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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굽 소리 드날리며, ‘안전 인천’ 지킨다

2016-11-02 2016년 11월호


말굽 소리 드날리며, ‘안전 인천’ 지킨다

세상 어디에도 인천 같은 도시는 없습니다. 세계의 하늘 아래 긴긴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땅, 가깝고도 아름다운 바다, 그리고 168개의 섬. 하지만 무엇보다 인천을 빛나게 하는 건 그 안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 바로 당신입니다. 그 아름다운 사람들과 만나 인천의 어제와 오늘을 확인하고 내일을 그려 봅니다. 이번 호에는 말굽 소리 드날리며 인천의 이미지를 높이고
안전을 지키는, 인천지방경찰청 기마경찰대를 만났습니다.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  사진 류창현 포토디렉터


인구 300만 시대를 앞두고 열린 ‘시민 화합 한마당’의 퍼레이드를 장식하기에 앞서.

새벽 6시, 특별한 하루를 시작하다

스치는 바람이 소슬하게 느껴지는 시월의 서구 드림파크 승마장.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기마경찰대원들은 주말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인구 300만 시대를 앞두고 ‘인천 시민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시민 화합 한마당’에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 말들의 상태를 살피고 사료 주고 세마하면서 준비했어요. 이제 수송차에 말을 싣고 행사장으로 가야죠.” 안병욱(44) 경사는 지난해 11월 기마경찰대가 창설할 때부터 지금껏 함께해 왔다. 늘 땀 흘리며 준비해 왔기에 긴장하기보다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 크다.
이날 말에 오를 대원은 안 경사를 비롯해 원종남(44) 경사, 정용길(38) 경사, 김연진(29) 순경 네 명이다. 대장인 장석창(49) 경감을 비롯해 양시창(44) 경위, 김자영(36) 경사, 김나윤(34) 순경은 그들을 호위하며 안전을 책임진다. 오늘 기수와 호흡을 맞출 파트너는 청풍, 히트, 빅터, 금동이다. 모두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해서 행사 때마다 불려나가는 우직한 일꾼들이다.


인천경찰청 기마경찰대 원년 멤버인 정용길 경사와 원종남 경사



기마단의 막내 김연진 순경


10월 15일, 시민 대축제의 시작

오전 9시 문학경기장, 곧 축제가 시작된다. 파란 가을 하늘을 수놓은 색색의 풍선과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 한껏 들뜬 사람들로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 간다.
“사람이 많아서 걱정이에요. 말들이 놀랄 수도 있거든요.” 김연진 순경이 금동이를 쓰다듬으며 마음을 안정시킨다. 김 순경은 얼마 전 몸을 다쳤던 금동이가 회복 후 오랜만에 행사에 나오는 거라며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하얗게 빛나는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말 위에 올라타 고삐를 잡는다. 이어 기마경찰대가 호위를 받으며 인파로 뒤덮인 거리를 지나 경기장 안으로 유유히 들어간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기마대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말 보고 가자, 우리.” 정동범(41) 씨는 일곱 살 된 아들과 함께 축제를 즐기러 왔다. 그는 인천에 기마경찰대가 있는줄 몰랐다며, 그 멋진 모습을 앞으로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인천경찰청 기마경찰대를 이끄는 장석창 경감

‘히트’가 ‘히트’ 친 날

올해 시민의 날 행사는 300만 인천 시대를 기념해 더욱 성대하게 열렸다. 특히 인천 시민이 한데 어우러지는 ‘시·군·구 한마음 대회’가 1996년 이후 20년 만에 다시 열려 그 의미를 더했다. 기마경찰대는 이 선수단을 이끌고 퍼레이드 맨 앞을 장식했다. 하얗게 빛나는 제복을 입고 말굽 소리 드날리며 달리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그때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말 ‘히트’가 축제를 알리는 뱃고동 소리에 놀라 갑자기 몸부림을 친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뱃고동 소리가 울린 후에 행진하기로 주최 측과 사전에 이야기했는데, 신호가 맞지 않았다. 히트를 몰던 정용길 경사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말을 안정시켰다.
“말들은 청각이 예민해서 행사 때 들리는 음악과 환호성에 쉽게 놀라곤 해요. 그래서 훈련이 필요한 거죠. 행사 전에도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적응 훈련을 했는데… 아쉽네요.” 그래도 이날 기마경찰대의 등장은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우리 히트가 ‘히트’ 쳤지요 뭐. 수고했다, 말 안 듣는 우리 히트.”


행사 후, 화려한 제복을 벗고 땀 흘리는 김연진 순경


양시창 경위



장석창 경감


화려한 제복 벗고, 작업복을 입다

“모두 수고했어.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야.” 행사를 마치고 장석창 경감이 대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한다. 그의 말대로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경기장에서 서구까지 차를 몰아 말들을 이동시키고, 마방을 치우고, 말들을 깨끗이 닦아주고 나서야 비로소 오늘 일과가 끝난다.
현재 인천지방경찰청 기마경찰대에는 경찰 여덟 명과 의경 세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해 뜨고 해가 지기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말과 함께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말들이 밤새 잘 지냈는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후 밥 주고, 분뇨를 치우고, 훈련하고, 세마하다 보면 어느덧 하루해가 지나간다.
“지난 7월에 발령받아 왔는데,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여직원들이 스스럼없이 삽질하고 사료를 척척 나르는 거예요. 열악한 환경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대원들을 보면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요.”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이들은 번듯한 제복보다 때 묻은 작업복을 입는 날이 더 많다. “여기 있으면서 삽질하는 게 엄청 늘었어요. 보세요. 손에 굳은살이 다 박였지요? 작업은 이제 익숙해졌지만, 매번 밖에서 활동하니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에 가장 힘들어요.” 김나윤 순경의 말에, 장 경감이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올 텐데 큰일”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말은 그리해도 대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여유롭다,



‘안전 인천’을 말 달리자~

“말을 보면 참 예뻐요.” 매일같이 말들과 온기를 나누다 보니 정도 많이 들었다. 기마경찰대의 말들은 대부분 경주마 출신으로 부상과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이곳으로 왔다. 김 순경은 이들을 단순히 동물이 아니라, 함께 기마대를 이끌어가는 동료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금동이가 림프관염에 걸려서 다리가 코끼리처럼 부은 적이 있어요.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다 났어요. 다행히 바로 나았지만, 잘 서지도 못하는 금동이를 보며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나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마음씨 여린 그는 또 지구대에서 근무할 때는 민원인들과 좋은 일로 만나기 어려웠는데, 여기서는 보는 사람들마다 먼저 손 흔들며 반겨줘서 좋다고 했다. 장 경감이 말을 잇는다. “저도 기마경찰대를 하면서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지는 걸 느껴요. 앞으로도 친근한 이미지로 시민 가까이에서 안전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인천은 세계 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가 118개 나라 342개 도시 가운데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안전지수 90.89 범죄지수 9.11)다. 그는 인천이 안전한 도시인데도 그 사실을 시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천 기마경찰대는 앞으로 경찰을 홍보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순찰 업무도 할 계획이다. 사이드카 대신 말 달리며 ‘안전도시 인천’을 지키는 이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일반 청소년은 물론 소외 계층에 활짝 열려 있는, 인천 기마경찰대의 승마 체험 프로그램


항상 웃는 얼굴로 체험을 돕는 김나윤 순경


내일도 달리자, 우리 함께

인천 기마경찰대는 지난해 11월 서울과 전북, 제주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창설했다. 장 경감은 “기마경찰은 전국에 있는 경찰 11만 명 가운데 40여 명뿐입니다. 그만큼 자부심이 큰 동시에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큽니다”라며 뿌듯해했다.

인천 기마경찰대는 그동안 차이나타운, 송도 센트럴파크, 소래포구 등 인천의 명소를 돌며 인천을 널리 알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중국 화장품 유통 기업인 아오란그룹 임직원이 인천을 찾았을 때는 너도나도 기마대와 사진을 찍고 추억으로 남겼다.
하지만 기마경찰대가 하는 일은 단순히 행사를 지원하고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일주일에 두 번 ‘힐링 승마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과 저소득층 자녀 등 소외 계층을 따듯하게 보듬고 있다. 이달부터는 매주 수요일에 장애아를 대상으로 ‘재활 승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른 기마경찰대에서는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다. 김자영(36) 경사는 “학교에서는 말도 안 듣고 웃음도 없는 아이들인데, 여기선 말과 이야기하고 교감해요. 선생님들도 보고 놀라세요. 아이들이 이렇게 말을 잘 들을 줄 몰랐다며, 아이들을 더 태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세요”라고 말했다.
기마경찰대를 찾은 날, 원당 중학교 1학년 학생 20여 명이 승마 체험을 왔다. 오늘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줄 말은 나이스런과 강자. 아이들을 태우고 사뿐사뿐 트랙을 도는 모습이 기특하다. “기마경찰대가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어요. 수도권매립지를 둘러보고 말까지 탄 뜻깊은 하루였어요.” 아이들의 말간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번진다.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가 경쾌하게 귓가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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