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회 어린이날이 지나갔다. 어린이날은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를 알리기 위해 만든 날이다. 초등학생 때까지 어린이날은 설레는 하루였다. 어떤 선물을 받을지 기대했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하지만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뒤 처음 맞은 어린이날은 예전과 조금 달랐다. 문득 “이제 나도 어린이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가족은 동생의 어린이날 선물을 사기 위해 함께 외출했다. 아직 초등학생인 동생은 들뜬 표정으로 장난감을 골랐지만, 나는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중학생이 된 나는 선물을 받는 사람인지, 동생을 챙겨주는 사람인지 애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중학생이면 이제 다 컸다”는 말도 있었고, “그래도 부모 눈에는 아직 어린 자녀다”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중학생은 성장 과정 속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다. 교복을 입고 공부와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면서 책임감도 커진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님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나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중학생들이 어린이날이 되면 “이제는 선물을 기대하면 안 되는 걸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최근에는 어린이날 선물을 중학생이나 고등학생까지 챙겨주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부모님들은 학업 스트레스와 사춘기를 겪는 자녀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한다. “너는 여전히 소중한 우리 아이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다. 중학생에게 어린이날 선물은 물건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부모님과의 소통이 되고, 사랑받고 있다는 마음을 느끼게 해 주는 계기가 된다.
이번 어린이날을 보내며 어린이날의 진짜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방정환 선생이 강조했던 것은 어린이를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하자는 마음이었다. 중학생 역시 성장 과정에 있는 청소년이며, 여전히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어린이날은 꼭 큰 선물이 있어야만 특별한 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이 자랐구나”, “항상 응원하고 있다”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한다. 성장의 경계에 서 있는 중학생들에게 어린이날은 끝난 날이 아니라, 아직도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는 날이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