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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가상현실로”
“들어와, 가상현실로”
가상현실(VR)은 교과서 속 미래에서나 등장할 법했다. 그런데 어느새 눈앞으로 다가왔다. 가상현실 게임과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몬스터 VR’이 송도에 들어섰고, 인천대학교는 보다 생동감 있고 현실성 있는 학습 환경을 위해 증강현실(AR) 스튜디오를 이용한 수업을 진행한다.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우리 일상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글 김윤경 본지 편집위원 사진 최준근 자유사진가
증강현실? 가상현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은 실제 환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씌워 보여주는 기술을 뜻한다. AR 기기로 거실 벽면을 보면 현실에 없는 명작 그림이 보이는 식으로,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몰고 온 ‘포켓몬 GO’가 바로 증강현실을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가상현실(Virual Reality, 이하 VR)은 사용자가 가상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가령, 가상현실 기기를 쓰고 주변을 둘러보면 마치 스노클링을 하는 것처럼 물속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 때문에 가상현실 서비스는 주로 사용자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고글 형태의 ‘HMD(Head Mounted Display)’를 쓰고 이용한다.
AR과 VR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거론되고 있다. 교실에서 지구과학 수업 중인 학생들이 특수안경을 쓰고 고개를 들자 천장에 태양계 행성들과 인공위성이 둥둥 떠다닌다. 집에서 편리하게 가상의 3차원 자동차를 불러내면 새로 출시된 자동차의 자세한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다. 바로 AR과 VR 기술이 우리 일생생활에 가져올 변화의 단면들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생생한 수업이 가능한 시대
일상생활에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편리함까지 제공하면서, 증강현실은 생활 밀착형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증강현실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는 교육과 오락 분야로, 인천대학교는 지난 3월 ‘미래도시 증강현실 스튜디오’를 만들어 수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즉각적인 문제를 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증강현실이 유용합니다. 예를 들면, 송도는 건물을 세우기 전에 도시경관심의를 받게 되는데, 증강현실 스튜디오에 송도의 3D모형을 띄워놓고, 설계한 건물을 실제 들어설 땅에 배치하면 전체적으로 도시와 잘 어울리는지 사전에 알 수 있죠.” 인천대학교 도시과학대학 김환용 교수는 증강현실 스튜디오를 통해 실습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면서 학생들의 동기부여는 물론, 적극적인 수업 참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튜디오 벽면 가득 송도국제도시의 모습이 보인다. 송도를 설명하면서 공중에 손을 스윽 휘저으니 영상의 방향전환과 확대, 축소까지 이뤄진다. 마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화면상에서 3차원 건축물을 다루는 기술입니다. 건축은 투자비용이 크기 때문에 사전에 모양은 어떤지, 구조체는 제대로 잘 서있는지, 설비는 제대로 갖춰졌는지 등에 대한 일종의 사전 테스트가 필요한데, 이곳 스튜디오에서 시연하면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죠.” 증강현실 스튜디오를 건축, 토목, 도시 분야에서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줄여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스페인 말라가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파손된 문화재를 3D스캐닝해서 원형으로 복원했을 때의 모습을 미리 보고 싶다며, 증강현실 스튜디오에서 구현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증강현실 스튜디오는 현재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기존 교육과 차별화된 보다 생동감 있고 현실성 있는 학습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게 됐다.
게임엔 포켓몬GO, 범죄예방엔 ‘연폴고(GO)’
연수1동 함박마을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다. 증강현실로 CCTV, 비상벨 방범시설 등이 펼쳐진다. 주변 건물이나 골목을 비추면 함박마을에 설치된 스마트 보안등, 솔라표지병, 로고젝터 등 환경개선을 통한 범죄예방(CPTED) 시설물이 팝업창처럼 떠오르면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앱을 켠 상태로 위급 상황 시 휴대폰을 흔들면 미리 저장된 사용자의 이름과 주소, 현재 위치가 112신고로 자동 전송된다. 연수경찰서가 지난 3월부터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범죄 예방 어플리케이션 ‘연폴고(GO)’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는 GPS와 위치기반서비스(LBS)를 바탕으로 한 증강현실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지난해 ‘포켓몬고’ 열풍이 불었잖아요. 이걸 범죄예방에 접목시키면 어떨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인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생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제한적인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되지만, 추후 지역 전체로 확대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폴고’를 이용해본 사용자들은 위급할 때 정말 필요한 어플인 것 같다며, 좀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되길 바란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체험 공간 1
진짜야, 가짜야?
실감나는
콘텐츠체험관 ‘탐’
“앗! 진짜 기차가 움직이네~ 우와! 달린다~” 덜컹거리면서 출발한 기차는 시간을 거슬러 1900년대 개항기 인천과 제물포에서 밀려난 조선인들이 모여 살았던 배다리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탐’이라는 아이를 통해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동구 창영초등학교 앞에 있는 실감콘텐츠 체험관 ‘탐’은 국내 최초 오감콘텐츠 체험공간이다. 각각의 콘셉트를 가진 4개의 층이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어 있다. VR과 AR을 활용해 인천의 근현대를 체험해볼 수 있는 최첨단 문화공간으로, 지하 1층은 미니어처 개항장 투어, 탐의 마법 연구실, 1층은 증강현실 요정놀이, 미디어월, 2층은 인천 배다리로의 타임머신 기차여행과 차원이동체험이, 3층에는 VR·AR을 활용한 쥬라기 탐험, 정글, 패러글라이딩 체험존이 구성되어 있다.
체험관 ‘탐’은 단순히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 외에도 또 하나의 숨은 역할이 있다.
“‘탐’은 첨단 기술 트렌드 및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콘텐츠 체험을 통해 시민들에게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문화콘텐츠 기업들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먼저 선보임으로써 기업의 기술력과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기도 합니다.”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이진형 문화산업팀장의 설명이다. 실감콘텐츠체험관은 인천시가 VR 산업 육성과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에 12억 원을 들여 조성했다. 동구의 유휴건물을 리모델링해 인천 기업들이 제작한 14종류의 VR 콘텐츠를 전시하고 시민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실감 기술을 이용해 이런 공간을 만든 건 인천이 전국 최초입니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죠. 이를 발판으로 다른 자치구와 지역으로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www.tam.or.kr
체험 공간 2
국내 최초 VR 테마파크, 송도 ‘몬스터 VR’
“엄마야~ 꺄악!” 송도에 있는 트리플스트리트 D동 6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곳곳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VR 테마파크 ‘몬스터 VR’의 시작은 놀이동산에서나 들릴 법한 비명소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지원 사업인 ‘몬스터 VR’은 주관사인 GPM을 비롯해 국내 유수의 VR 개발업체들이 뜻을 모아 지난 8월 송도에 문을 열었다.
1천322m2 규모로 조성된 이곳은 45종의 VR 콘텐츠 및 어트랙션(놀이기구)으로 채워져 있다. 콘텐츠는 정글 어드벤처 존, 익스트림 존, 게임 존, 시네마 존으로 구분되며, 열기구와 번지점프대, 롤러코스터, 레이싱 카 등 어트랙션이 성격에 따라 각 존에 위치하고 있다. 전체적인 외형은 기존 놀이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실과 가상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는 게 차이점이다. 이곳에서 체험객은 아찔한 다리 위 롤러코스터에서 내려다보는 세상, 에메랄드빛 바다 속, 자동차 경주가 한창인 도로 등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마치 실제와 같은 가상 상황과 마주하며 자연스럽게 VR기술을 접하게 되는 순간이다. 박성준 GPM 대표는 ‘몬스터 VR’의 목표는 VR의 대중화라고 말한다. “대중화가 되기 위해선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즐기는 게 우선입니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기존의 테마파크와 달리 이곳에서는 남녀노소 온 가족이 안전하게 다양한 VR의 세계를 체험해볼 수 있죠.”
특히, 콘텐츠가 중요한 가상현실 산업에서 개발업체는 별도 장비를 제작하지 않고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몬스터 VR’은 개발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www.monstervr.co.kr
우리 시가 4차 산업혁명 시대 성장동력으로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새로운 콘텐츠를 지원한다. 특히, 중국 웨이하이시에 인천형 실감콘텐츠체험관을 구축하기 위해 실무접촉을 추진하는 등 가상현실 콘텐츠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상현실(VR, AR) 위주의 기반산업 확대를 목표로 VR 관련 전문 인력 양성과 콘텐츠 개발·제작 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으로, 우선 2018년 30억 원을 투입해 가상현실 융복합 지원센터를 조성할 방침이다. 또 2024년까지 원도심에 실감콘텐츠체험관 두 곳을 추가로 설립하는 등 VR 콘텐츠 제작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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