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어찌 이번에 아니 들어왔느냐? 어제 네 언니는 노리개를 네 동생의 몫까지 많이 가져갔는데 네 건 없어 애달파 적는다. 네 몫의 것은 아무 악을 쓸지라도 부디 다 찾아라.’, ‘너는 시집에 가 바친다고는 하거니와 어찌 고양이는 품고 있느냐? 행여 감기나 걸렸거든 약이나 하여 먹어라.’
일반적인 가족 간의 대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편지들의 주인에 대해 알고 난다면 어떨까?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은 조선의 제17대 왕 효종, 그리고 편지를 받는 사람은 효종의 셋째 딸인 숙명공주이다. 한 나라의 권력의 정점에 올라 근엄함과 위엄을 지켜야하는 왕도 자신의 딸과 주고받는 편지에서는 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조선 왕가의 신한첩은 ‘숙명신한첩(보물 1946호)’와 ‘숙휘신한첩(보물 1947호)’ 총 두 개로, 모두 효종의 딸들이 출합한 후 친정 식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이다. 이 신한첩 속 편지들은 단순히 당시 왕실의 생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중세 국어의 변화나 정치적 상황, 궁궐 서체의 변화 등 다양한 조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활용되고 있다.
21기
박세빈