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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과 ‘발’이었을… 호미, 쇠스랑
'서해도민의 삶-바다와 함께 한 세월’전
전시일정 : 10월 15일∼11월 30일
장 소 : 인천시립박물관 (832-2570)
‘바다’는 인천사람들에게 ‘삶’과 동의어였다. 그것은 밥이고 식구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했다. 인천사람들이 바다와 함께 한 세월은 곧 인천의 역사를 써 내려온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다가 그저 바라보고 즐기는 ‘대상’이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
인천시립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해도민의 삶-바다와 함께 한 세월’전은 희미하게나마 그 세월이 떨구고 간 작은 조각들과 만나볼 수 있는 자리이다. 전시공간에는 바다에서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때론 어머니의 손이 되기도 하고 아버지의 발이 되어주기도 했던 도구들이 모여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삶이었던 흔적을 전시로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 왠지 서글프지만, 그나마도 반갑다.
이번 전시는 시립박물관에서 몇 해 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서해학술 조사의 작은 성과 모음전이기도 하다. 전시장에는 송도를 비롯해서 영흥도 등 인천지역에서 구한 것들 외에도 국립해양유물전시관, 인하대학교박물관, 전남농업박물관 등 각지에서 빌려온 5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강화 교동 대룡리에서 발견된 패총과 신석기 시대 고기잡이에 쓰였던 돌로 만든 그물추 등 까마득한 옛날에 고기 잡던 도구들과 만나며 전시는 시작된다. 죄, 갯지렁이 쇠스랑, 동죽 갈코리, 낙지조락, 굴 바구니 등 고달팠을 갯벌에서의 삶을 보여주는 도구들은 일에 지친 어머니의 손끝처럼 대개 뭉툭하고 투박하다.
양식업에 쓰던 김발틀, 김결속기 등 바다 생활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생소한 기구들과 무동력 예인선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멍텅구리배라고도 불리는 강화의 곳젓배와 제주도 떼배 모형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인천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소금에 얽힌 자료도 만날 수 있다. 강수량이 적고 햇볕이 강한 해양연안에 넓은 갯벌을 가지고 있어 천일제염의 적지였던 인천은 우리나라 최초로 천일염을 생산한 곳이기도 하다. 전시장 한쪽에는 염밭에 물을 퍼 올릴 때 사용하는 수리차를 비롯해 소금을 생산하는 각종 도구와 소금이 전시되어 있다.
찬찬히 뜯어보아도 20∼30분이면 다 돌아볼 만큼 작은 공간 속에서 ‘바다와 함께 한 세월’을 다 이야기하기에는 숨차 보이지만, 하마터면 영영 잊고 지낼 법했던 우리의 역사 한 자락과 만나기에 그 시간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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