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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들 ‘함께’ 키워요

입시지옥은 유아들도 예외는 아니다. 학습지니 방문교사니 하면서 돌 무렵부터 학습(?)을 시작하는 아이들도 여럿이다. 우리아이들을 입시지옥에 일찍부터 내몰 수 없다는, 아이는 아이답게, 지식위주의 교육보다는 인성을 키우는 교육을 시키겠다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공동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시에서도 공동육아 방식의 어린이집을 몇 곳 찾아볼 수 있다.
부모도 함께 자라는 공동육아
공동육아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기금을 출자해 어린이집을 세우고 공동으로 운영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이를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보육료를 지불하는 것에서 끝나는 기존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는 달리 학부모가 어린이집운영의 공동 주체가 되어 교사의 채용과 설립에 필요한 장소선정은 물론 시설, 아이들의 교육프로그램이나 먹거리, 어린이집 생활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조절해 육아의 질을 높여가는 열린 교육의 장이다. 학부모가 공동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이익창출 없이 예산을 운용할 수 있어 아이들의 먹거리는 유기농 식품을 이용하게 하고, 자연친화적인 놀이문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동육아와 기존의 유치원 어린이집과 다른 점은 부모가 함께 육아를 경험함으로써 부모도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다. 총회나 방모임, 날적이 등을 통해 교사와 부모가 함께 육아에 참여하고, 아이의 교육 프로그램에 부모가 직접 관여할 수 있다.
‘공부’보다는 ‘놀이’
공동육아를 하는 어린이집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의 풍물, 세시풍속 알아보기 등 우리 것을 알아가는 하나의 작업이라는 점이다. 또한 자연을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기 위해 직접 자연을 찾아다니는 나들이, 들살이 등을 위주로 어린이집 생활이 진행된다.
교사와 교사사이, 아이와 아이사이, 교사와 아이사이의 관계는 어느 한쪽이 권위나 우위를 가지지 않고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는 것도 커다란 특징이다. 그래서 교사와 학부모들은 별명을 짓고 어린이집에서는 별명으로 불리며 아이도 교사에게 반말을 사용한다. 집에서 아이들이 엄마에게 편하게 반말을 사용하듯이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아이들은 저녁에 집에 갈때도 선생님에게 ‘집에 다녀올게’라고 말하기도 한다.
통합교육 역시 공동육아 교육원칙 중 하나이다. 연령별, 영역별, 성별 통합은 물론 장애우와의 통합교육으로 나이 차이에 의해 상·하로 나뉘는 권위를 거부하고 각각의 개성과 인격을 존중하며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라는 일종의 편견과 독선을 넘어선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아마활동’. ‘아마’란 아빠엄마의 줄임말로서 학부모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이다. 학부모는 매일 돌아가면서 청소아마에 참여해야 하고, 교사가 월차휴가나 교육 등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에는 순서대로 일일교사로 아마활동을 해야 한다.
‘공동날적이’도 특징적. 날적이란 ‘일기’를 뜻하는 말로 그날 그날 있었던 일들과 아이들의 모습, 반응 등을 일기형식으로 적어서 부모에게 보내고 부모는 그에 대한 답장을 적어 주고받는 것이다. 아이들의 어린이집 생활을 부모가 상상하고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출자금을 내 설립된다. 따로 모집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자리가 날 때까지 예비조합원으로 기다려야 하고, 300~500만원 안팎의 조합원 출자금도 부담해야 한다. 출자금은 어린이집의 터전을 마련하는데 사용되며, 탈퇴할 때 돌려받는다. 또 가입비는 일종의 입학금으로 필요한 물품 등을 구매하는 비용인데 평균 20~50만원 선이고 연령별로 차이가 나는 보육료는 달마다 20~50만원 가량 된다.
내 집처럼 편안하게 해맑은어린이집 (546-2889)
지난 98년 학부모들이 출자해서 만든 공동육아어린이집인 해맑은어린이집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생활하는 것과 가장 비슷한 환경을 꾸미고 자연 속에서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로 보육하고 있다.
아침 7시 반부터 등원을 시작한 아이들은 모둠회의를 통해 그날 할 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결정한다. 오전 일과는 주로 나들이다. 친구들, 선생님과 손을 잡고 떠들고 구경하며 나들이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을 배우고 사회를 익힌다. 점심 후에는 쉬는 시간이다. 낮잠도 자고 생각도 하며 자유롭게 보낸다. 오후에는 접고, 자르고, 만들고, 요리도 하며 논다. 놀이도 주로 전통놀이가 많다. 방과후 교실도 운영한다. 해맑은어린이집 출신(?)의 초등학생들이 학교에 다녀온 후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해맑은어린이집에서 공동육아에 뜻을 같이 했던 학부모들은 이제 대안 초등학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보다 자유롭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천 대안학교 준비모임’을 만들고 협동조합 형태로 학교를 설립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자 희망세상어린이집 (522-4630)
육아를 친정엄마에게 부탁하기도 미안하고 어린아이를 시설에 맡기기에도 불안한 엄마들이 우리 힘으로 아이를 제대로 키워보자고 마음을 모으고 지난 96년 사무실 한켠에 장소를 마련해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 희망세상 어린이집의 시작이다. 그러던 것이 뜻 맞는 사람들끼리 어린이집을 한번 세워보자는 생각에서 보육교사, 간호사,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 등 전문가들이 모여 수십 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2000년 9월 부평3동 한켠에 3층짜리 번듯한 어린이집으로 태어났다.
희망세상어린이집의 특징은 부모의 소득에 따라 차등 보육료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A등급에서 E등급까지 보육료가 나눠진다. 그렇다고 획일적으로 보육료를 책정하는 것이 아니다. ‘희망등급’제도가 있어서 부양가족이나 부채 등을 고려해 희망보육료를 신청하면 보육료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장학회원 제도.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150여명의 회원들이 마음을 모아 희망세상어린이집을 설립한 것이 그것이다. 출자금 마련이 어려운 가정은 장학회의 심의를 받아 출자금을 내지 않아도 조합원이 될 수 있고 부평 3동에 거주하는 어린이는 출자금과 조합 가입비를 내지 않고 어린이집에 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희망세상어린이집은 현재 3개월의 영아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의 방과후반 등 모두 11개의 방에서 130명의 어린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매일 저녁 10시반까지 저녁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저녁교실 교사를 포함해 모두 27명의 교사가 아이들을 돌본다.
또 지역 어린이를 위해 개방 프로그램으로 ‘친구들아 같이 놀자’를 매월 둘째 토요일 오후 2시 희망공원에서 열고 있다. 부평3동 어린이는 누구나 기쁘고 씩씩한 마음만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다.
문학산 정기 이어받자 너랑나랑어린이집 (437-5516)
남구 문학산 자락에 자리잡은 너랑나랑어린이집은 공동육아를 시작한지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푸른생협 조합원 중에서 공동육아에 관심을 가진 엄마들이 모임을 갖기 시작해 2001년 품앗이 형태로 처음 문을 열었다. 지금은 14가구가 조합원이 되어 18개월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모두 12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은 12명에 불과하지만 교사는 영양교사까지 모두 5명이나 된다. 교사의 비율이 높다보니 그만큼 아이들에게 관심을 더 갖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아이들이 7시 반부터 어린이집을 찾아오면 맞이하기, 전체 통합 놀이를 한 후 주로 나들이를 한다. 어린이집이 터를 닦은 연경산 일대를 산책하고 향교, 문학경기장, 서점, 동네놀이터 등지를 마음내키는 대로 둘러보는 나들이다. 나들이 후에는 점심식사를 하고 자유로운 놀이와 낮잠 등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어린이집이 아직 뿌리를 든든하게 내리기 전이라서 조합원 운영에 좀 여유가 있는 편이다. 공동육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시로 대기자 면담을 할 수 있다.
글 _ 정경애 (편집위원·happyjka@incheon.go.kr) / 사진 _ 김정식 (자유사진가·jsjsm@incheon.go.kr)
이색 공동육아
장애아 방과후 교실 힘찬터 (283-3303)
힘찬터는 공동육아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뜻을 같이하는 장애아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만든 방과후교실이다. 장애아동이기 때문에 개인과 개별 가족들이 감당하기에 어려운 여러 영역, 즉 보호와 교육은 물론 학교 교육을 보완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장애, 비장애아 통합공동체의 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현장이다. 장애아동들은 계속해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복지관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은 6개월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지속성을 가질 수 없어 우리 힘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운동시켜 보자고 뜻을 모은 데서 시작됐다. 1급~3급까지 정신지체, 발달장애 등을 가진 아이의 부모 8명이 300만원을 각각 출자해 힘찬터를 마련하고 방과후 교실과 방학중 계절학교 등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힘찬터에 모이면 악기다루기, 요리, 체육, 바느질 등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방학기간 중에는 계절학기를 열고 풍물, 수영, 컴퓨터, 태권도, 피아노, 미술, 명상, 요리 등을 함께 배운다.
힘찬공동육아공동체의 초대대표 이경희 씨는 “우리 모임이 정식 어린이집도 방과후 교실도 아니지만 장애아동을 공동육아의 형태로 키우는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인천 지역 곳곳에 이런 모임이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공동육아의 장점만 채택한 인천생협예슬어린이집 (529-9479)
인천생협에서 운영하는 예슬어린이집은 공동육아어린이집과 기존 어린이집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다. 예슬어린이집이 생긴 것은 지난 91년. 그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2년 생협과 통합해 인천생협예슬어린이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생협예슬어린이집은 인천생협의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3만원의 가입비로 인천생협의 조합원이 돼야하고 아이를 맡길 때 200만원을 조합원 출자금으로 내야 한다. 다른 공동육아어린이집과 달리 가입비는 따로 없고 입학금 6만원만 내면 된다.
생협예슬어린이집은 영아전담 어린이집으로 3개월부터 만 4세까지의 아이들만 돌보고 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처럼 조합원으로 출자해서 아이를 맡기는 만큼 부모회, 교사회, 운영회, 전체회의 등 여러 회의체가 있어 어린이집 운영 전반에 관한 것을 함께 의논하고 결정한다. 단, 보육비 등은 기존 어린이집처럼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어린이집이라 법에서 정한 보육료 규정에 따른다.
생협에서 운영하기에 먹거리를 유기농으로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 현재는 21명의 영아들이 6명의 교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침 7시반에 등원을 시작한 아이들은 보통 7시 반까지 어린이집에서 지내고 8시까지 연장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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