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논란이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 부담을 이유로 무상급식 범위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모든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방식이 차별을 줄이고 기본적 생활권을 보장하는 제도라는 찬성이 있는 반면 소득이 높은 가정까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하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행정이나 예산 계산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로운 분배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으로 이어진다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는 구성원이 동등한 자유를 보장받고 출발선에서 불리함을 갖지 않는 사회라며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번째는 기본적 자유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이고 두번째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허용되더라도 그 불평등은 사회에서 가장 불리한 사람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이다
이 원칙을 기준으로 무상급식 논란을 다시 바라본다면 논점은 바뀐다 무상급식은 단순한 무료 제공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학교에서 최소한의 존엄과 동등한 환경을 누리도록 보장하는 제도이다 돈을 내는 학생과 내지 않는 학생을 구분하면 급식실에서 발생하는 시선과 분위기는 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존재의 차별을 만들어낸다 이는 롤스가 강조한 공정한 기회균등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부모의 경제력이 충분한 학생에게까지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 낭비라고 주장하지만 롤스의 관점에서는 혜택을 줄이는 기준이 강자가 아니라 약자에게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즉 정책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효율성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이익이 되는가이다 이 기준에 따라 보면 무상급식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출발선을 평평하게 만드는 장치라는 의미를 가진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비용이 아니라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이다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는 가장 약한 사람도 이 공동체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사회라고 말했다 사회가 구성원을 대하는 방식은 식사 한 끼에서도 드러난다
무상급식 논의는 끝난 논쟁이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질문만큼은 남는다 우리는 학생들의 삶을 숫자로 판단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