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거주 지역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공간불평등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의료, 교육, 교통, 문화 시설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도시에 집중되면서 농촌 지역 주민들은 충분한 복지와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노력보다는 태어난 지역이 삶의 수준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부정의로 볼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롤스의 정의론과 왈처의 복합적 평등론을 바탕으로 공간불평등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롤스의 정의론에 따르면 사회의 제도는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롤스는 불평등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이익이 된다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도시 중심으로 자원이 분배되는 현실에서 농촌 주민은 경제적·사회적 기회에서 가장 많은 제약을 받는 집단, 즉 최소 수혜자에 해당한다.
농촌 지역은 의료기관과 교육시설이 부족하고, 교통 인프라와 일자리 접근성도 낮다. 이는 생활의 불편과 더불어 스스로의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를 구조적으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정의다. 따라서 도시·농촌 간의 격차는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이익이 가지 않으며, 롤스의 차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농촌 주민에게 더 많은 공공 인프라와 교육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배려가 될 뿐 아니라 정의 실현의 과정이다.
한편, 왈처의 복합 평등론에 따르면 사회는 경제, 교육, 정치, 문화 등 여러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영역의 자원은 고유한 기준에 따라 분배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경제력이 다른 영역까지 지배하면서 도시의 부유함이 교육·문화·정치적 영향력까지 독점하는 다층적 불평등 구조가 나타난다. 이는 경제적 우위가 다른 영역의 평등을 파괴하는 ‘복합 부정의’다. 농촌 주민들이 의료나 문화 서비스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것은 사회의 여러 영역이 불균형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롤스와 왈처의 관점을 종합해 보면, 도시·농촌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단순 복지정책이 아니라 정의 실현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농촌 주민이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공 인프라를 균형 있게 분배하는 균형발전을 촉진시키고, 지방 공공투자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농촌 주민이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역 맞춤형 복지·고용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란 모든 사람이 출신 지역과 상관없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이며,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분배와 복합적 평등의 조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이 도시의 경제적 우위가 다른 영역을 지배하지 않는 균형 구조를 형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