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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되지만 행복한, 리더의 삶

2014-06-02 2014년 6월호


고되지만 행복한, 리더의 삶

글 정경숙 본지편집위원   사진 김보섭 자유사진가



“남이 만든 길로 안 갈래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갈 거예요.” 학교 따위 안가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5일간의 무단결석. 열일곱 소년은 선생님과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는 학비가 싼 교대에 들어갔다. 가난해서 지원했다고 나 같은 놈이 못 오게 학비를 올리라며, 또 다시 교만을 부렸다.
그는 바로 극단 ‘십년후’의 전 대표 최원영(59). 이후 그가 맑은 눈동자의 아이들로부터 사랑의 위대함을 발견한 건 운명이었다. 해조차 가려 비추던 낮은 동네에서 보낸 6년간의 교편생활. 아이들 학비를 몰래 대고 학용품을 몰래 건네다 보면 봉급봉투에 달랑 1만원이 남곤 했다. 가난하지만 맑고 고운 영혼들, ‘예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예쁜’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29살의 나이에 돌연 선생을 그만두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추한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힘을 길러야 했다. 그때까지도 본인은 치기 어리고 오만했노라, 그는 고백한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해가 뜨기 전부터 지기까지 세탁소, 빵집, 식당 일, 아파트 청소 일로 얼룩진 하루. 간신히 틈을 내 학교에 다니며 사회학을 배우고 정치학을 배웠다. 가장 낮은 곳에서 보낸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 끝에, 비로소 깨달았다. 열일곱 소년이 꿈꾸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가야할 길을…’.


그리고 십년 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인천에서 극단 ‘십년후’를 창단했다. 행복의 본질은 사랑이라는 진리를 깨닫고, 사랑을 기반으로 한 아름다운 조직을 실현하고 싶었다. 20여 년 동안 마음으로 극단 식구들을 껴안고 그 또한 큰 사랑을 받았다. “극단을 통해 사랑이 조직에 스며들어 위대한 힘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그 사랑을 극단의 담을 넘어 세상 밖으로 전하려 합니다.”
그는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리더십 강좌 ‘다카스포럼’을 수년 전부터 이끌어 왔으며 최근에는 협동조합 다카스(DACAS)를 만들었다. 다카스란 발견하라(Discover), 수용하라(Accept), 함께하라(Concern), 성취하라(Achieve), 확산시켜라(Spread)의 단계적 리더십, 즉 사랑이 발현되는 과정을 말한다. 경영인과 정치인 등의 리더를 대상으로 강좌를 열고 그 수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만들었다.
“배움의 끝에 부와 명예, 권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힘든 사람들의 삶을 직시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고되지만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 그의 시선은 하늘로, 앞으로 향해 있지 않다. ‘행복하려면, 사랑하라’는 간단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이 명제를, 그가 끝까지 지켜내려는 이유를 서서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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