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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이야기

블라인드 박스, ‘랜덤 소비’가 만든 새로운 취향의 경제

작성자
최연서
작성일
2025-10-28

최근 편의점과 문구점,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박스(Blind Box) 상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블라인드 박스는 겉포장으로는 내부 구성품을 확인할 수 없는 형태의 상품으로, 소비자는 어떤 제품이 나올지 모른 채 구매를 결정한다. 주로 피규어나 캐릭터 인형, 미니어처 등이 포함되며, 일정 확률로 ‘희귀 캐릭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상품 유형은 원래 해외 피규어 시장에서 수집가들을 대상으로 시작된 문화이지만, 현재는 국내에서도 청소년과 MZ세대를 중심으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0대 후반~20대 초반 소비자의 약 42%가 ‘랜덤형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SNS에서 ‘언박싱 영상’이 확산되면서, 상품 개봉 과정이 또 다른 소비 콘텐츠로 기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라인드 박스의 확산을 ‘확률형 소비 구조의 일상화’로 분석한다. 소비자는 상품의 실물보다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확률적 경험’을 구매하며, 이는 게임의 ‘가챠(gacha)’ 시스템과 유사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따른다. 한국소비자원은 2024년 발표에서 “이러한 상품은 구매 전 정보 접근이 어렵고, 확률이 명확히 표시되지 않아 합리적 소비 판단이 제한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단기간의 구매 만족을 높일 수 있으나, 반복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한 다중 구매가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지출 부담이 커지고 중복 상품의 재판매나 교환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서는 한정판 제품이 정가의 수 배로 거래되는 등, 2차 시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수집과 거래’가 결합된 취향 기반의 소비 문화로 해석된다. 블라인드 박스 구매는 단순한 물건의 소유를 넘어, 개인의 취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동시에 불확실성을 즐기며 결과를 공유하는 행위가 사회적 소통의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이 문화는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경험 중심의 소비 패턴’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청소년층의 경우, 상품의 가격 대비 기대심리 자극이 강하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확률형 상품이 도박적 소비 성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소년 대상 확률형 상품의 정보 표시 의무화나, 판매 기준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결국 블라인드 박스와 피규어 수집 문화는 현대 청소년 세대의 소비 방식이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불확실성을 감수하며 얻는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사회적 행위가 하나의 소비 가치로 자리 잡은 것이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건강한 소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상품의 확률 정보 공개와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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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업데이트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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