날의 소나타 <슬픈연가>가 바다를 울리고, 사람을 울리고 있다. 권상우(준영), 김희선(혜인), 연정훈(건우)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가 이 겨울에 사람들의 가슴을 애절하게 만들고 있다.
진한 슬픔은 고독한 겨울 바다 풍경이 한몫 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재회하게 된 준영과 혜인이 건우의 별장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지중해 해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하얀색조의 이 별장 세트장은 시도 끝자락에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세워져 있다. 바다를 양쪽으로 끼고 있는 별장에서 보면 강화도 마니산 봉우리가 코앞이고 동막해수욕장이 앞마당처럼 보인다.
사방을 유리벽으로 만든 둥근 방에는 하얀 피아노가 한대 놓여져 있다. 혜인이 미국으로 가기 전날 그녀를 위해 작곡한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 준영의 눈동자에는 시도 앞바다가 서럽게 담겨져 있었다.
그 바다… ‘비’온 뒤 맑음 - 풀하우스
시도 수기해수욕장에는 <풀하우스>가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 잡고 있다. 전망이 확트인 통유리창, 푸른 하늘로 솟은 하얀 망루, 바다로 쭉 뻗은 나무데크. 정원의 장미터널… 말 그대로 만화 주인공들이나 살 것 같은 아름다운 집이다. 이곳에서 영재(비)와 지은(송혜교)은 티격티격하면서 사랑을 이뤄간다.
풀하우스가 있기 전에도 그 바다는 예뻤다. 끝에서 끝까지 한달음이면 닿을 수 있을 만큼 작은 해변은 활처럼 휘어져 마치 호수처럼 아늑하다. 바다 건너 눈앞에는 강화도 남단이 펼쳐진다. 마니산의 자태가 뚜렷하게 보이고 일몰이 아름답기로 소문 난 장화리 해변도 손에 닿을 듯하다. 건너편 바다에서 밀려오는 잔잔한 물결 속에는 비와 송혜교가 외쳐 대던 ‘아자. 아자 화이팅!’이 실려온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 - 천국의계단
한때 무의도는 ‘천국의 섬’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젊은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직도 그 바닷가에는 애절한 사랑의 메아리가 파도에 묻혀온다. sbs드라마 <천국의계단>은 최지우, 권상우, 신현준, 김태희 등 네 남녀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을 그린 멜로 드라마이다.
하나개해수욕장 해변 모래 둔덕에는 <천국의계단>에서 정서(최지우 분)와 송주(권상우 분)의 어린시절 추억을 담고 있는 집이 서 있다. 기억을 잃은 정서가 ‘어떤 사람이 살고 있을까? 꼭 천국 같애’라고 속삭이던 사랑의 안식처이다. 마치 동화 속 장난감처럼 만들어진 별장 세트장이 시원하게 펼쳐진 해변과 잘 어울린다.
천국의 집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바다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권상우가 슬픈 눈으로 지평선을 응시하며 하얀 피아노를 쳤던 바다,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하며 하늘을 향해 부메랑을 던졌던 그 바다가 바로 아래 펼쳐져 있다.
현재 <천국의계단>은 일본 후지TV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이름도 없었다… 존재도 없었다. - 실미도
비운의 섬, 실미도는 무의도 왼편에 있는 작은 무인도다. 영화가 사실을 토대로 했고 실제 현장을 영화세트장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실미도 기행은 실제와 스크린 사이를 넘나든다.
영화 <실미도>(안성기, 설경구 주연)는 김신조 등 무장공비 31명의 청와대 습격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김일성 주석궁을 폭파하기 위해 1968년 4월 극비리에 창설된 684특수부대의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 사상 처음으로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실미도에 가려면 무의도 실미해수욕장에서 물이 갈라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썰물 때 해수욕장과 실미도 사이에 거대한 갯벌과 모래톱이 드러나 2시간동안 길을 내준다. 실미도 해변을 걷다 보면 야트막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 있다. 영화 세트장이 있던 곳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소나무들과 잡목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10여분 올라 정상에 서면 반대편으로 아담한 해변이 펼쳐진다. 아쉽게도 해변가에 설치되었던 실제 세트장은 사라졌고 군 천막과 철조망으로 만든 권투 사각 링이 기행을 나선 사람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그러나 이곳저곳을 살펴보면 막사가 들어섰던 터, 굴러다니는 모래주머니, 나무계단 등 촬영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실미도는 평균해발 35m의 나지막한 야산이다. 해변에서 684부대원들이 ‘해골능선’이라고 이름을 붙인 꼭대기까지는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능선에 서면 파도와 바람소리 밖에 들리지 않다. 그 소리가 마치 특수부 대원들의 절규처럼 들린다.
스무살, 그들의 출구는 ‘인천’ - 고양이를 부탁해
인천의 한 여자상업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살 여자들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일종의 성장영화다. 주인공(배두나, 이요원, 옥지영 출연)들은 만석부두와 자유공원을 배회하고, 월미도와 주변 횟집거리에서 인형 뽑기를 하며 막막함과 맞선다. 여고 단짝 친구인 그들은 이처럼 인천과 서울의 무수한 길들을 오가며 방황하고 싸우고 화해하며 저마다의 길을 찾아 떠난다. 상영 당시 ‘좋은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대부분 인천에서 촬영했다. 특히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이라도 하듯 국제여객터미널과 월미도 그리고 만석부두 등 인천의 ‘출구’가 배경으로 많이 나온다. 이밖에 동인천역(지하상가), 북성동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부근 등 인천의 모습이 고스란히 필름에 담겨져 있다.
느와르 속의 애달픈 사랑… - 피아노
<피아노>는 밑바닥 인생을 살던 아비 억관(조재현 분)과 자식(고수 분)의 갈등, 아버지가 다른 형제(김하늘, 조인성 분)끼리의 갈등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유전자적으로 남남이면서 가족이기도 한 수아와 재수 남매의 사랑이 드라마의 큰 줄기이다.
촬영은 대부분 중구청 근처에서 진행되었다. 수아네 집은 중구청 바로 뒤 담쟁이 넝쿨이 멋지게 감싸 안은 일본식 집이다. 그 집 대문과 벽에는 아직도 피아노의 잔상을 못잊는 사람들이 쓴 낙서 흔적이 보인다. 억관이 가족과 함께 모여 살고 싶어 하는 계단 옆 옛집은 중구문화원 건물이다. 중구문화원 앞에는 드라마 촬영지였음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밖에도 경인수협공판장과 (구)인천시경 주변, 자유공원 길, 제일교회, 토속음식점 토촌 등에서 감독의 ‘레디, 고!’ 함성이 연일 울렸다.
변두리 인생들의 슬픈 이야기 - 파이란
중구청 주변의 변변찮은 3류 양아치 이강재(최민수 분)와 그와 서류상 결혼으로 코리아드림을 꿈꾸는 중국 여자 파이란(장백지 분)의 슬픈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인천은 바다 건너 온 중국의 3류 인생들이 한국의 3류 인생과 뒤섞여 사는 변두리 공간으로 묘사된다. 카메라는 어떤 채색도 기교도 없이 이 우중충한 공간의 누추함을 고스란히 전시한다.
인천항여객터미널이나 동인천역 주변, 자유공원에서 내려다본 인천 구 시가지, 중국음식점 ‘풍미’, 송현시장의 순대국집, 파이란이 탄 택시 차창 밖으로 내비치던 인천역과 중국인거리 ‘패루’의 모습 등이 스크린 곳곳에서 발견된다. 아직까지도 파사모(파이란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은 영화를 되새김질 하기 위해 가끔 파이란 촬영지를 순례하고 있다.
그 바다에 가면, 운명처럼 사랑하게 될까 - 시월애
시간(時)을 초월(越)한 슬픈 사랑(愛)이야기, 1998년의 남자 성현(이정재)과 2000년의 여자 은주(전지현)가 우체통을 매개로 대화를 나눈다. 강화군 석모도 하리의 갯벌 위로 긴 다리를 드러내놓고 사각형의 몸에 세모꼴의 지붕을 얹어놓은 모양으로 서있던 아름다운 집 ‘일마레’에서 두 사람은 2년의 시차를 두고 거주하며 집 앞의 ‘우체통’을 통해 만난다.
혼자만의 공간으로 돌아오면 떠나버린 사랑 때문에 고독하다. 사랑, 그것은 시간을 거뜬히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을 가진 것. 하리에 가면 누구나 그런 사랑의 힘을 느껴볼 수 있을지 모른다. 하늘과 산을 적시고 끝내 갯벌의 품을 파고들던 노을과 아카시아 나무 한 그루만 하리 바다에 있다면 충분해 보였다. 영화 속의 아름다운 집 ‘일마레’는 아쉽게도 그 해 태풍에 사라졌지만 그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글 _ 유동현 (편집위원·batubatu@incheon.go.kr)
사진 _ 김성환 (자유사진가·koin1@incheon.go.kr)
영화세트장 가는 길
슬픈연가 & 풀하우스
두 세트장 모두 옹진군 시도에 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첫번째 IC에서 빠져 나와 삼목선착장에 다다른다. 배를 타고 신도에 내려 연도교를 거쳐 시도로 건너간다. 먼저 수기해수욕장에 있는 <풀하우스> 세트장을 둘러보고 여기서 약 500m 떨어진 <슬픈연가> 세트장으로 간다. 신도 가는 배는 한시간에 한번씩 있다. 자동차도 실을 수 있다.
배편 문의 _ 세종해운 884-4155
천국의계단 & 실미도
<천국의계단> 세트장이 있는 무의도는 을왕리행 306번 버스를 타고 잠진도에서 카페리호를 타고 건너가거나,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공항남측도로를 달리다 잠진도 연륙교를 건너 무의도행 배를 탄다. 또한 연안부두에서 여객선을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실미도는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갈 수 있다.
배편 문의 _ 무의도행 카페리호 751-3354~6 / 우리고속훼리 887-2891 www.wk.co.kr
인천은 ‘시네마 천국’
인천이 대한민국 ‘영상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시는 강화군 선원면 연리 일대 30만평에 2015년까지 종합영상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드라마와 영화, CF 촬영 및 제작이 가능한 오픈세트를 짓고, 2단계로 고려촌과 퓨전아일랜드를 각각 조성할 예정이다. 고려촌은 고려시대 생활상을 재현한 민속촌·숙박시설·이벤트 광장이 들어선다. 퓨전아일랜드에는 복합영상센터·컨벤션센터·놀이시설 등이 각각 지어질 예정이다. 이곳에는 70년대 서울 한옥들과 판자촌을 재현시킨 SBS 드라마 <애정만세> 오픈세트가 이미 건립돼 촬영과 방송을 마친 상태다.
중구 용유도와 실미도, 그리고 옹진군 신도 등 3개의 섬도 대형 영상단지로 집중 개발된다. 용유도 일대는 영화제작시설 등을 갖춘 문화콘텐츠 산업단지로, 신도는 국제테마파크 등이 들어선 문화예술촌으로, 그리고 실미도는 영화촬영세트장을 갖춘 영상단지로 각각 개발된다. 특히 용유도에는 예술고교와 영상·예술·멀티미디어 등의 학부를 갖춘 영상대학 및 영화아카데미, 대형스튜디오, 특수촬영장, 영상체험관, 복합영상지원관 등의 영화제작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편 무의도에서는 박경리 원작을 드라마화 한 <김약국의 딸들>(엄수정, 임지은 주연)이 촬영될 예정이며 장봉도에는 SBS 드라마 <홍콩익스프레스>(차인표, 송윤아 주연)세트장이 지어질 예정이다.
cinema etc.
북경반점(감독 김의석 / 출연 김석훈, 명세빈, 신구)은 주인, 주방장, 종업원, 아버지와 딸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사랑을 담아낸 자장면 같이 달콤한 영화다. 오풍냉채, 봉위하, 북경샥스핀, 등 중국요리로 볼거리를 더해 시각 뿐만아니라 후각, 미각을 자극했던 영화다. 촬영지는 화교들의 애환이 묻어 있는 중구 북성동 차이나타운. 지은 지 100년 된 한의원 건물을 개조해 세트장 ‘북경반점’을 재현했다.
패밀리(감독 최진원/ 출연 황신혜, 윤다훈, 김민종)는 세계화시대에 맞춰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인천을 접수하려는 엘리트깡패와 그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는 인천 룸살롱 마담의 대결을 그린 코믹액션물이다. 룸살롱을 비롯해 호텔과 일식집, 놀이공원, 원목창고, 월미도 카페 등 영화의 90% 이상을 인천에서 촬영했다. 특히 맥아더 동상 앞에서의 영화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감독 이명세 / 출연 박중훈, 안성기, 최지우) 는 인천의 강력반 형사를 실제 모델로 삼은 영화로 박중훈이 그 역을 연기했다. 신흥동 창고와 나이트클럽 그리고 인천항 하역장 등 인천의 모습을 필름 사이사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엽기적인 그녀(감독 곽재용 / 출연 차태현, 전지현)는 인천행 경인전철에서 복학생 견우가 터프한 엽기녀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푼 영화로 부평역 부근과 인천역 등이 스크린에 비춰진다.
텔미 썸딩(감독 장윤현 / 출연 한석규, 심은하)는 국내 최초의 하드고어(Hard-Gore) 스릴러 영화이다. 조형사가 채수연의 옛 기억을 더듬고자 수연의 어린 시절을 함께 찾는 장면은 중구청 뒤편의 일본집이 즐비한 동네이다.
피도 눈물도 없이(감독 류승완 / 출연 이혜영, 전도연)는 어두운 인생들의 생존 모습을 그린 이 영화로 60% 가량을 인천에서 촬영했다. 주인공이 차 사고를 내서 운명적으로 만나는 곳이 중구청 뒷골목이며 공중 카 스턴트 장면은 인천항에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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