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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승의 시선(詩선)
연안부두 가는 길
채성병(蔡成秉 ; 1950-2019)

인적 드문 보도블록 사이로
삐죽삐죽
살아남기 위해 꽃을 피우는 들풀들
바람에 날린다
짙은 향기 아니더라도
아름답구나
차마 비껴가는 발길들 틈에서
어째 아름답구나
어느새 떨어진 해
바닷가 지는 노을빛 받아
더욱 노란 풀꽃들
모질게 아름답구나

글 김영승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그는, 모차르트 레퀴엠을 틀어놓고 소주를 마셨다. 그러고는 좋아, 참 좋아 전화에다 대고 늘 그렇게 말했었다. 좋아, 참 좋아.
그는 가끔, 아니 자주 넥타이에 완벽한 정장을 하고 나타났다. 일단 신포시장에 들러 아주머니 순무 주세요 하면 그 아주머니는 아주 크고 탐스러운 순무를 몇 개 골라 싸주었다. 물론 그냥 주는 것이다. 그 순무를 들고 신포주점에 들러 아주머니 깎아주세요 하면 그 아주머니는 그 순무를 깎아 안주로 내주었다. 그리고는 김포약주를 시켜놓고 그냥 술만 마셨다. 그러다가 저녁이 오면 시인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술값은 그들이 내면 되니까. 그리고 그들이 오면 좋은 안주도 시킬 수 있으니까.
거기서 그는 당시 중구 항동 연안아파트 203호 그 자신의 집에까지 걸어갔었던 것이다.
대낮이었는데도 별안간 칠흑이었다. 천둥, 번개가 치고, 하늘은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었으나 곧 폭우가 쏟아질 기세였다. 급히 걷는데 보도블록 사이에 샛노란, 아주 샛노란 민들레 한 송이가 보였다. 나는 고꾸라질 뻔했다. 그 민들레를 피해 다들 고꾸라질 뻔하거나 어떤 이는 정말 고꾸라졌다. 그 누구도 그 민들레 한 송이를 그대로 밟고 지나가지 않았다.
포레의 레퀴엠은 어떠냐고 내가 말했었으나 그는 나의 그 말을 귀담아 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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