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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찬거리를 위해, 신흥시장
글 이명희(중구 도원로)
나이가 들수록 누가 뭐래도 내 식대로 살자, 이런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그중 하나가 먹거리다. 아이들이 독립하면서 남편과 나, 둘만 있다 보니 먹는 양은 줄어든 반면 그만큼 건강은 더 챙기게 된다. 잡곡밥에 제철 채소를 꼭 챙겨 먹으려고 하는데, 어디를 가도 내가 원하는 만큼만 팔지를 않는다.
마트에 가면 정갈하게 놓인 물건이 보기 좋을뿐더러 ‘1+1’ 대용량에 가격도 저렴한 것 같다. 물론 마트는 이런저런 장점이 많다. 하지만 고작 두 사람이 쓰다 보니 좀체 양이 줄지를 않거니와 여러 개 묶음으로 사놓고는 정작 어디에 두었는지를 몰라 또 사기도 한다. 그러니 깜빡깜빡하는 나 같은 노인에겐 결국 싼 게 아닌 셈이다.
신흥시장은 거의 매일 가게 된다. 시원한 오이미역냉국이 먹고 싶으면 오이 두 개만 사러 가기도 하고, 밥 짓다가 잡곡이 떨어지면 기장 한 봉지, 서리태 한 봉지만 사러 가기도 한다. 예전에는 냉장고 가득 음식을 쟁여 놓았는데 이제는 먹을 만큼만 하게 된다. 상해서 버리게 되면 그게 더 마음 아프고 허무해 운동 삼아 오늘 먹을 만큼만 사러 다니는 것이다.
또 신흥시장이 좋은 이유는, 무릎이 시원찮은 나로서는 딱 걸을 만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시장 초입에서 끝까지 걸어서 오가도 힘에 부치지 않는다. 영 기운이 없는 날에 는 채소 가게 한 군데만 들르기도 하고, 가끔 정육점도 찾는다.
내 식대로 맞춰주는 곳, 신흥시장이 있어 밥상도 건강도 지키고 있다. 투박하고도 정감 어린 신흥시장이 오래도록 지금 모습 그대로 머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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