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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사이 풍경 소리 흐르다
경원재, 빌딩 숲 사이 풍경 소리 흐르다
경원재에서 머문 하루. 겹겹이 쌓인 기와지붕 위로 초가을의 다사로운 햇살이 떨어진다. 처마 밑 풍경(風磬) 소리가
조용히 귓가를 두드린다. 문을 열 때마다 하나씩 새롭게 그려지는 여백의 공간. 그 안을 청신한 가을 공기와 햇살, 바람이
자유로이 드나든다. 우리 것이 새롭게 다가오는 추석(秋夕) 연휴, 경원재 대청마루에 누워 긴긴 오수에 빠져도 좋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김상덕 자유사진가
명장의 손길 스민, 도심의 한옥 호텔
분주함이 넘치는 도시 한가운데 더디고 정묵한 옛 풍경이 오롯하다.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은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이 흠씬 밴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한옥 호텔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소유하고 글로벌 호텔 체인 앰배서더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경원재는 송도국제도시의 송도센트럴공원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날렵하게 솟아오른 마천루 사이에 내려앉은 고전적인 풍경은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롭다.
‘경원’은 고려시대 인천의 이름으로, ‘경사를 불러오는 고을’을 뜻한다. 이 호텔은 ‘한반도의 시간을 산책하다’를 콘셉트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건축양식에 따라 전통 한옥의 멋을 살려 지었다. 시대와 변화를 거슬러 지은 건축물은 견고하고 아름답다.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손길이 닿는 곳마다 자연의 이치가 담겨 있다. 거기 깊숙이 대한민국 명장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스며있다. 전체 목공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 유산으로 등재된 최기영 대목장이 맡아 전통 한옥의 미를 재현했다. 옻칠은 김성호 명장이 맡아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할 색감을 입혔다. 기와 잇기는 우리나라 유일의 번와장 이근복 선생이 기품 있고 우아한 곡선미를 살려 완성했다.
경원재의 조달 총지배인이 그때의 시간을 기억한다. “나무 하나를 깎고 기둥 하나를 올리는 데,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며 온 정성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경원재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이 년여가 걸렸습니다.” 지난해 호텔 개장을 앞두고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리
기 전까지 기와를 전부 올려야 했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목수들이 모여 장마 비를 뚫고 작업하는 진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시간이 지금의 경원재를 있게 했다.
경원루 배흘림기둥. 나무향이 깊고 진하다.
고려와 조선의 시간을 품다
경원재 정문으로 들어서면, 먼저 하늘로 기세 등등 솟은 ‘경원루’로 시선이 머문다. 2층 높이로 지은 누각 형식의 건물로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연회장으로 쓰인다. 경원루는 고려시대 가장 화려했던 건축기법인 주심포 양식을 따라 지었다. 전체적인 외관은 조선시대의 경회루를, 세세한 양식은 부석사 무량수전을 모티브로 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송도센트럴공원과 그 너머 송도국제도시를 내려다본다. ‘달빛이 노니는 공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밤에 바라보는 경치가 특히 아름답다. 하나둘 피어오르다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도시의 불빛이 한 폭의 그림으로 곱게 피어난다.
경원루에서 회랑을 건너 호텔 객실들을 품은 경원재에 다다른다. 시간은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원재는 로열 스위트를 비롯해 모두 30실로 이뤄져 있다. 건축물은 조선시대의 양식을 따라 소박하고 고졸한 멋이 흐른다. 중첩된 기와지붕과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민흘림기둥에서 절제의 미가 흐른다. 그 시대 사대부의 집처럼 꾸미지 않은 듯 수수하면서도 기품이 넘친다.
느림, 비움, 사색의 공간
경원재가 일반 호텔과 확연히 다른 점은 공간적 개방감이다. 센트럴공원 산책로에서 담장과 회랑, 마당, 한옥으로 동선이 길게 이어지며 한껏 여유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와편으로 꾸며진 담장을 따라 들어온 길은 앞마당, 바깥마당, 안마당, 대청을 건너 후원까지 이어진다. 발밑으로 밟히는 폭신한 흙의 감촉이 시간이 쌓인 옛 마을의 정취를 자아낸다.
객실에도 소통하고 순환하는 자연의 원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까래를 높이 올린 천장이 거실과 방을 아우르며 공간과 공간, 마음과 마음을 하나로 잇는다. 그러면서 문을 열 때마다 하나씩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세살 무늬 창살 틈으로 옆 객실의 기와가 보이고 그 너머로 또 다른 기와가 중첩된다. 그 아래 마당에 피어난 꽃과 나무가 유난히 곱고 푸르다. 이런 집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경원재는 한국적인 멋과 아름다움, 편리함 그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다. 건축은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리되 편리한 현대적인 기능을 담았다. 단열과 방수 등 곳곳의 요소에 현대 건축의 방식을 적용해 일반 호텔에 머무는 것처럼 편안하다. 객실마다 집사를 지정해 머무는 내내 세심히 배려하는 건, 일반 호텔의 서비스 그 이상이다.
삶의 기억에 머무를, 한국의 美
경원재는 우리나라에 네 번째로 문을 연 한옥 호텔이지만, 호텔 체인에서 운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옥이 단층 구조라 수지 균형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원재를 짓는 데만 500억 원이 들어갔다. 오로지 사업성을 위해서라면 굳이 그 큰돈을 들여 호텔을 지을 이유가 없었다. 이에 대해 조 지배인은 경원재가 존재하는 이유는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있다고 말한다.
“경원재에 있으면, 가끔 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잊어버리곤 합니다.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 살면서도 한옥에 처음 와본다고 하는 분이 많습니다. 나라 안팎의 고객들이 경원재에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길 바랍니다. 이 안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아침에 종이 바른 창으로 스미는 빛에 눈 뜨고, 고른 한낮 바람 솔솔 부는 대청마루에 머물다, 여백이 흐르는 마당을 거닌다. 그러다 밤이 깊어 가면 온기 훈훈한 구들장에 등을 대고 잠자리에 든다. 한국의 아름다움이 흐르는 경원재의 하루, 그날 밤 잠은 깊고 달다.
경원재 둘러보기
객실 고풍이 흐르는 경원재에는 스위트룸을 비롯해 객실이 모두 30개 있다. 대한민국 명장들의 숨결이 닿아 있는 옛집에서 몸과 마음을 누이고 잠시 쉬었다 가자. 단 두 채밖에 없는 독채 형식의 로열 스위트는 비밀스러운 안식처다. 서까래와 대들보가 보이는 천장이 평온함을 주고, 나무가 자라고 흙이 깔린 넓은 마당이 자연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솔솔 바람 부는 대청마루에 누우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른다. 디럭스룸은 더블, 누마루, 온돌, 스위트로 이뤄져 있다. 전통 문살을 주조로 하고 수묵화 벽지가 펼쳐져 있어 분위기가 그윽하다.
예약 및 문의 729-1101
연회장 고려시대 주심포 방식으로 지은 누각 경원루는 각종 콘퍼런스 및 기업 행사, 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를 여는 연회장이다. 단순히 연회를 여는 공간이 아닌, 한국인에게는 한국 건축에 대한 자긍심을, 외국인에게는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경원재를 병풍처럼 두른 영빈마당은 최대 500명까지 수용하는 넓은 야외 홀이다. 격조 높은 국제회의와 세미나, 비즈니스 미팅, 예와 정성을 담은 전통예식에 완벽하게 어울린다.
예약 및 문의 729-1111
레스토랑&바 ‘수라’는 정갈하고 단아한 분위기의 한식당이다. 화려한 궁중 요리와 인천 본연의 맛을 품은 로컬 푸드가 한 상 가득 차려진다. 라운지 ‘다향’은 한국 전통차와 음료, 주류를 선보인다. 한옥의 은근한 정취 속에서 차 한 잔 마시며 풍류를 즐겨 본다. 소중한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덧 몸과 마음이 넉넉히 채워진다.
예약 및 문의 729-1113
산책길 경원재는 느림의 공간인 길, 비움의 공간인 마당, 사색의 공간인 후원을 품고 있다. 앞으로 탁 트인 다섯 마당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마당에 있는 연못을 지나 담장에 두른 나무들을 따라 걸으면, 100여 년 된 팽나무와 매화나무가 자라는 숲길에 다다른다. 혼자 조용히 사색을 즐겨도 좋고, 좋은 이와 담소를 나누며 걸어도 즐겁다.
체크 리스트 경원재 웹사이트(www.gyeongwonjae.co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객실 5% 할인과 적립 혜택이 있다. 조식을 포함한 패키지와 한식당 ‘수라’ 프로모션 등 실속 있는 상품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또 경원재에서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한복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장인의 손길이 닿은 호텔의 명소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호텔과 이어진 송도센트럴공원에서 유유히 산책하거나 수상 택시와 수상 레저 등을 즐길 수 있다.
위치 연수구 테크노파크로 200번지
가는 길 내비게이션으로 ‘경원재 앰배서더’ 나 주소 입력. 지하철은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 4번 출구로 나와 걸어서 3분 거리. 버스는 M6405, 1301, 6, 6-1, 8, 780, 91번을 이용.
예약 및 문의 72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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