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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나는…

2001-05-16 2000년 6월호

돌이켜본다. 여고시절 짬짬이 못쓰는 시도 긁적여도 보고 점심시간이면 친한 친구 몇몇과 학교 주변 연못가 탐스런 장미 곁에 멋진 포즈로 사진도 찍고 혼자만의 고독을 씹으며 괜한 슬픔에 온밤을 하얗게 지샌 수많은 날들 그리고 이유도 없이 세상 모든 슬픔을 다 간직한 듯 눈물 훔친 일…. 하지만 이제는 아름다운 추억일 뿐이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지금도 사계절이 바뀔 때마다 철없는 아이처럼 가슴앓이를 치르곤 한다. 봄비가 내리면 부드러운 그 비를 맞아 보고 70년대의 통기타 가수들의 노래를 볼륨을 높인채 따라 부르기도 한다. 가끔 봄날의 싱그런 바람을 맞으며 논둑을 걷다보면 노오랗게 피어나 어느 새 동그란 솜털의 민들레 꽃씨가 되어 힘없이 바람결에 날아가 버리고 초라한 가지의 잎새만 남는다.

이름 모를 수많은 꽃들이 여기저기 작고 볼품없이 피었지만 그 꽃들을 난 사랑한다. 둑 가 언저리에 새파랗게 돋아난 돌미나리와 씀바귀를 바구니 가득 채워 쌉쌀한 나물의 향기에 행복감을 느껴본다. 고요하고 적막한 시골 마을에 어디서 날아왔는지 벌써 소쩍새가 울어댄다.

며칠이 지나면 달콤하고 상큼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온 마을에 한껏 뿜어대고 뻐꾹새도 그쯤 울어 것이다. 단조로운 시골 생활에 마음의 넉넉함을 주는 자연의 고마움에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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