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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철학을 팔다 LUSH
브랜드, 철학을 팔다 LUSH
글 박혜란 시 브랜드담당관
클레오파트라가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목욕할 때 지렁이를 사용했다는 사실과, 양귀비와 서태후가 동안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제비집을 즐겨 먹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왜냐하면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지렁이 피부재생크림과 제비집 안티에이징 크림, 뱀독 노화방지 크림, 악어오일 탄력크림, 마유(馬油) 보습크림… 등등 오늘도 홈쇼핑 채널에서는 수많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며 집요하게 구매 욕구를 건드리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욕망과 욕구의 반대편에 서서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는 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의 철학을 얘기해 볼까 한다. 러쉬(LUSH)는 동물과 환경, 사람의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친자연주의 브랜드이다. 무분별한 산림벌채의 원인이 되는 팜오일의 소비를 줄이기 위해 팜오일을 쓰지 않는 핸드메이드 비누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고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개발하며, 제품의 용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액상제품을 고체화했다. 또한 이러한 고체상품들은 포장재 없이 덩어리째 진열하고 고객의 주문 시 바로 제품을 잘라 낱장으로 된 종이에 싸서 판매한다.
러쉬는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유명인을 내세운 광고를 지양하고 화려한 패키지를 사용하지 않으며 무료 샘플을 나누어 주지도 않는다. 마케팅 부서 대신 캠페인 팀이 있어 환경보호와 동물실험 반대, 공정거래 등 이념과 철학이 담긴 캠페인을 전개한다. 하지만 이렇게 책임감 넘치는 범지구적 캠페인을 하는 게 러쉬의 성공 비결은 아니다. 성공의 비결은 바로, 제품에 있다. 러쉬는 온 지구를 찾아다니며 식물 천연재료들을 개발하고, 강렬한 색감과 향을 발산하도록 만들어 이를 포장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진열한다. 소비자들은 지나가다 러쉬 매장이 근처에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강렬한 색감과 향이 눈과 귀를 사로잡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샴푸 하나, 보디로션 하나 사용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면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그것이 러쉬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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