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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순이 출산하던 날
날은 점점 추워지는데 진순이 배는 점점 아래로 처져 내리고, 우리 가족은 그저 막연한 불안감으로 연신 마당에 묶여 있는 진순이의 상태를 확인해보곤 했다.
새끼를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한 터이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바닷바람까지 겹쳐서 예정일이 가까이 오자 우리 식구는 모두 밤잠을 설쳐가며 진순이 돌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 봄에 시골로 이사를 오면서 우리는 2명의 식구를 늘렸다.
바로 남매격인 진순이와 진돌이. 엄마 아빠가 인천으로 일을 하러 나가시면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내게 진돌이와 진순이는 너무나 고마운 친구였다.
우리는 함께 산책하고 낚시를 다니고 낮잠을 잤다. 밤이 어둑해져도 진돌이와 진순이가 바깥에서 항상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할 수 있었다.
그렇게 봄이 가고 여름 그리고 가을이 지나 진순이와 진돌이는 훌쩍 어른이 되어버리고 이제 곧 아기 엄마가 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마루에 불이 훤히 밝혀지고 부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퉁기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엄마는 미역국을 끓이고 계셨고 아빠는 상기된 목소리로 진순이의 순산소식을 알려주셨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 이상한 것은 뱃속에 새끼를 안고 있다 내어놓았으니 분명 속이 허할 거라 짐작해 부지런히 미역국을 끓여 주었는데도 꼼짝도 않고 새끼를 품고 있는 진순이였다.
조금 있으면 먹겠지 했는데 아침이 되고 점심때가 다 되어도 먹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 잘못도 게 아닐까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퀭한 진순이늬 눈을 보자 나는 안쓰러움에 손으로 미여국을 퍼 가만히 입에 갖다 대었다. 아니, 세상에 이럴수가! 오랫동안 배고픔에 지쳐있던 진순이는 내손에 올려져 있는 밥을 덥석 단숨에 먹는게 아닌가. 입맛이 없는 것도 몸이 안좋은 것도 아니었다.
추운 날씨에 새끼들만 개장 안에 놓아두고 일어설 수가 없어 바로 눈앞에 있는 밥을 보면서도 선뜻 일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밥그릇을 진순이의 입앞에 놓아주었더니 배고픔에 몸을 떨면서 새끼를 품은 채로 단숨에 먹어치워버리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내 부모님의 깊은 사랑에 다시한번 감사를 드렸다. 오랫동안 집에서 앓고 있는 나를 위해 시골로 이사를 내려오신 내 부모님. 하루도 빠짐없이 강화에서 인천으로 출퇴근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며나는 어서 빨리 몸이 나아야 한다는 이유를 새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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